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화제다. 극 중 요식업계 1위 기업으로 꼽히는 ‘장가’는 시가총액 2,000억 원을 호가하고 있다. 맘스터치로 유명한 해마로푸드서비스와 맞먹는 규모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주인공 박새로이가 큰 맘먹고 구매한 건물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건물을 10억 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경리단길이라는 상권의 특수성 때문인지, 매입 가격을 두고 ‘실제로 가능한 금액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조사 결과, 극 중에 나온 건물은 후암동에 위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선택받은 이곳은 과연 어디일까? 드라마와 같은 단합력을 보여주고 있는 후암동의 단밤 포차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단밤 포차 건물의 실제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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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 주인공이 사들인 건물은 후암동에 위치한 3층 규모의 건물이다. 지난 2015년 가수 정엽이 8억 원에 매입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해당 건물은 1985년 지어진 낡은 주택으로, 후암동 언덕 끝자락에 자리해 접근성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

그러나 이 언덕 덕분에 조망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건물 앞쪽으로는 서울 시내가, 뒤쪽으로는 남산 타워가 펼쳐져 3층에서의 전망이 매우 뛰어나다. 레스토랑 오픈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던 정엽은 이 점을 높이 사 해당 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instagram @oriole_hbc

건물 용도를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한 정엽은 1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감행했다. 그 결과 1층에는 카페 겸 비스트로, 2층엔 바, 3층에는 루프탑이 들어서게 된다. 연예인 효과는 대단했다. 정엽 카페로 소문난 빌딩은 뛰어난 전망으로 단숨에 후암동 명소로 등극한다.

인기를 따라 인근 주택가에도 매수자들이 몰렸다. 투자자들은 정엽을 따라 주택을 루프탑 카페/바로 리모델링을 거쳤다. 그 결과 후암동 일대는 루프탑 거리가 활성화되었고, 특색 있는 상권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정엽의 빌딩이 일종의 핵심 점포 역할을 한 셈이다.

4년 만에 시세 차익 2배 이상

정엽이 SNS를 통해 직접 밝힌 상세 내역 / instagram @oriole_hbc

후암동의 인기를 견인한 덕분일까. 2019년 7월, 정엽은 해당 빌딩을 22억 원에 매각하게 된다. 4년 만에 얻게 된 시세차익이 무려 14억 원에 달한다. 직전 단가로 따지면 무려 175%나 상승한 가격이다. 물론 이 가격에는 리모델링 비용과 양도소득세, 대출 등이 합해져 있지만, 이만큼의 차익을 끌어왔다는 건 정엽의 투자 실력을 입증한다.

투자에 성공한 건 정엽뿐만이 아니다. 2016년 3.3㎡당 2,400만 원을 웃돌았던 후암동의 시세는 2018년 44%나 상승한 3,473만 원을 기록했다. 정엽 카페 주위 시세 상승률은 더했다. 바로 왼쪽 건물은 직전 단가 대비 무려 545%, 뒤쪽 건물은 31%나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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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엽이 부동산 투자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낡은 주택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하면서, 건물에 원하는 업종이 들어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후, 반년에 걸친 리모델링을 거쳐 루프탑을 개방함으로써 조망권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했다. 언덕이라는 지리적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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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이후의 행보 역시 투자자로서의 면모가 돋보였다. 그는 건물을 파는 대신, 기존에 운영했던 자신의 가게는 그대로 운영하는 ‘리스백’ 매각 방식을 취했다. 건물주에서 세입자가 된 것이다. 그 덕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정엽 카페’로서의 명성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후암동의 놀라운 단합력,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갈까

이태원 상권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직격타를 맞은 것으로 유명하다. 경리단길이 신흥 상권으로 주목받으며 유동인구를 끌어모았지만, 인기에 따라 임대료가 함께 상승하면서 빈 점포가 늘어났다. 현재 경리단길 일대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가게들 역시 매출이 나오지 않아 사실상 휴업 상태와 다름없다.

(우) 해방촌 인기 맛집에 늘어선 줄 / todaynews

경리단길 맞은편에 위치한 해방촌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해방촌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경리단길의 대안 상권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건물주들의 배려가 더해졌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눈앞에서 확인한 해방촌 신흥시장 건물주들은 2016년, 6년간 임대료를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국적인 분위기로 주목받은 해방촌은 이러한 단합력이 더해져 아직까지 경리단길보다는 활발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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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은 이러한 해방촌의 분위기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남산 아래 달동네’라는 별명을 가진 곳이었지만, 정엽의 카페가 들어서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낡은 외관은 오히려 후암동 특유의 느낌을 만들어내며 SNS 상에서 인기를 끌었다. 불편하기만 했던 언덕은 서울의 야경 명소로 탈바꿈해 ‘핫플레이스’라는 명성에 불을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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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건물 매입 소식은 오히려 임대료 상승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러나 후암동은 자체적으로 루프탑 골목을 형성함으로써,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가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최근엔 그간 미뤄져 왔던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어 후암동 주택 시장을 향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낙후된 지역에서 드라마 촬영지로도 선택받은 후암동의 앞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