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소식은 늘 사람들을 들뜨게 한다. 특히 뛰어난 입지에 비해 주변이 낙후된 곳이라면, 개발 계획과 함께 투자 유망처로 떠오른 건 한순간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소식에도 반대되는 의견이 들끓는 지역이 있다. 국내 최고의 금싸라기 땅이라 평가받는 용산이 그 주인공이다. ‘강남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평까지 들었던 이곳은 왜 개발 소식에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일까? 용산 개발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을 살펴보도록 하자.

용산에 들어설 미니 신도시

(좌) 용산 정비창 부지, (우) 트리플원 조감도

2020년 5월 6일, 국토교통부는 용산역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부지는 과거 코레일 소유의 용산 철도차량사업소가 있던 곳이다. 무려 44만㎡에 이르는 규모로, 2006년 용산국제업무지구로 재탄생할 예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코레일은 초고층 빌딩 ‘트리플원’과 23개 동 빌딩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용산 일대를 들썩이게 했다. 그러나 개발 시행사 부도와 부지 소유권을 둘러싼 소송으로 정비창 부지는 줄곧 텅 빈 채로 방치되어 왔다.

용산 마스터플랜 보류를 발표하는 박원순 서울 시장의 모습

이후 2018년 박원순 서울 시장이 ‘용산 마스터플랜’ 계획을 발표하면서 개발 사업에도 진척이 생기는듯했으나, ‘집값’이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 용산은 2018년과 2019년 모두 서울 내 갭투자 지역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 내 기대주 중 하나였다. 이로 인해 국토부가 나서 사업을 저지하면서, 용산 개발을 또 한 번 흐지부지 마무리되고 만다.

10년을 넘는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용산 개발이 가시화되었다. 국토교통부는 정비창 부지에 들어설 8,000가구의 절반은 공공주택, 나머지는 민간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분양은 이르면 2023년으로 검토 중에 있다. 하지만 과거 국제업무지구 개발안과 많이 달라진 계획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 중심에 주택이 웬 말

용산 시민들은 계획에 다소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2012년 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안과 달리 주택 공급 비중이 2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후 재개발이 진행되는 아파트 단지에도 정부가 임대 주택 의무 건설 비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용산 개발이 단기적으로 호재일 수는 있으나, 일대가 주택촌으로 변하면 도시 경쟁력은 점차 떨어지고 말 것이다.

(좌) 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우) 용산 내에서도 알짜배기 땅이라 불리는 정비창 부지의 위치

사업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중이다. 공급 가구 수가 증가한 만큼 업무·상업 시설 비중이 축소되면서, 과거 ‘국제업무지구’의 특성이 사라졌다. 서울의 랜드마크로 떠오를 수도 있는 곳에 주택을 세우는 건 개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의 중심’이라는 용산의 별명에 맞게 경제성을 극대화한 개발 방식을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좌) 참고 사진 / hani

‘집값 안정’의 실현 여부에 대해서도 우려가 가득하다. 공공성을 고려한 정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용산에 주택 8,000가구를 공급한다고 해서 집값이 안정화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정비창 부지를 기존처럼 경제·상업 복합지구로 만들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주거 복지를 실현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게다가 서울 중심 지역을 주택으로 탈바꿈하는 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손해다.

개발 소식에 부동산도 들썩

용산 개발 소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주택 비중 확대로 전보다 기대가 떨어진 것은 맞지만, 국제업무지구 개발에 포함되었던 쇼핑몰, 호텔, MICE 등의 시설은 그대로 들어선다. 서울시 또한 용산 개발을 ‘도시 개발 사업’이라고 강조하며, 업무 지구의 기능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공공성이 짙어졌기에 더 좋은 점도 존재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발표한 계획이기에, 그간 지지부진했던 사업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비창 부지를 시작으로 무산되었던 용산 마스터플랜의 추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좌) 정비창 전면 1구역, (우) 이촌시범아파트

특히 정비창 부지와 인접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서부이촌동은 과거 국제업무지구 사업에 포함되어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해당 계획이 오랜 시간 표류하면서 노후 주택과 낙후된 아파트 단지들이 점차 늘어나고 말았다. ‘토지거래허가제’로 당분간 거래에 제약이 클 수 있으나, 신도시 인프라를 누리면서 전보다는 지역에 활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

개발 소식에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가 나서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아직 미래를 단언하긴 힘들어 정비창 부지 개발만으로 투자를 감행하기 무리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심지어 용산은 이미 2012년 집값 상승 문제로 개발이 좌초된 전적이 있기에, 정부가 부동산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용산의 투자 가치를 신중히 따지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