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건물주를 꿈꾸지만,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건물을 소유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연예인은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PD 수첩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연예인 건물주는 총 55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들이 소유한 건물만 총 63채, 매입 총액만 무려 4,730억 원이다.

실제로 건물주가 된 연예인들은 몇 년 만에 엄청난 시세 차익을 실현하며, 재테크 달인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사실 연예인의 건물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매입 금액의 50% 이상을 모두 대출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본의 비중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이들을 ‘재테크의 신’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것일까? 건물주 연예인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대출로 건물 사는 연예인들

손예진은 2015년 3월 서교동 일대 토지와 건물을 93억 5,000만 원에 매입했다. 그중 대출 비중은 약 65억 원 선이다. 매입 당시 해당 필지는 획지선으로 묶여 단독 개발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그러나 5개월 뒤, ‘손예진이 매입한 필지의 획지선이 분리되면서 신축이 가능한 곳으로 바뀌게 된다. 가치를 인정받은 그녀의 부동산은 매입 3년 후 135억 원에 매각될 수 있었다. 자기 자본 28억 5,000만 원을 들여 41억 5,000만 원의 시세 차익을 보게 된 것이다.

(좌) 한남동 빌딩, (우) 홍대 빌딩

고액 대출을 받은 건 손예진뿐만이 아니다. 공효진은 2013년 한남동 건물을 37억 원에 매입해 대출로 26억 원을 충당했다. 상가 보증금 3억 원을 제외하면 자기 자본은 8억 원 선이다. 그리고 4년 뒤 빌딩을 60억 8,000만 원에 매각함으로써, 23억 8,000만 원의 차액을 얻는다. 2016년 63억 원에 사들인 홍대 빌딩 역시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약 50억 원의 대출받았다. 현재 시세는 약 130억 원대다. 두 빌딩 모두 매입가의 80%를 대출로 채웠다.

차례로 화공동, 속초, 방이동 빌딩의 전경. 모두 스타벅스가 입점되어 있다.

국내 대표 건물주 연예인 하정우 또한 대출을 활용해 건물을 매입한 사례다. 그는 현재 소유 중인 5채의 빌딩 모두 대출을 이용해 매입했다. 강서구 화곡동 빌딩은 매입 금액 73억 3,000만 원 중 47억 원, 속초 빌딩은 81억 원 중 57억 원, 종로구 관철동 빌딩은 81억 원 중 57억 원을 대출받았다. 나머지 두 채인 방이동 빌딩은 매입액 127억 원의 99억 원, 이대 빌딩은 74억 원 중 37억 원이 대출금이다.

대중은 ‘상대적 박탈감’ 느껴

참고 사진

연예인들의 부동산 투자 비결이 알려지자 대중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반인 입장에서 건물 가격의 90%까지 이르는 돈을 대출로 해결하기 어렵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예인들은 부동산 투자자문센터나 세무사를 활용해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에 대한 정보의 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은행 역시 이들이 핵심 상권 부동산을 고른다는 것을 알기에, 일반인보다 담보 대출 비율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사실 일반인 역시 고액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신용 3등급 이상이라면 매매가의 최대 9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 아파트 규제로 인해 주택 담보 대출이 강화되었지만, 상가의 경우 대출 한도에 대한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빌딩 투자 전문 중개업자를 찾아가면 대부분 60% 이상을 대출로 충당해 건물을 사들이는 방식을 추천하고 있다.

그러나 연예인의 수입이 ‘대중’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투자 방식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현상과 관련이 깊다. 건물주는 고액의 대출에 상응하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게 되고, 이는 곧 임대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져 건물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법적 테두리 안에 있다고 한들, 결국 이 과정에서 고통받는 건 이들에게 사랑을 준 일반 대중이 되는 셈이다.

법인 설립으로 절세 효과

법인 설립 또한 연예인이 부동산 투자를 하는 방식 중 하나다. 이병헌과 김태희, 한효주 등은 가족 법인을 통해 수백억 원에 이르는 건물을 매입했다. 법인을 이용할 경우 취득세·임대 소득세·양도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들은 모두 법인 주소지를 경기도로 설정해 취득세 중과를 면했다.

문제는 해당 주소에 사람의 흔적이 아예 없거나 설사 있더라도 책상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전부였다. 절세를 위해 유령 회사를 설립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이병헌 측은 “주소지 인근 오피스텔을 관리하기 위해 경기도에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태희 역시 “부동산 투자에 대비할 목적으로 용인을 택한 것”이라며 법인 설립의 적법성을 주장했다.

고액 대출과 법인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는 모두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8~90%까지 가능한 대출금과 편법에 가까운 절세는 ‘부익부 빈익빈’을 지속시킨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연예인에겐 일종의 재테크였을지 몰라도, 느슨한 법망을 이용한 투자 방식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