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확정되면 정비 사업구역 거주자는 분주해진다. 공사 기간 동안 머물 주택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조합은 이사를 가야 하는 거주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일종의 ‘이주 비용’을 제공한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조합원을 위한 혜택의 일부라 생각되는 이주비용, 사실 그냥 주는 돈이 아니다. 지금부터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용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 보도록 하자.

시공사가 건네준 이주비의 정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사업 구역 내 거주자들은 이사를 가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업 계획을 알고 있었다 할지라도, 거주자 중에서는 이주 비용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때 시공사는 미리 마련한 자원으로 사업 구역 내 부동산 소유주(조합원)에게 이주비를 빌려준다. 즉, 이주비는 입주가 마무리되면 시공사에게 다시 갚아야 하는 돈이라는 의미다.

중간에 은행이 매개되어 있다면 이주비가 ‘돌려주어야 하는 돈’이라는 점은 더 명확해진다. 시공사는 자신을 보증으로 내세우거나, 조합원의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주비를 지불하기도 한다. 이때 발생하는 이자를 시공사가 부담할 때를 ‘무이자 이주비’, 조합원이 낼 때를 ‘유의자 이주비’라고 칭한다. 이렇게 지급받은 이주비로도 이사 비용이 부족할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상황에서는 조합원이 자신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세입자도 이주비 받을 수 있을까

재건축이라면 사업 구역 내 부동산 소유주만 이주비를 받을 수 있다. 전·월세 세입자라면 이주비는 따로 지급되지 않는다. 재개발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민영 방식인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은 공익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에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따라서 정비 구역 지정 3개월 이전에 입주한 세입자라면 이주비가 주어진다.

부동산 소유주라도 이주비를 못 받을 수 있다. 보통 부동산을 매입할 때는 은행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재건축 아파트는 다르다. 재건축 대상 건물의 전체 자본이 소유주의 것이어야만 이주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 이주비 지급을 원한다면 기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한 후, 조합은행을 통해 이주비 대출을 받아야 한다.

조합이 내준 이자라도 세금 부과

최근에는 이러한 이주비 대출 과정에서 ‘무이자 이주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시공사와 조합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국세청은 이 점을 근거로 들며, 시공사의 이자 지불이 분양 시 얻을 이익을 미리 분배하는 행위라 지적했다.

시공사와 조합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저 사업비의 일환으로 지불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국세청의 지적대로 선배당 행위가 된다면, 대출 이자에도 15.4%의 배당 소득세가 부과된다. 보통 시공사는 형평성을 위해 이주비 대출을 받지 않은 조합원에게 이자 비용을 주기도 한다. 졸지에 대출을 받지 않은 조합원까지 배당 소득세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비 구역에 속한 거주자라면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이사비, 주거 이전비 등과 같은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일부 시공사는 사업 선정 때 조합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통 큰 이주비 혜택을 내걸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이주비는 공사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거주자들을 위한 시공사와 조합의 배려 차원에서 지급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과한 이주비는 분양가 상승을 불러와 미분양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까지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