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은 국내 아파트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형태다. 이러한 디자인은 다소 단순하고 획일적인 모습으로, 대한민국이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사실에 불을 지폈다. 이후 등장한 탑상형은 성냥갑 모양의 판상형과 달리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으로 단숨에 아파트 시장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기가 시들했던 판상형 아파트가 유행하고 있다. 혹평뿐이었던 판상형 아파트로 사람들이 돌아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성냥갑 아파트의 등장

1970년대 이후 아파트 건축 구조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국내 아파트 문화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판상형 아파트, 소위 성냥갑 아파트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판상형 아파트는 풍수지리의 조건과 관계가 깊다. 모든 세대가 남향을 바라볼 수 있기에 동, 호수에 관계없이 일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안고 판상형 아파트는 국내 아파트 시장이 선호하는 디자인 1위에 등극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던 논란을 불러왔다. 1986년 주택공사는 주공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남향에 당첨된 180가구에게 160만 원의 분양가를 더 요구했다. 이 시기부터 분양 광고에서 남향 배치를 강조하는 문구가 등장했다. 하지만 남향을 집착하다 보니 효율적인 건축의 가능성이 줄어들며 획일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탑상형의 등장으로 뒤바뀐 판도

판상형 아파트는 양면에 창을 설치해 환기가 탑상형보다 환기가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앞뒤로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 기존보다 집을 넓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평면이 획일적이고 외관이 단조롭다는 단점이 계속해서 언급되어 왔다. 그래서인지 2000년대부터는 주상복합아파트를 시작으로 ‘Y’와 ‘T’자 형태의 탑상형 아파트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Y자와 T자형으로 지어져, 같은 동이라도 일조권이 상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세대별로 부동산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인다. 또한 일부 ‘ㅁ’ 자로 지어진 탑상형은 창문이 한 방향으로만 있기 때문에 판상형과 달리 통풍이 그리 원활하지 않다. 만약 다른 동끼리 마주하고 있는 구조라면, 사생활 침해도 피할 수 없다.

판상형으로 다시 돌아오는 이유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최근 홀대받았던 판상형이 다시 아파트 시장을 사로잡고 있다. 일단 남향에 대한 욕구가 판상형의 컴백에 큰 작용을 했다. 한국은 되도록 많은 공간이 남쪽을 향한 거주지를 선호한다. 전문가들 역시 남향인 아파트가 더 넓고, 밝아 보인다며 강조하는 중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아파트는 전면의 폭이 좁다. 그래서 발코니가 좁아지면서 집에 긴 복도가 생기는 특징이 있다.

과거보다 건축 기술이 발전하면서, 같은 판상형이라도 공간 활용을 달리할 수 있다. 4베이 평면, 알파룸, 서비스 면적이 그런 사례다. 4 베이는 공간 활용도가 가장 뛰어난 구조로 꼽힌다. 4개의 공간을 남향으로 하여 겨울 난방비가 절감된다. 그리고 거실과 주방 사이에 공간을 조정해 집안이 넓어 보이게 만들었다. 또한 평면 설계 때 버려지는 공간을 최소화하면서 만들어진 ‘알파룸’도 추가 공간을 확보하여 주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물론 판상형도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리한 발코니 확장으로 인해 오히려 집 안의 휴식 공간을 잃기도 한다. 멀리서 봤을 때 다소 답답한 느낌을 주는 외관도 일종의 단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거주 문화는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베이, 알파룸 등의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한 만큼, 판상형 아파트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