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의 평당 월세는 7.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강남역에 위치한 ‘강남 센트럴 푸르지오’ 7평 오피스텔의 월세는 90만원으로 평당 12.8만원에 이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업무지구라는 강남역의 특성과 초역세권이 주는 편의성이 평당 월세가 높음에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이유일 것이다. 신한은행에서 발표한 20대 미혼의 평균 소득이 237만원임을 생각하면 적게는 월급의 1/5에서 많게는 1/2까지를 월세비용이 차지하는 셈이다.

그런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홍콩의 원룸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다고 화제가 되었다. 홍콩에서는 5평에 노후된 원룸의 월세가 무려 200만원이라고 한다. 믿기지 않는 가격에 실제 홍콩의 원룸 가격을 확인해보았다. 정말로 홍콩의 원룸의 월세가 200만원인지, 그리고 그게 일반적인 원룸인건지 조금 더 알아보자.

1. 홍콩 실제 원룸 가격

홍콩의 실제 원룸 매물을 찾아보았다. squarefoot사이트를 활용하였으며, 한화 200만원을 14,000홍콩 달러를 기준으로 삼았다. 우선 홍콩대학 인근에 위치한 Sai Ying Pun 지역의 Fung Yat Building의 원룸에서 딱 14,000홍콩 달러의 원룸 매물을 찾을 수 있었다. 31년 된 건물로 8.6평 정도의 크기인 이 매물은 침실 1 그리고 화장실 1로 구성되어 있다. 월세는 한화 200만원을 기준으로, 평당 월세가 23.2만원으로 계산됐다.

번화가에 위치한 원룸도 찾아보았다. 홍콩의 쇼핑거리로 유명하고, 세계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거리 중 한 곳이라는 Causeway Bay 인근에 위치한 Giok San Building에서 매물을 찾을 수 있었다. 가격은 14,000홍콩 달러로 한화로 200만원 정도다. 31년 된 이 건물의 원룸은 9.7평으로 위의 Fung Yat Building보다 1.1평 정도 더 넓으며 한화 200만원 기준 평당 20.6만원 정도이다. 실제로 매물을 찾으며 알 수 있던 건, 월세 200만원이 그리 높은 금액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결국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원룸이 특별 케이스가 아니라, 홍콩에서는 평범한 원룸임을 알 수 있었다.

2. 홍콩 거주자들의 추천

실제로 홍콩에서 집을 구한 사람이나 살고 있는 사람들은 홍콩 집값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거주자들은 방 2개 아파트는 월세가 500만원, 방 4개 아파트는 월세가 15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월세 1500만원이면 롯데월드타워에 거주해도 될 수준이다. 홍콩에서 집을 구해본 경험이 있는 블로거들은 홍콩섬에서 월세 100만원 이하로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여건 때문에 홍콩은 룸쉐어가 성업 중이다. 홍콩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주로 룸쉐어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개인룸쉐어업자보다는 전문 룸쉐어 업체를 이용하길 추천한다. 룸쉐어는 집의 방을 나눠서 사용하는 것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거주공간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만큼 사생활 보호가 어렵다는 점,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데 거부감이 있다면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3. 높은 집값의 이유

평당 월세가 너무 높아 홍콩에서는 주거용 건물을 세울 때 처음부터 소형평수로 짓는다고 한다. 이렇게 소형 평수로 지어진 주거공간을 부르는 말도 나노플랫, 캡슐홈, 구두상자집 등 다양하다. 홍콩의 집값이 이렇게 비싼 이유가 뭘까? 홍콩의 인구밀도 때문일까? 한국의 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39.55km²)보다 홍콩의 구룡반도(47km²)의 인구밀도가 3.36배 더 높다고 한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고액 연봉자들이 많고 홍콩 지방정부가 땅을 팔아 재정을 메꾼다는 등의 여러 가지 이야기도 있지만,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거품이 홍콩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홍콩의 낮은 지대(토지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가 전 세계의 부동산 투기 자본을 끌어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집값 상승도 2018년부터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홍콩의 집값을 잡은 것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미중의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중국의 금리도 상승하면서 집을 구매할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4. 홍콩의 빈부격차

홍콩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2017년 기준 4만 6천 달러 이상으로 한국 2만 9천 달러 보다 높다. 그러나 정작 홍콩 대졸자 평균 임금은 152만원이라고 한다. 왜 이런 걸까? 이는 홍콩의 최저시급이 우리나라보다 낮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집값은 매년 10% 이상 상승해왔지만 홍콩의 최저임금은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그나마 2018년 하반기에 홍콩은 최저임금을 8% 인상하여 시급을 34.5달러에서 37.5달러로 조정하였다. 그러나 홍콩의 건물관리업 상공회의소는 최저시급의 상승으로 건물 관리비가 최소 5% 상승할 것으로 보았다. 결국 홍콩 근로자 월급 인상분의 대부분이 또다시 월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5. 집이 있어도 힘든 이유

홍콩에서는 자기 집을 가지는 것도 문제고 월세집을 구하는 것도 힘들지만, 정작 집을 구해놓고 집에 못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영국 BBC가 밝혀낸 바에 의하면, 홍콩의 24시간 맥도날드에서 잠을 청하는 일명 ‘맥 난민’ 중 70% 월세를 낼 수 있는 이들이며 실제로 월세집에서 살고 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비싼 월세를 내면서도 그들이 집이 아닌 맥도널드에서 불편하게 잠을 청한다. 그 이유가 뭘까?

한국과는 달리 홍콩에서는 집주인이 누진세를 적용한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 15배까지 전기세를 높게 받는 집주인도 있다고 한다. 홍콩의 여름은 고온다습한데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세가 무서워 에어컨을 틀지 못하니 차라리 시원한 맥도널드에서 잠을 청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차라리 월세 내는 돈으로 호텔에서 장기 투숙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홍콩의 저소득자는 집이 유무와 상관없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사 투자는 누군가에게 재산을 불리는 수단이지만 누군가에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것이 옳다 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2018년 하반기부터 홍콩의 집값 상승이 꺾이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은 분명 한국보다 1인당 GDP가 높은 나라다. 하지만 홍콩의 야경은 어두운 면이 가려지기에 아름다워 보일 뿐이다. 우리가 아는 쇼핑 천국, 화려한 홍콩은 멀리서 본 야경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