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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현대 사회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갈수록 높아지는 기온은 에어컨 판매량을 계속해서 부추기는 중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상반기 에어컨 판매 금액이 전체 대형 가전의 31%를 차지하며, 에어컨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폭염의 지속 기간도 길어져, 일부 가구에서는 한 방에 한 대의 에어컨을 설치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에어컨 설치와 관련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과연 어떤 이유로 문제가 불거지게 된 걸까?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실외기로 인한 입주민들의 고민

문제는 입주민과 시공·시행사 간 분쟁에서 발생했다. 지난 2019년 7월, 경기도 내 한 신축 아파트의 실외기실의 길이가 다른 아파트보다 250mm 짧게 설치되었다며 논란이 되었다. 좁은 공간 탓에, 입주민들은 실외기실 문을 열면 실외기와 부딪히게 되는 불편을 겪고 만다. 게다가 통풍도 원활하지 않아,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했다. 자칫하면 화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위험성은 곧 하자 논쟁으로 번졌고, 입주민과 시공사 간의 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에어컨 설치 역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배관 설치가 불가능해, 거실이 아닌 다른 방에서는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공급되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거실과 안방에만 에어컨 배관을 매설하는 편이다.

집 전체 공간에 대해 에어컨을 설치를 하려면 분양계약 당시 시스템 에어컨을 선택하는 것 외 별도의 선택사항이 없다. 이로 인해 ‘시공사 측에서 시스템 에어컨 설치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나타났다.

애매한 실외기 설치 공간

과거 에어컨 실외기는 야외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설치 과정에서 작업자의 추락 사고가 발생하거나, 실외기가 떨어져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야외 설치를 둘러싼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결국 2006년 세대 내 아파트 실외기 설치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규정이 의무화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개정 당시 실외기실 설치 공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세탁실이나 다용도실을 실외기실과 혼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의 불편한 생활이 계속되면서, 개정된 규정 역시 분쟁의 요인으로 자리 잡는다.

이와 관련된 분쟁이 계속되자, 국토교통부는 관리 주체의 동의에 따라 외부에도 실외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실외기 열기와 소음으로 인한 이웃 주민들의 피해와 미관을 고려해 외부 설치를 금지하는 단지가 많았다. 화재 문제도 심각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2018년 3년간 발생한 냉방 시설 관련 화재 691건 중 36%가 실외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외기 설치를 둘러싼 애매한 규정이 문제 해결이 큰 도움은 되지 않은 것이다.

신축 아파트에서는 실외기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모호한 기준을 바로잡기 위해 국토부가 나섰다. 2019년 국토교통부는 ‘주택 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냉방설비 배기장치 설치 공간 기준 신설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 개정안에는 에어컨 실외기실을 별도로 구획하고, 배기장치 규격에 맞는 추가 공간을 마련하는 규칙이 포함된다. 이때 배기장치 공간은 출입문을 연 상태에서 설치 작업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50m² 초과 세대의 경우, 거실·침실이 2개 이상이라면 최소한 2개 실에 실외기 연결 배관이 의무적으로 설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설치 공간에 대한 확실한 규격 기준이 만들어지면서, 실외기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시공사 측이 먼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실외기실 혼용과 화재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여전히 쏟아지는 우려의 눈길

건설 업계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업계에서는 개정안 내용이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예고 규제 조문 제8조의 2, 2항 ‘가능하면’이라는 문구가 대표적인 예다. 배기장치 추가 공간은 에어컨 설치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해당 문구로 인해 기준이 모호해지면서, 입주민과 사업주체 간의 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다.

업계는 안전 조항 관련 규정도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난간’과 관련된 규정이 존재하지만, 난간의 안전 강도를 언급한 세부 규정은 없다. 난간이 안전하지 않는 곳에 실외기가 설치된다면, 실외기 추락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또한 에어컨 전원부 화재예방을 위해 에어컨 실외기실 내 실외기 전용 전원선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중이다.

에어컨을 향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에어컨 실외기실과 관련된 모호한 규정으로, 에어컨 사용자들의 안전에 허점이 생기게 되었다.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문제인 만큼, 정확한 규정과 이를 정직하게 시행하고자 하는 사업주체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