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되는 아파트들은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면서 ‘마천루’, ‘스카이뷰’라는 이름들이 붙여지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에서도 시대에 따라 유행처럼 나타나는 특징들이 있다. 현재는 보기 어려운 모래 놀이터도 그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과연 과거 고급 아파트를 자부했던 아파트들은 어떠한 특징이 있었을까? 한번 알아보자.

벙커가 있는 압구정 유명 아파트

압구정 현대 8차, 한양 4차 아파트는 건설 초기부터 브랜드와 강남 아파트 열기를 타고 고소득 중산층과 상류층이 몰려드는 인기 아파트였다. 그런데 한강 변 고층 아파트들 중 가장 앞에 위치한 아파트들에는 움푹 팬 듯한 모양의 구멍들이 있다. 의문의 구멍 뒤에는 평범한 계단이 있다.

하지만 전시상황이 되면 구멍은 기관총 사격을 위해 준비된 기관총 거치대, 총안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전쟁 시, 한강 남쪽을 기준으로 방어선을 구축하기위해 설치된 것으로 추측된다.

압구정 현대 8차와 한양 4차는 고급 민영아파트 문화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유명하다. 1976년부터 1987년까지 입주가 이뤄진 낡은 아파트임에도, 탁월한 위치와 주상복합보다 더 나은 거주환경으로 인해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재건축관련 소식으로 크게 상승해었다. 하지만 12ㆍ16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도 호가가 급락하고 있다. 현재 약 24억~40억에 매매되고 있다. 또한 조망권에 따라 1억~2억 정도 가격 차이가 있다.

‘특수난방 위생시설’이 도입된 아파트

툭 튀어나온 샛노란 주 출입구를 지나 서울맨숀아파트의 중정에 서면 아파트보다 높은 굴뚝이 서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연탄보일러가 흥행하던 시절, 아파트 기계실 중앙난방기를 가동하여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시스템의 핵심은 굴뚝이었다. 그래서인지 70년대 아파트의 굴뚝은 부유함의 상징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개별난방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중앙난방에 사용되던 굴뚝은 더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

45년이라는 오래된 역사에도, 홍제동 서울맨숀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이는 서울시가 정한 200% 용적률을 넘어가는 아파트 용적률 때문이다. 서울맨숀아파트의 용적률은 280%이다. 70% 이상 면적을 줄이는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에는 약 2억에 매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세권이며 서울 도심부와 매우 가까워 집 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내 아파트 최초의 실내 수영장들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실내 수영장은 지금도 전형적인 대표 격 고급 편의시설이다. 70년대 초반, 이촌동 한강 외인아파트, 반포동 한신 주상복합과 잠실주공 5단지 등에 아파트 단지 수영장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촌동 로얄맨션이 아파트 실내 수영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규모의 수영장을 외부인들에게도 오픈하면서 더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더이상 로얄맨션의 실내 수영장을 찾을 수 없다. 1972년도에 지어진 로얄맨션은 2004년 아파트 리모델링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실내 수영장을 지하 주차장이 대체하게 된다. 현재 로얄 맨션은 워터파크급 수영장 시설로 인기를 끌었던만큼 아직까지 고급 아파트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앞으로는 한강과 인접하고 뒤편으로는 용산가족공원과 가깝게 있다. 한강 너머로는 반포역과 근처에 신용산역이 있어 편의성이 높다. 현재에는 약 8억에서 15억에 매매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마다 테니스장이 있는 동네

1960년대 당시 테니스는 서구에서 유입된 스포츠 중에서 엘리트 스포츠로 알려졌다. 이를 국민스포츠로 만들고 싶었던 박정희 대통령은 1976년 주택건설촉진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면서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는 의무적으로 테니스장이 설치됐다. 주민의 여가 문화 생활을 위한 선진 체육시설 확대 차원이었다. 그래서인지 당시 지어진 목동 아파트 단지에는 테니스장이 많다.

하지만 최근 양천구에서 목동 아파트 소유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영주차장과 테니스장을 유지하자는 의견은 5.7%밖에 안되었다. 이러한 공간을 공원과 복합문화시설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58.6%를 차지했다. 이처럼 한때는 고급편의시설로 이용되었던 테니스시설이었지만 테니스 인기가 저조해지면서 자연스레 주민들의 사용 빈도도 저조해진 거로 확인되었다. 최근 안전진단 통과로 집값이 몇억씩 변동했지만 정부의 규제 때문인지 거주민들은 조용히 기다리는 분위기이다.

최근 떠오르는 고급 아파트 편의시설로는 스크린 골프장, 스카이브릿지, 루프탑 수영장 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처럼 신선하게 도입되었던 초기 고급 아파트 시설들은 현재 사용되지 않거나 없어진 장소가 많다. 어느샌가 과거의 뒤편으로 사라진 편의시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좋은 추억의 장소였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지어지는 편의시설들도 주민공동체에 좋은 추억과 편의를 선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