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쟈니로켓, 쉑쉑버거가 국내에 진출했으며 인앤아웃버거가 올해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웨이팅이 길었으며 줄을 섰으나 구매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프리미엄 햄버거 시장에 대한 관심은 지속해서 높아져만 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프리미엄 햄버거 시장의 시작에는 국내 1호 프리미엄 햄버거 프랜차이즈, 크라제버거가 있었다.

크라제버거는 1998년 11월 국내 최초로 소위 ‘프리미엄 햄버거’를 카피로 내세우면서 햄버거 시장에서 처음으로 고급화 전략을 선보였다. 당시 일부러 임대료가 비싼 대치동, 가로수길 등에 매장을 세웠다. 이후 크라제 버거는 해마다 200억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외식 창업계의 신화로 불리던 크라제버거는 어느 순간 길거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크라제버거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대구 물리학과생의 수제 햄버거 창업

크라제코리아를 창업한 민병식 대표는 대구의 한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었다. 하지만 공부와는 연이 없고 외식업계와 연이 있었다. 당시 해외 유학 붐이 한창이었기에, 그는 방학 때 한국에 들어온 유학생들이 미국풍의 고급스러운 식당을 찾을 거라고 믿었다. 이를 위해 호주산 냉장육 쇠고기의 목 등심만 사용하는 등 고급 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햄버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햄버거 단품의 가격은 8,000~10,000원이었다. 전성기인 2000년대 후반 기준으로는 굉장히 비싼 가격 책정이었다. 게다가 과거에는 미국처럼 부가세를 별도로 표기하고 음료를 추가 주문하게 했는데, 이렇게 주문하면 1만 원은 가볍게 넘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비싼 가격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민 대표의 예상대로 크라제버거는 히트하게 되었고 해마다 2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다.

전국 100여 개가 넘는 점포까지

영국 스타 쉐프 대런 보한을 영입하기도 했다.

수제 햄버거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해 의심하던 사람들도 부러워할 만큼 크라제버거는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 크라제버거는 43개의 직영 매장에 가맹점을 포함한 100여 개의 점포를 운영했다. 또한 미국, 싱가포르, 마카오, 상하이 등 해외에도 안착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2011년 크라제버거는 366억 원의 매출을 올리게 되면서 매출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크라제버거 직원 교육 영상

크라제버거는 타 햄버거 프랜차이즈와 다르게 국내 매장 종업원을 정식 직원처럼 대우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펼쳤었는데, 바로 매장 종업원들에게 영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또한 의도적으로 크라제버거라는 특이한 이름을 통해 국내 브랜드임을 감추었었다. 하지만 브랜드명을 Korea(대한민국)와 Craze(열중, 열광)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비사가 퍼지며 국내 토종 브랜드임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도 하였다.

사업 확장, 해외 진출 연이은 실패…

전성기 이후 외식 소비자들의 기준은 점차 까다로워진다. 게다가 이태원, 강남을 중심으로 진짜 수제 햄버거를 만들어 파는 개인 전문점이 생겨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위기를 감지한 크라제버거는 무리한 사업 확장과 주식시장 상장 시도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경영 위기를 겪게 된다. 당시 텍사스치킨, 한고가, 치맥, 압구정볶는커피 등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워싱턴 국제프랜차이즈박람회에 나선 크라제버거

우회상장을 위해 제약회사 제넥셀세인의 지분을 대거 인수했으나 제낵셀세인의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 진출에도 실패하면서 1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후 자금 유동성 악화로 사옥을 경매에 내놓고 만다. 홈쇼핑에 진출로 위기를 모면하고자 했지만, 상표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결과만 부른다. 결국 재무구조 악화로 크라제버거는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된다.

삼양식품의 인수에도 지속하는 하락세

2014년 삼양식품 출자의 펀드가 크라제버거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브랜드 ‘크라제 MEX’를 론칭한다. 하지만 새 브랜드인 ‘크라제그린’, ‘크라제맥스’가 시장에서 눈길을 받지 못하면서 삼양식품의 손실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을 한다. 그 와중에 크라제버거 미국 가맹점 사업자가 미국 현지 법원에 360억 대의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두 번째 법정관리에 들어간 크라제버거는 재매각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입찰에 나선 업체가 단 한곳도 없어 최종적으로 매각이 무산된다. 2014년 9월 법원의 판단하에 크라제버거는 회생 절차를 폐지한다. 이후 크라제버거 법인은 파산했지만, 상표권 등의 자산은 LF 푸드가 사들이면서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다.

결국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던 크라제버거는 공들여 쌓아 올린 성공의 탑을 무리한 사업 확장, 해외 진출, 그리고 소송으로 인해 무너트리고 말았다. 현재는 홈쇼핑과 이커머스에서 스테이크와 샌드위치 등의 간편 조리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얼마 남지 않은 매장만 운영되고 있는데, 과연 크라제버거가 화려한 컴백을 할지 현재 사업을 유지할지 크라제버거의 향후 발걸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