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마다 베스트 셀러 제품이 있기 마련이다. 그 제품들은 출시부터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며, 브랜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세계 3대 명품 브랜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루이비통에도 베스트 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제품이 있다. 이 제품은 루이비통을 ‘먹여 살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늘 매출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중이다. 과연 루이비통은 제품 하나로 어떤 경제적 효과를 보게 된 것일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3초에 한 번씩 보는 가방

루이비통의 스테디셀러는 1930년 출시된 ‘스피디 반둘리에 30’이다. 여행용 가방 키폴백의 핸드백 형태로, 출시부터 지금까지 그 명성을 누리고 있다. 한국에서 이 제품이 급부상하기 시작하게 된 건 1990년대 후반 부터다. 당시 국내 길거리에서 3초에 한 번씩 스피디 백을 볼 수 있어, ‘3초 백’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스피디 백이 국민 아이템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품 브랜드임에도 다소 저렴한 가격 덕분이다. 약 100만 원 선이면 구매할 수 있었던 제품으로, 루이비통 제품 중에서도 저가 라인에 속한다. 실제로 학생과 사회 초년생의 선호도가 높은 제품이다. 그 덕에 루이비통은 한국에서 명품 입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아시아 명품 시장 연구가 라다 차다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20대 여성의 절반이 루이비통을 소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출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01년 494억 원이었던 루이비통 코리아의 매출은 불과 8년 만에 7.5배나 성장했다. 2007년에는 롯데·신세계 백화점 명품 브랜드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면세점의 인기는 더했다. 백화점보다 약 20%나 저렴한 덕분에 하루에 20개 정도는 거뜬히 판매될 정도였다. 이렇게 루이비통은 2016년까지 면세점 패션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한국에서 승승장구한다.

중국 큰손 끌어모아 호황

루이비통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브랜드이지만 유독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폭발적이다. 일본 역시 그중 하나로, 2013년 국내 면세점 루이비통 매출의 11%가 일본인이 차지한 바 있다. 한국 역시 명품 가방 브랜드 소비국 전 세계 4위에 걸맞게, 루이비통이 기대하는 매출이 꽤 높은 편이다.

최근 주목받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소비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명품 시장의 큰손으로 유명하다. 특히 루이비통의 스피디 백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2019년 중국 내 면세 가격 어플리케이션 데이터에 따르면, 스피디 백은 핸드백 품목 중 가장 높은 검색률을 기록했다. 스테디셀러의 면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레트로 열풍으로 이미지 변신

인기가 너무 많았던 탓일까. 루이비통의 스피디 백은 기본 아이템을 넘어 흔한 아이템으로 전락하며, 점차 희소성을 잃어간다. 기존 디자인에 색상과 크기만 변화를 주어 판매하는 전략도 통하지 못했다. 후속 제품 없이 가격 인상만을 고수하던 루이비통은 결국 한국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모두 부진을 겪게 된다.

스피디 백이 변하지 않는 루이비통의 스테디셀러인 것은 맞지만, 오래된 세월만큼 촌스러움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2017년을 기점으로 스피디 백의 이미지가 부활의 조짐을 보인다. 할리우드 셀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레트로 열풍 덕분이다. 이렇게 스피디 백은 레트로에 힘입어 클래식의 대명사로 스테디셀러의 명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스피디 백은 여전히 루이비통 매출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2000년대 초반 ‘3초 백’이라 불리던 시절만큼의 인기만은 못하다. 그러나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판매율이 꾸준하다는 건, 그만큼 훌륭한 디자인이라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훌륭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사로잡고, 더불어 과거의 추억까지 상기시켜주는 스피디 백은 어쩌면 명품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