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신축, 홍보 없이도 저절로 값이 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입지’가 좋은 곳이다. 입지는 부동산을 알아볼 때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보통 지하철역 반경 500m에 위치한 역세권을 입지가 좋은 곳으로 꼽는다. 교통이 편리한 것은 물론, 역 근처엔 상가가 많이 들어서 생활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스타벅스·맥도날드 근처를 뜻하는 스세권과 맥세권도 등장했다. 개인의 소비 패턴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젠 스세권과 맥세권도 옛말이 되었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과 패스트푸드 사랑을 넘어선 곳은 과연 어디일까? 지금부터 새로운 입지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올세권‘이란 올리브영과 역세권의 합성어로, 입지 조건으로 ‘올리브영이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과거 화장품에만 집중했던 올리브영은 건강기능식품, 식품에도 눈길을 돌리며 헬스&뷰티 스토어를 넘어 종합생활 스토어로 변하고 있다. 올리브영 한곳에 들어갔음에도, 화장품 가게·편의점·약국을 다 간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리브영이 취급하는 브랜드만 약 600여 개로, 국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 글로벌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입점해 있다. 2016년과 비교했을 때 제품 가짓수도 41%나 증가했는데, 특히 건강 기능 제품 수가 3배나 늘어났다. 이름대로 ‘올’리브영인 셈이다. 있을 건 다 있으니 세대를 불문하고 올리브영을 찾고 있다.
올리브영이 스세권만큼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에서 스타벅스는 길거리를 5분만 걸어도 2-3개는 볼 수 있을 정도로 많다. 지난 6월 말 기준, 스타벅스의 점포 수는 1180여 개나 된다. 올리브영 점포 수도 마찬가지다. 전국에 있는 올리브영 매장은 1137개 이상으로, 지하철역보다 많다.
또한 올리브영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는 매출을 위해 좋은 입지를 선점하는 경우가 많다. 즉 올리브영이 있는 곳은 근처 상권이 잘 발달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게다가 올리브영으로 사람들이 몰려, 그 주위 상권이 함께 발달하는 효과도 낳고 있다. 거주자와 영세업자, 그리고 올리브영까지 서로 ‘윈윈’인 셈이다.
‘올세권’의 등장은 올리브영 자체의 성공도 힘을 보탠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1인 가구의 등장과 연관이 깊다. 1인 가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올해는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증가는 소비 트렌드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싱글 라이프로 변화시키며, 주거 입지 선정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자신의 ‘편리함’을 가장 중시하는 1인 가구에게 집에서 멀어지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건 없다. 이들은 멀리 나가 외식을 하는 것보다 배달 음식을 선호하고, 굳이 대형마트를 가기보다는 집 근처에서 생필품을 해결한다. 이러한 트렌드로 인해 입지를 선정할 때도 역세권보다 스세권, 맥세권을 더 중시하게 되었고, 이젠 올세권이 중요한 입지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올리브영. 이젠 ‘올세권’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혼자 사는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인 가구와 싱글족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올세권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