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논란 속 잠실의 거인 신격호가 잠들었다. 그가 남긴 개인 재산은 약 1조 원으로 4명의 상속인이 법적 권한인 25%에 따라 2500억 원씩 상속받을 경우 각각 50%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경영권을 물려받는 재벌들의 상속세가 50%에 달하지만 실 납부액은 그보다 적었던 만큼, 재벌들의 상속세 절감법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상속세를 절감하고 있을까? 조금 더 알아보자.

1. 세습의 최대 위협, 상속세

현행법상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분은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부과되고 있다. 여기에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 할증을 더하면 상속세율은 65%까지 높아진다. 재계는 “상속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속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는 투기 자본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라며 상속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승계 편의를 위해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국론이 두 갈래로 나뉜 까닭도 이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핵심은 삼성전자지만, 정작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삼성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공고하지 않다.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의 재산 상속세가 최소 5조 원으로 예상되고 엘리엇 사태 등 경영권 위협이 있었던 만큼, 삼성전자가 외국인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 상속세도 할부가 된다

현행법상 상속세가 2000만 원을 넘을 경우 최대 5년간 상속세를 분납할 수 있다. 이처럼 세법에서 보장하는 상속세 분할 납부 방식을 ‘연부연납’이라 한다. 부동산 재산과 같이 단시일 내에 처분하기 어렵거나 한 번에 상속세를 모두 낼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제도다. 대신 연 2.1%의 이자가 부과된다. 최근 연부연납을 신청한 재벌로는 상속세 9179억 원의 LG 구광모 회장 일가와 2700억 원대의 한진家 유족들이 있다.

그러나 연부연납 자체만으론 경영권 보호 및 절세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과거 세아그룹 2세 이운형 전 회장의 타계로 3세인 이태성 당시 세아홀딩스 부사장은 세아제강과 비주력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주식담보대출까지 받아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었다. 당시 그는 1700억 원의 상속세를 부과 받아 2013년 9월 연부연납을 신청했다.

세아제강 지분 8.38%를 상속받아 총 19.12%로 최대주주가 된 이태성 부사장이었지만 상속세 납부를 위해 세아제강 지분을 수차례 매각해, 상속세 완납 후 그에게 남은 세아제강 지분은 4.2%에 불과하게 되었다. 본래 가지고 있던 지분마저 반 토막 난 셈이다. 법까지 개정되어 2017년 이후 주식 물납이 어렵게 되면서 상속세 납부는 재벌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3. 연부연납으로 절세하는 법

주식 물납도 어렵고, 2.1% 이자도 까다로운데 굳이 왜 재벌들은 연부연납을 애용하는 걸까? 이는 금액적인 부담도 있지만 배당금을 통해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부연납을 신청한 LG 구광모 회장이 LG의 새로운 수장이 된 이후 LG는 현금배당을 2290억 원에서 3520억 원으로 높였다.

배당금은 보통주 기준 주당 1300원에서 2000원으로 늘었지만, LG의 순익은 2조 4400억 원에서 5530억 원 감소한 1조 8800억 원이다. 이에 따라 LG의 배당성향은 9.39%에서 18.68%로 단숨에 뛰었다. 업계에서는 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올린 만큼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한 변화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LG 주식을 17% 이상 보유한  대주주인 구광모 회장은 세후 302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5년간 동일 금액을 배당할 경우 구광모 회장은 상속세 중 1500억 원가량을 배당금만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까지 겸하고 있기에 가능한 절세 수단인 셈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인들은 과중한 상속세에 불법적인 수단에 쉽게 빠져들기 쉽다. 때문에 상속세 감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상속세 완화 찬반 측의 논의는 여전히  “재벌의 상속세 완화 이전에 재벌들의 준법, 사회 책임 경영을 통한 신뢰 회복이 먼저다.”와 “상속세로 납부된 세금은 일 년 단위로 소모되지만, 기업은 그 세금을 통해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 언론인은 이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기업의 상속세 편법을 눈감아주는 이유는 근본적인 질문에 있다.”라며 “상속세 납부를 통해 한국의 재벌 그룹 경영권이 외국인에게 넘어가거나 청산해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라고 덧붙였다.

글 임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