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개방감으로 주목받고 있는 통유리 리모델링. 그러나 현관문을 투명하게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집 현관문이 통유리 재질의 투명한 현관문이라면 어떨까? 좁은 국토로 인해 아파트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통유리 현관문을 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서울에선 더욱 그렇다. 그런데, 서울 강남의 어느 아파트는 현관문을 통유리로 만들어 밖에서도 집안이 훤히 보이도록 설계했다.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는 아니다. 2013년,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 3단지의 모든 세대의 현관문이 통유리로 만들어져 논란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통유리 현관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강남 임대아파트의 새로운 건축적 시도

(우) 참고 사진

논란의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에 지은 임대아파트 3단지(A3블록)다.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다. 영구임대주택(전용 21·29㎡) 192가구, 국민임대주택(전용 36·46㎡) 873가구로, 총 1,065가구가 있다.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는 기존 강남 일대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며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하는 보금자리주택 시범사업지구다. 2010년 국토부가 이 지구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했다. 특별건축구역은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만들기 위해 자유롭고 참신한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건축 규제 일부를 완화해주는 제도로, 2007년에 도입됐다. 따라서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 A3블록에는 다양한 건축적 시도가 가능했다.

논란이 된 투명 현관문 /.MBC

그래서일까? 창문이 아닌 현관문까지 통유리로 설계했다. 방 1개와 부엌, 화장실이 전부인 소형 아파트의 현관문을 말이다. 당시 이 아파트를 본 이들은 임대아파트에 사는 국민을 차별하는 거냐며 “동물원 원숭이 취급을 하는 것 같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파트 설계는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맡았다. 그는 다양한 건축적 시도를 통해 입주민들이 공동체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자 ‘21세기형 소통의 주거공간’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LH강남사업단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유리 현관문은 문이 닫히면서 소통마저 단절되는 공동주택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문이 닫히더라도 사라지지 않는 소통의 여지를 의미한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는 실내에 설치된 블라인드를 내릴 수 있다.

논란된 통유리 현관문으로 착공

LH는 공모전을 통해 보금자리주택 디자인을 선정했다. 마지막 사진이 A3블록의 조감도의 모습

야마모토 리켄은 LH가 진행한 국제현상공모에 당선돼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 A3블록을 설계했다. 유리 현관문에 대한 입주민들의 민원뿐만 아니라 외부에서의 논란을 의식한 LH는 야마모토 리켄 측에 유리 현관문 수정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요구는 모두 거절당한 채 당초 설계대로 2011년 11월 착공에 들어갔다. 대외적으로 내건 국제 공모에서 당선된 야마모토 리켄에게 A3블록의 설계권이 부여돼 LH가 임의로 설계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남보금자리 주택지구 A3블록 월세는 영구임대주택이 3만6600~4만9500원, 국민임대주택이 23만~32만7000원으로 인근 지역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뿐만 아니라 특별건축구역으로써 디자인시범단지로 선정해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깨는 새로운 주택을 목표로 지어졌다. 저렴한 월세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나, 현관문 논란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통유리 현관문의 근황은?

3단지는 논란을 딛고, 2014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공동주거부문 본상의 영광을 얻기도 했다. / chosun

통유리 현관문이 한때 뜨거운 감자였던 만큼 A3블록의 근황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A3블록 관리사무소 측의 최근 입장이 눈길을 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에 의하면, 입주 후 수년이 지난 현재, 입주민들은 유리 현관문에 크게 불만이 없다.

사생활 침해 문제가 제기된 사례도 없었다. 오히려 입주 당시의 논란과 달리 아파트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형태와 디자인의 임대아파트로 알려지면서 유엔 해비타트(UN Habitat) 사업팀 등 해외 인사들이 이 아파트를 찾고 있다. 더불어 입지가 우수한 강남권에 저소득층이 거주할 공간을 마련한 점도 주목받는다고 밝혔다.

chosun

2019년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입주민들은 입주 당시 LH가 무상으로 나눠준 블라인드를 설치해 사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듯했다. 하지만 단열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통유리 현관문은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문제는 둘째치고, 열 차단이 안 돼서 겨울이면 결로현상으로 말썽이다.

유리에 물방울이 수두룩하게 맺히고, 주변에 습기를 뿜어내 곰팡이가 자생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든다. 이 탓에 주민들은 창문과 현관문에 나란히 ‘뽁뽁이’를 붙였다. 6년이 지나도 블라인드와 뽁뽁이에 의지하는 유리 현관문. LH와 야마모토 리켄의 새로운 시도가 무색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