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현장 답사에 나선 투자자들

토지 투자 시 ‘알짜배기 땅’을 찾아내는 건 중요하다. 그 자리에 어떤 건물이 생겨나는지, 주변은 어떻게 개발되는지에 따라 땅의 가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잘 고른 땅 하나로 한순간에 대박을 맛볼 수 있기에, 투자자들은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 열심이다.

실제로 그간 알짜배기라 소문났던 곳들은 천지개벽한 모습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왔다. 반대로 “반드시 오른다”는 기대를 무색하게 만든 땅도 꽤 많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금싸라기 땅이라 평가받았던 곳들은 현재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그 근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신도시급 주택으로 탈바꿈

(우) 트리플원 조감도

용산구는 완벽한 배산임수 지형으로 국내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 중에서도 알짜배기라 소문난 땅이 있다. 바로 과거 철도차량업소 부지다. 해당 부지는 규모만 약 44만㎡로, 소유주인 코레일은 이곳에 620m 높이의 빌딩 ‘트리플원’을 세우고자 계획했었다. 이미 인근엔 고급 주상복합과 호텔, 공원 등이 들어서 부지의 위상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그러나 2013년 트리플원 개발 시행사가 부도를 맞이하면서, 옛 철도차량업소 부지는 8년간 나대지로 방치되고 만다.

금싸라기 땅이 방치된 상황에 정부가 나섰다. 지난 5월 6일, 국토부는 서울 도심 유휴부지에 주택 1만 5,446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주택 공급 대책을 통해 수풀이 무성했던 옛 철도차량업소 부지에 무려 8,000가구의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한복판에 신도시급 주택 단지가 생겨나는 셈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중 5,000가구 이상이 공적 기능이 높은 주택일 것으로 보인다. 해당 단지는 한강 조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하철 1·4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이기도 하다. 게다가 기존 국제업무지구 사업으로 논의되었던 상업·업무 시설과 국제 전시실 등도 함께 들어선다. 각종 호재가 잇따르면서, 공공 주택 비율이 높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철도차량업소 부지를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무려 90억, 최고가 아파트

이미 고급 주택으로 변신을 마친 땅도 있다. 1980년 용산 미군 기지 근무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한남 외인주택’이 그 주인공이다. 한남 외인주택은 순천향대학교, 서울용산국제학교 등과 가까워 용산구 내에서도 뛰어난 입지로 주목받은 땅이다.

바로 앞에 위치한 국내 최고가 아파트 ‘한남 더 힐’은 해당 부지가 얼마나 알짜배기 땅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다행히 워낙 위치가 좋은 덕에, 한남 외인주택은 2016년 5월 진행된 입찰에서 곧바로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6,242억 원에 부지를 사들인 대신 F&I는 고급 주택 건설 계획을 드러냈다.

고급 주택은 현실이 됐다. 한남 외인주택 부지에는 ‘나인원 한남’이 들어섰다. 입주 임대 보증금만 48억 원에 달하는 고급 주택으로, 펜트하우스의 가격은 이보다 더 높은 90억 원 선이다. 지난 4월 가수 지드래곤이 나인원 한남 펜트하우스 한 호실을 매입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외에도 전지현, 박수진-배용준 부부 등의 유명 연예인과 정재계 인사들이 나인원 한남을 새로운 거처로 선택했다.

나인원 한남의 위상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주택 바로 뒤편에는 1940년 국내 최초로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땅이 존재한다. 해당 부지는 그간 광복과 한국전쟁 등 역사적으로 혼란한 시기를 거치며, 80년간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해왔다.

한남 더 힐, 나인원 한남의 등장으로 고급 주택 단지가 생겨날 거란 기대도 있었으나, 사업은 번번이 무산된다. 그런데 최근 이곳의 변신이 결정되었다. 서울시가 부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한다고 밝힌 것이다. 공원 개발 덕분에 나인원 한남은 ‘숲세권’에 속하게 되면서, 고급 주택의 명성이 굳건해졌다.

C4 부지, 30년간 개발 제한

(좌) C4 부지에 계획되었던 차이나 타운 조감도, (우) 텅 빈 상태로 남은 C4 부지의 모습

오랜 기다림이 무색해진 경우도 많다. 고양시의 킨텍스 지원시설부지 C4가 대표적인 예다. C4는 5만 5천㎡ 규모로, 지원 부지 14곳 중에서도 가장 커 알짜배기 땅으로 주목받아 왔다. 실제로 지난 2008년엔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최대 차이나타운 개발이 추진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개발업체가 경영난에 처하면서 사업이 무산되었다. 이후 고양시는 C4 부지 매각을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C4 부지의 미래세대용지 지정 소식을 전하는 이재준 고양시장의 모습

결국 고양시는 2019년 9월 C4 부지를 첫 미래세대용지로 지정한다. 미래세대 용지란 도시 노후화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위해 남겨두는 땅으로, 지정 이후 30년간 개발이 제한되어 있다. 일산 금싸라기 땅에서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땅으로 전락한 것이다. 물론 C4를 30년 뒤 활용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약 5,0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일산 내에서도 워낙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부지라, 일각에서는 “과잉 대응이 아니냐”라는 비판을 보내기도 했다.

이도 저도 못하는 병원 부지

본래 용도를 실현하지 못해 방치된 땅도 있다. 의료부지에는 병원 이외에 일반 건물을 지을 수가 없다. 설사 용도를 변경한다 하더라도, 특혜 논란이 걱정돼 활용 방안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수원시 을지재단의 의료부지가 바로 이러한 상황에 놓였다. 을지재단은 지난 2007년 영통동 토지 3만 1,276㎡ 규모를 매입했다. 부지는 분당선 영통역과 인접할 뿐만 아니라, 바로 앞에 아파트 단지와 초중고 학교를 두고 있다.

종합병원이 생겨나면 딱 맞은 위치인 듯하지만, 을지재단의 계속된 재정 악화로 사업이 중단된다. 결국 해당 부지는 10년을 넘는 시간을 공터로 남아있다. 그간 매각, 예술고등학교 건립 등 다양한 활용방안이 나오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안산시 의료시설용지 5만 1,898㎡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의료부지는 아파트 단지와 대학교, 그리고 산업 단지로 둘러싸인 금싸라기 땅이다. 안산시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매입한 부지를 법인과 의료재단에 매각해 종합병원을 세울 예정이었다.

시는 수많은 대학병원과 협의해왔지만 매각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렇게 병원 건립이 무산된 부지는 현재 시민들의 주말농장 부지로 사용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부지 주변에 송산 신도시, 초지역 KTX 정차 등의 호재가 생겨나면서, 투자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는 중이다.

알짜배기 땅에는 괜히 ‘알짜’라는 별명이 붙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십 년간 가격 상승의 기대가 컸던 곳이라도, 각종 변수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 대박인 줄 알았던 땅에 투자했다가 쪽박을 차는 일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니 알짜배기라 소문난 땅에 올인하기보다는, 적절한 분배를 통해 투자를 시작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