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섬을 구입하겠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하여 화제이다. 코로나19로부터 대피하기 위함이다. 섬은 전염병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한 중국 부호가 5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30개 이상의 섬을 사들인 일도 있었다. 이처럼 섬 구입은 재벌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번엔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나라의 재벌들도 섬을 구입한 사실이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터지기 무려 15년 전이다. 그들은 왜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를 사들인 걸까? 무슨 계획이 있던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 섬
‘모개도’


공중에서 보면 하트(♡)모양으로 여러 번 방송을 타며 유명해진 여수의 모개도라는 섬이 있다. 모개도는 9,400평 규모의 무인도이다. 모개도가 포함된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 일대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마을로 산중 턱에서는 고라니가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곳은 여수시청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존재한다.

궁항마을은 여수만 앞바다가 한눈에 보이며 일몰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몰리는 곳이다. 궁항마을은 활처럼 휘어진 지형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이 회장은 이 궁항마을 해안 끝쪽 임야와 모개도를 2006년경 구입하였다. 2004년 기준 궁항마을의 공시지가는 3.3㎡(1평)당 3만 원 이하 수준이었다. 이 회장이 매입한 곳은 이 중 가장 낮아 1만 원에도 못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 회장은 이곳을 당시 7억2000만 원 정도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3.3㎡당 4만 원 정도라는 것이다. 길이 끊어지고 임야지대라 공시지가가 낮은 수준이었는데, 이 회장이 웃돈을 주고 샀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이곳은 가격이 급등했다. 최고 4배까지 뛰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품이 꺼진 상태로 이 회장 땅의 경우 3.3㎡당 5만 원 정도이며, 최근에는 이마저도 거래가 없어 정확한 매매가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건희 회장의 행보에 대해, 2012년 여수세계해양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삼성 측이 국내외 귀빈을 모시기 위한 접견별장인 영빈관을 짓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았다. 또한, 삼성그룹의 연수원 용도라는 둥, 개인별장이라는 둥 여러 이야기가 나돌았다. 그렇지만 영빈관으로 짓기에 이곳은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개발이 수월하지 않고, 연수원 부지로는 너무 좁을 것이다.

범삼성가의 ‘굴업도’ 매입


범삼성가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일가도 섬을 매입하였다. 이재현 회장은 인천 굴업도와 소굴업도 등을 2006년부터 2008년에 걸쳐 사들였다. 이 곳 8개 필지 넓이는 168만3580㎡(51만여평)규모이다. 감사보고서에 의해 확인된 이 섬의 매입가는 162억여 원이었다.

희귀 동식물이 많아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린 굴업도를 이 회장 측은 휴양지로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사업은 중단된 상태이다. 그치만 땅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2006년 당시에 26억 원 수준이었던 굴업도는 연해 47억 원을 넘기고 있다.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현대부터 GS칼텍스까지


2012여수엑스포는 서울올림픽(1988), 한·일월드컵(2002년)이어 개최된 국가적 행사였다. 기업들도 여수엑스포를 개최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앞장섰고, 이에 대해 거는 기대가 컸다. 때마침 현대차 정몽구 회장도 여수시 율촌면 봉천리 땅을 매입하였다. 이러한 정 회장의 행보에 대해 박람회가 개최되면 율촌산업단지 내 용지를 집중 개발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여수 사곡리 땅을 사들인 재벌 총수가 또 있다. GS칼텍스 허세홍 사장이다. 허 사장이 보유한 땅은 이건희 회장의 모개도와 마주 보는 해안가로 이곳은 이 회장이 모개도를 사들인 뒤 한 달 뒤에 매입되었다. 또한 여수공단에 입주한 한화그룹의 한화석유화학, 금호그룹의 금호석유화학, 삼성그룹의 제일모직 등이 여수지역에 법인 명의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통일교 재단까지 합류

문선명 총재가 이끄는 통일교 재단인 일상해양산업도 여기에 동참했다. 일상해양산업은 여수가 해양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된 이후 여수 일대의 땅을 집중 매입하기 시작하였다. 일상해양산업은 이건희 회장의 땅과 인접한 화양면에 부지를 매입하고 관광개발 단지 개발을 계획하였다.

그렇게 일상해양산업은 2006년 화양레저타운의 첫 삽을 뜨면서, 여수시 화양면 일대 1,000만㎡(300만 평) 규모의 해양·레저타운 개발사업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2015년까지 1조5000억 원을 들여 골프 아일랜드 비롯하여 5개 테마지구를 계획했다.

일반인들은 ‘섬테크’를?


일반인들도 섬을 구입하는 경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재테크라는데, 특히 장기 투자나 휴양 목적으로 무인도 경매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거의 매년 5건 이상 무인도가 경매 시장에 나왔다. 전남 신안군 증도에 위치한 까치섬은 4,210만 원에 낙찰되었다. 감정가는 959만 2,800원으로 1,000만 원도 안되는 값이지만 최종 가격은 감정가의 4배에 달하였다.

이처럼 일반인들 사이에서 무인도 재테크가 주목받은 이유는 최근 영화나 드라마, 예능 등의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섬을 배경삼아 촬영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해양 레포츠 산업 발달도 섬 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재벌 총수들의 무인도 구입이 재테크 목적은 아닐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모개도를 구입한 이유에 대해 묏자리 전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연환경과 경치, 한반도를 다 뒤져도 찾기 힘들 희한한 섬이라는 희소성이 이 회장의 구미를 당겼을 것이라고 추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