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유독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의 골프장 나들이 사진이 종종 공개되곤 한다. 이들은 골프장에서 재계 인사들과 회동을 갖거나, 사업 관련 이야기를 나눌 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몇 년간 대기업들의 골프장 인수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중이다. 기업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골프장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골프장 사랑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삼성, 골프홀 보유도 1위

(위) 제주 부영 컨트리클럽의 전경, (아래) 최근 부영이 매입한 오투리조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0홀 이상 골프장을 보유한 기업은 총 9곳으로 밝혀졌다. 이 중 본래 골프장 사업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골프존카운티’를 제외하면, 부영그룹이 최대 규모의 골프장을 갖춘 기업이다.

부영그룹은 2008년 1월 제주부영 컨트리클럽을 개장한 후 공격적으로 골프장을 인수해왔다. 그 결과 국내 7곳 144홀과 해외 2곳의 45홀을 합쳐 총 189홀에 달하는 골프장을 소유하게 된다. 2020년 3월 문을 연 오투리조트(27홀)를 더하면 무려 216홀에 이르는 규모다.

(좌) 개장식 시구를 준비 중인 고 이병철 회장, (우) 안양컨트리클럽 개장 당시 팻말 / golfkor

대기업으로만 따지면 삼성그룹이 단연 1위이다. 삼성은 1968년 안양컨트리클럽을 시작으로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꾸준히 골프장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다, 2014년 에버랜드 옆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하며 단숨에 국내 최대 규모의 골프장 보유 기업 자리에 오른다. 현재 삼성은 국내에만 6곳의 골프장(총 162홀)을 거느리고 있다.

(좌) 한화 플라자 CC

삼성의 뒤는 한화가 차지했다. 한화는 국내 5곳과 일본 나가사키 골프장을 비롯해 총 126홀을 보유 중이다. 이외에도 GS(81홀), 롯데(72홀), 현대자동차(54홀), 신세계(45홀)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모두 골프장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최근에는 오리온그룹 역시 계열사 ‘스포츠토토’를 통해 골프장 개발과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골프장 사랑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업 수완 이뤄내는 접대 장소

(좌) 참고 사진, (우) 제이드팰리스 클럽하우스 전경 / edaily

대기업이 이토록 골프장에 관심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이들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접대 장소’의 성격이 강하다. 국내 주요 기업의 임원이나 간부급 인사들은 골프를 취미로 갖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수도권 골프장에는 주말만 되면 기업인과 고위 공무원, 판검사 등의 골퍼들로 가득 찬다. 사업 이야기를 나누는 동시에, 친목 도모까지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장소인 셈이다. 이처럼 대기업은 자체적인 비즈니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골프장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2016년 김영란법 도입으로 골프장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기업의 골프장은 고급 회원제 중심으로 운영되며 수익을 거둬왔다. 그만큼 접대에 최적화된 구조이기에 김영란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 골프 접대에 대한 인식 변화로 내장객이 감소하자, 골프장들은 대중제(퍼블릭)를 도입하며 돌파구를 모색한다.

꽤 쏠쏠한 골프장 수입

한 골프장은 가족 단위로 찾는 골퍼를 위해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내세우기도 했다.

다행히 전략이 통했다. 대기업 임원들은 김영란법을 의식해 퍼블릭제를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스크린 골프장도 빠르게 늘어나면서 골프에 대한 진입장벽도 낮아진다. 그간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가 대중화되자, 골프 잠재 고객도 점차 늘어갔다. 이렇게 골프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되면서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골프장 사업 투자 규모를 확대해나간다.

2011년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열린 ‘롯데마트여자오픈’

골프장은 곧 기업의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기존의 회원제가 ‘프리미엄 마케팅’을 내세웠다면, 대중제(퍼블릭)는 골프의 대중화와 맞물려 마케팅 타깃의 범위가 넓어졌다. 직접 프로대회를 개최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롯데는 ‘롯데마트여자오픈’ 골프 대회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열면서, 골프장을 그룹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골프장은 레저·관광 사업과의 시너지가 엄청나다. SK네트웍스가 2010년, 9년 만에 골프장을 인수한 까닭도 바로 이 시너지 때문이다. SK가 인수한 제주 핀크스는 부지 내에 고급 주거 단지를 비롯해 리조트, 미술관 등을 갖추고 있다. 골프장과 더불어 명품 휴양 시설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에, 인수 당시 골프 불황이 겹쳤음에도 수천억 원의 투자를 감행한다.

오너 취향 적극 반영?

오너의 사심이 반영된 경우도 있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재계에서 골프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는 “해외 명문 골프클럽에 뒤지지 않는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1968년 국내 다섯 번째 골프장인 안양컨트리클럽을 개장했다. 골프장 내에는 잔디연구소도 설립해 조경에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엔 골프장을 넘어 골프단을 창단하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골프는 야구·축구·농구 등의 팀 스포츠와 달리 개인 종목이기 때문에 가성비가 높은 편이다. 골프단의 한 해 운영비는 10억~20억 원 선으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야구단 운영비보다 훨씬 저렴하다. 뿐만 아니라 선수 우승 시 홍보 효과도 뛰어나, 골프 선수를 향한 기업의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대기업의 인기 사업으로 떠오른 골프장. 특히 관광 사업과 연계가 가능해 건설업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골프장 인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무리한 인수로 부채가 불어나면서 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새로운 시도는 좋지만,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과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골프장 인수를 결정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