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타이틀을 모두 거친 CEO가 있다. 모두가 꿈꾸는 기업을 퇴사하고 창업가 반열에 오른 그는, 2019년 마침내 1조 주식 부자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단 2개월 만에 제작한 앱 하나로 만들어낸 결과다. IT 업계에서 ‘레전드 창업가’로 떠오른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삼성 박차고 나와 PC방 창업

1992년 김범수 의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과 동시에 삼성 SDS 공채에 당당히 합격한다. 입사 후 윈도우의 가능성을 엿본 그는, 프로그래밍 대신 윈도우와 C++ 언어 공부에만 매진하며 자신만의 경쟁력을 쌓아간다.

통찰력은 정확했다. 반년 만에 컴퓨터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김범수 의장은 실력을 인정받아 PC 통신 ‘유니텔’과 유니텔 전용 애뮬레이터 ‘유니윈 2.0’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이후 유니텔은 하이텔을 제치고 PC 통신 2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그는 후배 5명과 함께 게임 사업을 벌이기 위해 삼성 SDS를 떠났다.

그는 퇴사 후 한양대학교 인근에 PC방을 개업했다. 게임 테스트와 자금 확보를 동시에 하기 위함이었다. 김 의장과 후배들은 PC 방 한 켠에서 개발한 PC방 관리 프로그램을 판매해 1998년 12월 ‘한게임’을 정식 오픈하게 된다. 고스톱, 바둑, 장기 등의 보드게임을 보유한 한게임은 빠르게 PC방을 장악해 나갔고, 오픈 3개월 만에 100만 명의 회원을 유치한다.

네이버 떠나고 승승장구

한게임의 회원 수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기쁜 일이었지만, 성장 초기 한게임의 직원은 단 20명에 불과했다. 하루 10만 명씩 증가하는 회원들을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이때 삼성 SDS 입사 동기 이해진 의장과 마음이 통했다.

당시 네이버는 검색 엔진으로 한국기술투자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자본을 활용할 트래픽이 부족한 상태였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리라 판단한 두 사람은 2000년 4월, 대한민국 IT 업계에 길이 남을 인수합병을 발표한다.

한게임 사용자와 네이버 검색 엔진의 시너지는 대단했다. 네이버는 한게임의 안정적인 매출을 토대로 검색 엔진 사업을 공고히 해나갔고, 2004년 야후코리아를 제치고 검색엔진 1위로 올라선다. NHN이 승승장구하던 그때, 2007년 김범수 의장은 갑작스레 미국 지사로 떠난다. 이후 8개월 뒤엔 자신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사표를 낸다.

미국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는 2007년 서울대 후배 이재범과 함께 ‘아이위랩’을 창업한다. 아이위랩은 2010년 2월 그룹형 커뮤니티 서비스 ‘카카오 아지트’를 시작으로, 3월 18일 ‘카카오톡’. 3월 30일 ‘카카오수다’를 연달아 발표한다. 특히 카카오톡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간 유료 메시지 서비스에 불만을 느꼈던 소비자들은 무료 메신저 카카오톡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톡은 출시 하루 만에 앱스토어 1위를 달성했고, 6개월 뒤엔 가입자 100만 명을 넘어서며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는다. 개발자 두 명과 기획자, 디자이너 총 4명이 단 2개월에 걸쳐 만든 앱이 보여준 기적이다.

이부진 뛰어넘은 주식 큰손

‘무료’라는 조건은 소비자에겐 최적의 서비스이지만 사업 수익을 내기엔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느낀 김범수 의장은 2010년 ‘선물하기’ 기능을 출시해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2011년엔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내세우며 수익 창출 구조를 공고히 해나간다.

2012년에는 자회사 카카오 게임즈를 만들어 애니팡 외 8개의 게임을 출시했다. 애니팡은 단순한 게임 룰로 단숨에 남녀노소를 사로잡았고, 출시 1년 만에 누적 가입자 3억 명을 돌파하게 된다. 2014년 1월 카카오는 애니팡 하나로 누적 매출액 1조 원도 달성한다. 전직 한게임 수장의 노련함이 통한 순간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게임즈로 빠르게 몸집을 불려 나가며, 2014년 다음과 손을 잡았다. 합병 후 첫 실적은 성공적이었다. 다음 카카오는 매출 8,89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영업 이익이 42%나 늘어나는 쾌재를 이뤘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카카오뱅크, 카카오 M 등 9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우리 생활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이로 인해 카카오는 2019년 연 매출 3조 701억 원을 기록할 수 있었다. 매출 3조 원을 돌파의 주역은 카카오톡이다. 앱 상단에 뜨는 광고 ‘톡 보드’와 선물하기 등의 커머스 부문이 꾸준히 성장하며, 카카오 계열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톡을 통해 카카오만의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해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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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눈에 띄는 호조로 김범수 의장 역시 ‘재벌’반열에 올랐다. 2019년 11월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는 39.4%나 상승했다. 코스피 대형주 중 상승률 1위다. 그 덕에 김범수 의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전년 대비 4,818억 원이나 불어났다. 총 1조 7,708억 원에 이르는 금액으로,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을 뛰어넘는 액수다.

PC 통신부터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김범수 의장은 IT 시장 변화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으로 지금의 카카오를 만들어 냈다. 그를 등에 업은 카카오는 대한민국 플랫폼 생태계를 빠르게 장악하며, 매년 탄탄대로를 건너는 중이다. 레전드 창업가 김 의장과 카카오가 이번엔 또 어떤 혁신을 선보일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