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코스트코로 몰린 사람들

세계 곳곳에서 사재기 현상이 극심하다. 빠르게 퍼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누구도 종식 시기를 단언할 수가 없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인들의 불안함을 자극하며 사재기를 부추기는 중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가게 매대가 텅 빈 경우를 찾기가 드물다. 전 세계가 ‘쟁여두기’로 난리 난 지금, 한국만 이토록 조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반짝하고 사라진 사재기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자 서구권에서는 난데없는 화장지 구매 열풍이 불었다. 화장지와 마스크의 원재료가 동일해 수급에 불균형이 올 수 있다는 가짜 뉴스 때문이었다. 이 소식은 아시아권에도 퍼져나가 현재까지도 화장지 사재기는 계속되고 있다.

화장지와 같은 생필품보다 더 심각한 건 식재료 사재기이다. 특히 저장성이 높은 육류나 유통 기한이 긴 가공식품을 위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유통 업계가 직접 나서 사재기 현상을 해소하고자 했으나, 불안한 소비자의 구매를 막을 수는 없었다. 수요-공급 간 불균형으로 가격이 폭등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우리나라 역시 사재기 현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갑작스레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슈퍼 전파자’라는 별명이 붙은 31번 확진자가 전파의 원인이었다. 예식장, 신천지 예배 등 인파가 많은 장소를 오간 탓에, 확진자가 나온 대구 지역은 비상 상황에 돌입하기도 했다.

wikitree

이는 곧 사재기의 시발점이 되었다. CJ 대한통운 자료에 따르면, 2월 18일 31번 확진자 발표 이후 주말이 되자 통조림·라면 등 비상 물품의 배송량이 급증했다. 개수로 따지면 통조림은 최소 280만 개, 라면은 930만 개에 달한다.

하지만 급증한 배송량은 배송 일정만 조금 늦췄을 뿐, 공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세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사재기 현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3월 첫째 주가 되자 주문량은 감소세에 들어섰고 곧 이전의 물량으로 회복된다.

‘배송 경쟁’이 구축한
안정적인 물류 시스템

shindonga, cupang

사재기 현상이 번져나가지 않은 이유는 안정적인 배송 시스템의 덕이 크다. 2015년 마켓컬리는 오후 11시에 주문한 물건을 다음날 오전 7시에 전달하는 ‘샛별 배송’을 내세웠다. 혁신적인 배송으로 마켓컬리가 주목받자,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배송 업체들도 앞다투어 그들만의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 치열한 경쟁 덕분에 한국은 안정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춘 배송 강국으로 거듭난다.

etoland

게다가 이미 배송 업체들은 하루 250~300만 개의 물량을 소화해내고 있어, 사재기로 급증한 물량에 면역력이 갖춰진 상태다. 소비자 역시 국내 배송 시스템에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안정적인 배송과 이를 향한 소비자의 믿음은 사재기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재기로 인한 품절 현상은 소비자의 공포를 자극해 또 다른 사재기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택배는 느리지만 착실히 배송이 완료되면서 사재기 현상을 완화한다.

집 앞에 즐비한 유통점들

넘쳐나는 유통 업체도 사재기가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슬세권’이라는 단어가 있다.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거리에 편의점, 마트 등의 편의시설을 갖춘 주거입지를 뜻하는 말이다. 이런 주거 트렌드처럼, 우리나라는 주거지 인근에 다양한 유통채널들이 즐비하다. 덕분에 사람들은 집 앞 유통점에 물건이 없어도 ‘다른 지점에서 살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깔려있다.

meconomynews

실제로 2019년 국내 5대 편의점 점포 수는 4만 4,774개로, 인구 1인당 수로 따지면 세계 1위를 자랑한다. CNN은 “한국 주요 도심의 편의점은 100m마다 존재한다.”며 우리나라를 사재기가 필요 없는 나라라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물류 역시 매우 촘촘하게 짜여 있어, 온라인 사재기가 기승을 부려도 소비자의 공포감은 덜한 편이다.

SSM 마켓(기업형 슈퍼마켓)의 매출 증가도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한다. 그간 SSM 마켓은 계속된 적자로 대형 유통 업체들의 구조조정 1순위였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상황이 역전되었다. 사람이 북적이는 대형마트가 아닌 주거지와 가까운 SSM 마켓으로 향하는 소비자의 발걸음이 늘어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2월 오프라인 유통 업체 매출은 평균 7.5% 감소했다. 반면 SSM 마켓은 8.2% 늘어나는 이례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2019년 6월부터 8개월간 월 매출이 계속 하락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반전이다. 가정간편식, 생필품 등의 매출 증가가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러스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국민성도 사재기 대란이 없는데 도움을 주었다.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바이러스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확진자 동선을 알려 감염을 낮추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 국민들 역시 기부와 봉사 활동, 사회적 거리 운동 실천으로 보답하는 중이다. 끈끈한 연대를 통해 사재기 대란을 막은 것처럼,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도 침착하게 이겨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