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를 향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간 택배기사는 ‘힘든 직업’의 대명사로 꼽혀 왔다. 물론 실제로 업무 강도가 매우 높은 편이지만,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택배기사를 꿈꾸는 이는 드물었다. 그런데 최근 20대 사이에서 택배기사가 의외의 고소득 직종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지난 2018년 CJ 대한통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사 택배기사의 평균 연 소득은 6,937만 원으로 밝혀졌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약 578만 원에 이르는 금액으로, 일반 대기업 직장인과 개인 사업자의 소득을 훨씬 뛰어넘는다. 과연 공개된 것처럼 실제 택배기사의 순수익이 600만 원에 육박할까? 그들의 삶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택배 기사, 영업은 기본?

택배기사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은 ‘배송’이다. 소속 대리점으로 물건이 들어오면, 이를 분류해 자신의 권역의 물건을 배달한다. 택배기사는 개인 사업자(특수고용 노동직)로, 소비자가 지불한 배송비에서 뗀 수수료를 자신의 수익으로 갖게 된다.

일반적으로 택배비 2,500원에서 할당되는 수수료는 750원~800원 선으로, 하루 평균 약 200개의 물건을 배송한다고 전해진다. 30일로 단순 계산한다 하면, 한 달 월급만 무려 450만 원인 셈이다. 많게는 300~500건까지 배달하는 기사도 있어, 개인 능력에 따라 월급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러나 단순히 대리점 배송 업무만으로는 월 순수익 600만 원을 달성하긴 힘들다. 택배 업무를 시작할 때 구입한 차량 할부비, 보험료, 유류비, 대리점 수수료 등 나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달 비용만 약 150만 원에 이른다. 게다가 배송은 육체노동이므로, 한 사람당 배송 가능한 양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몸은 한결 편하면서, 월급을 늘리는 방법은 따로 있다. 바로 거래처를 만들어 ‘집하’ 업무를 행하는 것이다. 집하란 쇼핑몰처럼 보내는 물건이 일정량 정해져 있는 곳과 계약해 배송하는 것을 뜻한다. 거래처가 많아질수록 대리점 배송 이외의 소득이 늘어나 순수익을 높일 수가 있다.

이로 인해 택배기사들에겐 대형 거래처를 찾아다니는 일종의 ‘영업’은 필수다. 그러나 집하는 거래처의 사정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또한 물량이 많은 업체일수록 배송비 단가가 낮아져, 택배기사에게 돌아오는 수수료도 적을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인 이들은 일반 배송 업무와 집하 비율을 적절히 맞춰 수익을 조절한다.

하루 평균 12시간 근무

배송뿐만 아니라 터미널로 들어오는 물건을 분류하는 작업 역시 기사들의 몫이다. 회사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오전 7~8시에 출근해 이 분류 작업에 들어간다. 이후 담당구역 물건을 모아 배송하면 업무가 끝난다. 택배기사들의 평균 근로 시간은 약 12시간 정도다. 화요일처럼 물량이 많을 때는 오후 8시나 9시가 돼서 배송이 끝날 때도 많다.

특히 분류 작업은 근무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빠른 손놀림과 택배기사만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일부 택배기사들은 이 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 ‘분류 도우미’를 고용하기도 한다.

CJ 대한통운 기사는 분류 작업에 대한 걱정이 조금 덜하다. 자동으로 지역을 분류해 주는 ‘휠소터’를 도입한 덕분이다. 택배기사들은 최종 분류만 진행해 업무 강도가 전보다 훨씬 낮아진 편이다. 이 점으로 인해 최근 들어 택배기사들 사이에서 CJ 대한통운이 꿈의 직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몸은 편해졌지만, 그렇다고 근무 시간이 줄어든 건 아니다. CJ 대한통운은 국내 물류의 50%를 담당하는 업체다. 그만큼 물량이 많기 때문에 분류 작업 시간이 타 회사보다 느리다. 물론 좋은 점이 더 많다. 한 블록에 배치되는 물량도 늘어나 택배기사의 배송 시간이 줄어든다. 덕분에 배송을 늦게 나가도 타 업체 택배기사와 비슷하게 퇴근이 가능하다.

섣불리 도전했다가 큰코다쳐

택배기사는 노동 강도만큼 정직하게 돈을 버는 직업이다. 이 말은 곧 ‘워라밸’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다. 순수익 600만 원을 달성하기 위해선 주 6일간 12시간 노동이 요구된다. 정해진 시간에 배송을 끝마치려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휴가 역시 마찬가지다. 택배기사는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일반 직장인처럼 연차 같은 휴가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휴가를 내고 싶다면, 같은 권역의 사람들끼리 해당 기사의 할당량을 나눠 배달하면 된다.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품앗이를 통해 개인적으로 휴가를 낸다고 전해진다.

배송 업무가 육체적 고통만 선사하는 건 아니다. 택배기사는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며 감정 노동에도 시달리고 있다. 택배 노조가 378명의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절반이 넘는 이들이 ‘자신의 잘못과 무관하게 고객에게 욕설을 들은 적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제품 설치나 화장실 청소를 요구하는 등 충격적인 고객 갑질들이 무수히도 많이 존재한다.

점차 낮아지는 수수료 역시 택배기사들의 근심 거리 중 하나다. 최근 e 커머스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그만큼 물량이 늘어난 것은 맞다. 그러나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택배사들은 저마다 ‘택배비 인하’라는 카드를 내세우는 중이다. 배송량과 반비례하는 결과다. 게다가 기계로 대체되는 일도 늘어날 예정이라 택배기사들의 한숨은 더욱더 짙어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