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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의 답변은 천차만별로 갈린다. 서울의 경우 지역마다 경계가 매우 뚜렷해, 구 단위보다는 동네 이름을 언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강남구 거주자들은 ‘강남 산다’라는 대답을 넘어 대치동, 청담동, 압구정동과 같은 동 단위로 답하곤 한다. 드라마 속에서 ‘평창동입니다’, ‘성북동입니다.’라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러한 특징은 비단 서울 거주자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민 역시 시 단위, 구 단위보다 광교, 동탄, 산본 등 더 구체적인 거주지를 답한다. 경기도민들에게 거주지를 물었을 때 이렇게 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신도시 건설로 쏠리게 된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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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서울 공화국’이라는 별명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기관과 주요 대기업, 그리고 각종 문화시설까지 서울에 존재해 서울 인구는 그야말로 넘쳐났다. 이로 인해 주택 가격까지 나날이 상승하면서, 정부는 ‘신도시 건설’이라는 조치를 내리게 된다. 경기도는 서울과 가장 인접한 지역이었기에, 신도시 건설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분당 신도시 건설 전후 모습과 동탄 신도시의 전경

논밭이 즐비했던 경기도 일대는 제1기 신도시 계획으로 아파트촌으로 변모한다. 늘어난 세대수에 맞춰 각종 생활 편의시설과 학군도 형성되었다. 제2기 신도시 건설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경기도 신도시는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는다. 이처럼 경기도는 지역 외부적으로 ‘신도시’ 이미지가 굳혀져 있기 때문에, 일산·분당·판교·광명 등의 신도시 명칭으로 거주지를 말하는 것이 익숙해진다.

구보다 더 유명한 동네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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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주변 지역과의 차이도 구체적인 동네 명칭을 언급하는 행동과 연관이 깊다. 특히 일산의 경우가 그렇다. 일산 신도시는 고양시에 편입되어 있지만 규모가 엄청나 일산을 하나의 시로 착각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실제로 고양시는 일산을 중심으로 개발 지역과 비 개발 지역의 차이도 크다. 생활권이 완전히 달라지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일산’이라는 구체적인 명칭을 사용하게 된다. 인근에 사는 거주자들 역시 일산의 인지도가 더 크다는 점을 알고 있어, “일산 근처에 산다”고 답할 때가 더 많다.

같은 구여도 신도시 명칭으로 말할 때가 있다. 성남시에는 분당과 판교 총 2개의 신도시가 존재한다. 분당은 교통·자연·교육 등 빠지는 것이 없어 가장 성공한 신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판교도 주거 환경은 나쁘지 않지만 판교 테크노 밸리 조성으로 자족 도시의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두 지역은 각자의 특징이 매우 뚜렷해 ‘분당구’로 묶이기보다는 분당과 판교라는 신도시 명칭으로 불리는 중이다.

서울 따라잡는 경기도 집값

서울이 구 단위가 아닌 동네 명칭을 먼저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종의 ‘동네 부심’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동네 부심은 경기도에도 적용된다. 경기도는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면서, 서울보다 더 쾌적한 주거 환경을 자랑한다. 집값도 훨씬 저렴해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매매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새로운 부촌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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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지역 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은 과천이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과천은 다른 신도시 예정지보다 강남과 인접하다. 과천지식정보타운과 복합쇼핑 테마파크도 조성될 계획이라 강남 주거의 새로운 대체지라는 평가도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호재 덕에 과천은 2019년 경기도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분당은 신도시 건설 초기부터 지금까지 경기도 부촌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강남권 부자들이 복잡한 서울 찾아 떠난 곳으로, 실제로 강남 3구 다음으로 현금 부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 최근엔 삼성전자가 수원을 이전하면서, 광교 신도시가 수원의 집값을 견인하는 중이다.

사실 서울 거주자들에게 사는 곳을 물었을 때 ‘서울 산다’고 대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상대방이 보다 구체적인 지역을 물어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저 미리 동네를 언급할 뿐이다. 경기도민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동네 명을 언급하는 이의 의도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상대방이 더 널리 알고 있는 지명을 말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