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지난 3월 3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2020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보통 최저임금은 작은 폭이라도 늘 인상되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낀 탓이다.

이러한 경제 위기로 인해 2020년 최저 임금은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과 노동자 역시 동결 여론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만약 그 기대가 실현된다면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동결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최저임금 동결을 예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

2020년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결정되었다. 지난해보다 2.87%(240원) 오른 금액으로,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인 10.9%와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다. 실제로 올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2.7%)과 세계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2.75%) 다음으로 인상률이 가장 낮았다. 최근 10년간의 기록을 봐도 최저 수준이다.

이런 결과는 2018년 16.4%나 뛴 최저임금과 연관이 깊다. 갑작스레 최저임금이 대폭 늘어나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기에 계속되는 경제 침체까지 더해져 2019년에 이어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 역시 낮아지고 만다. 이때부터 시작된 ‘최소한 동결하라’는 노동자들의 의견은 2021년 최저임금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경제 침체

무엇보다 최저임금 동결 주장에 가장 큰 힘을 싣는 근거는 ‘코로나바이러스’다. 예기치 못한 질병으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는 전례 없는 경제 침체기를 겪고 있다. 특히 골목상권의 피해가 막심하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4개 주요 골목상권 업종 중 무려 22개가 2~3월 매출과 순이익 급감을 예상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58.1%)은 최저임금 동결을 통해 골목상권이 입는 타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국내 주력 산업 역시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하기는 힘들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을 중심으로 한 산업이 발달했다. 그러나 한국인 출입을 제한하는 국가 및 지역이 180개로 증가하면서, 수출액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실제로 10개 협회 모두 바이러스로 인해 매출이 전년 대비 17.5% 감소할 것이라 예상하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은 ‘최저임금 동결’ 의견을 더욱 공고히 해나간다.

바이러스 끝나도 계속될 공포

더 큰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 시기를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로 확진자가 늘어가는 지금, 대부분의 국가가 확산 속도 줄이기를 강조하고 있다.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시점에서 행할 수 있는 최고의 방역이 ‘사회적 거리 두기’인 것이다.

이런 기조가 계속되면 설사 바이러스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위축된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즉 2021년 경제 회복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이때 최저임금 동결이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삭감 안 되면 동결이라도···

오히려 최저임금 동결이 노동자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최저임금은 한 번도 삭감된 적 없이 계속 인상되어왔다. 만약 2021년 역시 그간의 분위기를 따라가 소폭이라도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비교적 매출 감소 폭이 크기 때문에, 더 늘어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근로자를 해고하는 카드를 먼저 꺼낼 것이다.

바이러스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했던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비용 감소를 근거로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동자를 위해 출범한 제도가 되려 역효과를 유발하는 셈이다. 사람들은 최저임금 동결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노사 모두를 위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사실 무작정 동결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수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례를 만들면 노동계의 반발을 감수해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위원회가 노사 모두 수용 가능한 최소 수준의 인상률을 선보일 거라는 전망도 내비치고 있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최저임금위원회가 어떤 신중한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