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상한제가 지난 31일부터 시행되었다. 이른바 ‘임대차3법’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4주 연속 상승세가 가중됨에 따라 이를 막아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법안이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으로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위한 취지로 마련된 것이라 전문가들은 전했다. 큰 틀에서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이란 민주당 의원의 의견과 다르게 일부 부동산 시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방과 서울의 분위기가 다르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전세 품귀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반전세·월세 전환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서로 ‘세입자 쫓아내는 방법’을 공유 중이라고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전셋값 올리려던 집주인들…
멘붕상태

성북구 석관동 래미안아트리치 전용 59㎡ 당첨된 A씨는 2019년 2월 입주하지 않고 신혼부부에게 3억 원에 전세를 내줬다. 신혼부부는 지난 7월 초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가 지난달 31일 임대차법이 시행되자 마음을 바꿨다. 전셋값을 5억 원으로 올리려고 했던 A씨는 멘붕에 빠졌다.

전세금을 올려서 대출금을 갚고 생활자금을 마련하려 했던 임대인들은 현재 멘붕상태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돈 있는 임대인들은 들어가 살겠다고 할 순 있지만 지방에 거주하거나 자금이 부족한 임대인들은 법에 따라 그대로 계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지난 1일에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임차인 3천여 명이 서울 여의도에 모여 부동산 정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유재산 강탈정부!”라는 구호를 외치며 임대차3법·6.17 반대의 소리를 냈다. B씨는 “왜 국가가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인지 근거를 알고 싶다”며 임대차3법의 철회 입장을 밝혔다.

집회에 참가한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C씨는 “노후 생활에 불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임대 사업자가 되었는데 임대차 3법으로 인해 기존 임대 사업자들의 세제상 혜택은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되는 피해가 있다”라며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서로 공유하며 궁여지책”
임차인 내쫓는 방법 공부

집주인들은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이들은 먼저 세입자를 내쫓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청구하면 최대 5% 이내에서만 임대료 증액이 가능하지만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면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예 집을 비우고 시세에 맞춰 신규 세입자를 받으려는 것이다.

또한 100만 명이 넘는 부동산 카페에서는 임대차3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세를 월세로 바꾸겠다는 글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다만 이는 세입자의 동의가 필요하며 월세 전환율은 4%이다. 기존 전세 3억 원에 5%를 올려 반전세로 전환한다면 보증금 1억에 월세 70만 원 정도가 되는 것이다.

법의 맹점을 노리는 방법도 있었다. 정부는 월세 전환에 대한 세입자 동의의 근거를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본다’는 법 조항을 들고 있다. 그런데 ‘동일한 조건’이라는 문구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법에 정확히 전월세 전환을 못 하게 하는 문구가 없기 때문에 유권해석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분분하다.

계약 갱신을 거절하기 위해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는 등 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세입자들의 전화를 의도적으로 피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한 세입자는 집주인이 방문을 하나하나 열어보면서 확인하며 거절 사유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셋값 폭등 걱정…”
마냥 좋지만은 않은 임차인


세입자들을 위한 제도라지만 이들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주어져 안정적 주거가 가능하다곤 하지만 당장 가을에 결혼하는 신혼부부나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사하려는 사람들은 전세가 동이 나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높은 호가에도 불구하고 집을 구매해야 하는지 고심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주거 안정을 보장받게 되었다며 법 시행을 반기면서도 향후 2~4년 뒤의 전셋값 폭등을 걱정하기도 했다. 또한 임대차3법이 통과되자마자 마음 급한 임대인 중 일부는 자신이 들어와 살겠다고 통보하여 몇몇 임차인들은 다른 전세를 알아보러 다니는 실정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을 안 보여주려는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아파트 전세 세입자 D씨는 “4년 동안 전셋값이 크게 오르지 않게 돼서 다행”이라고 하지만 “4년마다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조삼모사식 대책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더 신경 써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씨 마른 매물…
곧 사라질 전세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 품귀현상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에 실거주 조건이 강화되면서 전세 공급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7.31부터 시행된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앞으로 전세가를 5%까지만 올릴 수 있어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다.

이에 대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 전세 제도 소멸을 아쉬워하는 이들의 의식 수준이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윤준병 의원의 페이스북에 찾아가 “월세 살아봤느냐”라고 항의하기도 하며 강한 반발을 하였다.


한편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다 하더라도 월세 전환이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서울 전세가율이 54%로 매매가격의 절반 이상이므로 당장 보증금을 빼줄 목돈 마련이 어려운 집주인이 상당수일 것이라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임대인의 계약 갱신거절을 위한 주택 파손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법 시행전 가계약이 이루어졌다면 이 역시 법 적용 대상인지에 대한 정부 해석과 시장 반응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복잡한 사례가 많아 앞으로 분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임대차 분쟁 조정위원회를 늘려 세부규정부터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