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보급된 지 꽤 오래된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오래된 아파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세월의 흐름만큼 신축 아파트들도 대거 등장했지만, 의외로 나이가 든 단지를 선호하는 이들이 꽤 많다. 옛 아파트 거주자들은 ‘오히려 더 살기 좋다’는 평까지 내뱉는 정도다. 새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던데, 왜 아파트에는 이러한 공식이 쉽사리 적용되지 않는 걸까? 낡은 외관에 숨겨진 오래된 아파트의 숨겨진 매력을 한번 파헤쳐 보도록 하자.

가성비 자랑하는 옛날 아파트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국민이 인정하는 아파트 공화국이지만, 공급만큼이나 넘치는 수요로 인해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신축 아파트는 깨끗한 주거 환경과 화려한 내부 시설로 분양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갈수록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오래된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신축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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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파트는 아파트가 막 공급되기 직전 건설되었기에, 입지가 뛰어난 경우가 많다. 다른 단지가 들어서기 직전 알짜배기 지역을 미리 선점한 덕분이다. 실제로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교통 환경은 물론 단지 인근으로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자랑한다. 노후 아파트 비율이 높은 지역에 새 아파트가 들어설 때 청약 경쟁률이 높은 것 역시 이러한 이유 덕이다.

기둥 구조로 층간 소음 걱정 뚝

아파트 거주자들의 가장 큰 걱정인 층간 소음도 오래된 아파트라면 문제없다. 1980년대 이후 건설사들 사이에선 ‘벽식 구조’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벽식 구조는 기둥 없이 벽이 천장을 받치는 형태로, 건물 층고가 낮출 수 있어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공사 시간도 짧아 1기 신도시가 들어섬과 동시에 ‘아파트=벽식 구조’라는 공식이 굳어진다.

실제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공급된 공동주택 500가구를 보면, 무려 98.5%가 벽식 구조를 택했다. 그러나 벽식 구조는 바닥의 소음이 벽을 타고 그대로 전해져 층간 소음에 취약하다. 뿐만 아니라, 벽 하나가 건물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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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기둥식 구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와 기둥이 천장을 받치는 형태로, 바닥으로 전해지는 소음이 보와 기둥으로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오래된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 문제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이유다.

소음 문제는 어찌 해결했을지 모르지만, 연식이 오래될수록 노후화된 내부에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이때 기둥식 구조가 빛을 발휘한다. 기둥식 구조는 벽식구조와 달리 기둥이 있기 때문에 벽을 허무는 것이 비교적 간단하다. 덕분에 설비 교체가 쉽고 내부 구조를 자유롭게 바꾸기 용이하다. 아파트 가격이 원체 저렴하므로, 내부 수리만 거친다면 오래된 아파트라도 신축 못지않은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성냥갑 아파트의 반전 매력

과거 아파트들은 대량 건설 방식으로 공급되면서, 일자 형태의 ‘판상형 구조’로 건설되는 경우가 많았다. 판상형 구조가 적용된 단지들은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기 때문에 성냥갑 아파트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이후부터는 Y, T자 형태의 타워형 구조가 인기를 끈다.

그런데 최근 판상형이 다시금 각광받고 있다. 단지가 남향으로 배치되어 채광이 우수할뿐더러, 창문이 앞뒤로 나 있어 통풍과 환기에도 유리해서다. 게다가 일자형으로 이뤄진 판상형 구조는 3·4베이로 설계하는 것이 용이한 것은 물론, 모양이 가지각색인 타워형보다 서비스 면적도 더 넓은 편이다.

대형 평형대로만 이뤄진 압구정 현대 아파트

신축 아파트에 비해 넓은 평수도 오래된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발코니 확장을 거쳐 전용 면적을 넓힌다. 반면 과거엔 가족이 4인 이상이었기에 기본적으로 중대형 평형대가 많다. 게다가 발코니가 앞뒤로 있는 구조가 대부분이라, 발코니 확장을 통해 신축보다 공간을 더 넓게 사용 가능하다.

투자 가치 기대감까지

(좌) 철거가 한창인 개포주공 2단지의 모습, (우) 재건축 완료 후 아파트 입구

무엇보다 사람들이 오래된 아파트를 찾는 이유는 투자 가치가 높아서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주거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곤 한다. 이로 인해 낡은 아파트들은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노후 아파트는 주거 환경이 보장되어 있어, 향후 재건축이 된다면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대형 면적은 공급량이 적어 1인 가구 증가에도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의 넓은 공간도 최근 아파트 선호 트렌드에 완벽히 부합하고 있다. 1~2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주택 시장에서는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대거 등장했다. 소형 평형대는 인기와 동시에 프리미엄이 붙어 분양가 상승까지 견인한다.

그런데 분위기가 바뀌었다. 2019년 9월,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41.7 대 1을 기록했다. 9.45 대 1로 마무리된 소형 아파트와 4배나 차이 나는 수치다. 이처럼 주택 시장에서 중대형 평형대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오래된 아파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1966년 지어진 동대문 아파트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거주가 불편한 건 아니다. 실제로 아파트는 관리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50년이 지나도 튼튼함을 자랑한다. 낡은 내부 시설을 손봐야 할 때도 있지만, 아파트 가격이 날로 상승하는 지금 오래된 아파트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세월에 편견을 갖기보다는, 보다 더 넓은 시각으로 아파트를 바라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