아파트 가격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더 오를까요?”와 “좀 싼 곳은 없나요?”다. 전자는 부동산 투자자고 후자는 실 수요자다. 실수요자에게 저렴하고 할인까지 하는 아파트를 보여주면 덜컥 살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사람들이 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사지 않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 미분양 아파트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다. 심지어 서울에서도 이런 미분양 100%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아파트가 이런 굴욕을 겪었는지, 조금 더 알아보자.

1. 분양할 때만 해도 좋았는데… 지역 경기 부진

부동산 경기는 지역 경제 상황이 실제보다 느리게 반영된다. 건축에만 수개월 소요될 뿐만 아니라 각종 법적 절차를 밟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시 경기 상황을 보고 아파트 공급을 추진했더라도 사업 추진 중 경기가 나빠져 미분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경상남도 창원에 후 분양되는 ‘마린 애시앙 부영’은 2016년 5월 ‘월영 사랑으로 부영’이라는 이름으로 분양됐다. 38개 동, 총 4298가구의 대단지로 분양가는 전용 84㎡가 3억 3500만 원이었다. 3.3㎡(1평) 당 980만 원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고가 논란에 창원 경기 침체로 전량 분양에 실패했다.

본래 창원은 대표적인 지방 부촌으로 통했다. 기계공업단지와 조선업의 활황으로 국내 최대 유흥지가 형성되는가 하면, 집값도 상승해 ‘집값으론 강남 아래 창원’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곳이다. 그러나 조선, 제조업의 불황으로 창원 경기가 악화되며 부동산 경기도 얼어붙었다.

 

당시 창원의 미분양 아파트는 2015년 44가구에서 2016년 3287가구로 증가했다. 와중에 아파트는 계속 공급되며 2017년 창원의 미분양 아파트는 6662가구에 달했다. 다만 2019년 들어 미분양이 5875가구로 다소 줄어든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미분양 수량 대부분을 차지했던 ‘월영 사랑으로 부영’도 전용 84㎡의 분양가를 3억 3500만 원에 유지하는 등 시장성을 높여 재분양하고 있다. 총 4398가구를 분양하며 현재 1순위 경쟁률은 최고 1.12 : 1이다.

2. 과연 돈이 될까? 아파트 자체의 투자 매력 저하

서울에 있는 아파트도 매력이 없다면 미분양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아파트가 있다. 바로 강동구 길동의 ‘경지 아리움’아파트다. 이 아파트도 2019년 분양에 나섰지만, 124가구 중 분양에 성공한 가구는 단 한 가구도 없었다. 서울 소재 아파트임에도 100% 미분양된 셈이다.

이 같은 미분양은 아파트 자체의 매력이 부족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해당 아파트가 ‘아파트’이면서도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서민 주거 안정을 취지로 공급된 주거시설로, 주차장 등의 부대시설 기준을 맞추지 않아도 지을 수 있다. 단, 도시형 생활주택은 가구당 전용면적 14㎡ 이상 50㎡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또한 아파트는 공동주택 중 5증 이상의 건축물을 말한다. 경지 아리움은 전용면적이 13~26㎡에 불과해 도시형 생활주택 기준을 충족하는데다 최고 층수가 16층에 달해 아파트에도 해당된다. 2억 1400만 원~2억 9900만 원에 분양을 진행해 경쟁률은 1.6 대 1에 달했으나 청약률이 낮아 청약자들도 계약을 포기해 전량 미분양 되었다.

전문가들은 서울 소재 신축 분양임에도 건설사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가 떨어지고 상품 경쟁력이 불분명해 미분양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지 아리움은 전용 13~26㎡의 소형이라 임대 수익이 낮고 상승이 불투명함에도 평당 3795만 원으로 가격이 높게 측정되었다는 평가다. 와중에 후분양이라 한 번에 큰돈이 들어가야 함에도 대출 지원이 없어 수익성과 상품성을 따진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3. 입지는 최악, 분양가는 최고 수준

2015년 남동탄은 공사장만 가득할 뿐 제대로 된 인프라가 형성되지 않은 지역이었다. 해당 지역에 신안종합건설은 ‘신안인스빌리베라’ 980가구를 분양했다. 당시 분양가는 전용 84㎡ 2억 5200만 원으로 3.3㎡(1평) 당 990만 원 선이었다. 그러나 고분양가 논란으로 단 2가구만이 분양되어 신안종합건설은 분양 자체를 취소하고 부지를 현대산업개발에 매각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해당 부지에 동탄2아이파크를 분양했다. 분양가는 전용 84㎡ 2억 8000만 원으로 평당 1100만 원 선이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의 브랜드 파워에도 불구하고 동탄 2 아이파크의 분양은 980가구 중 400가구에 불과했다. 이는 부족한 인프라 외에도 동탄 2신도시의 최남단이라는 불리한 입지와 높은 분양가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9년 들어 남동탄의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미분양이 채워진 것은 물론 가격까지 치솟았다. 2019년 10월 동탄2아이파크 84㎡가 4억 16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가격 상승이 잇따르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북동탄보다 신축인데다 저렴하고 트램, 초대형 상가가 들어설 예정이라 가격 상승이 가파르다”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는 ‘하락장에 들어가고 상승장에 나와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아파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동탄2아이파크는 인접 지역 때문에 투자 가치가 낮았고 경지 아리움은 주변 인프라가 좋았으나 상품 자체의 매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서울이라는 입지 장점을 가지고 있어 투자 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글 임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