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가 거래 1만 2277건수 가운데 증여는 2768건으로 전체 22.5%를 차지했다. 2006년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8월에는 서울에서 이루어진 아파트 거래 5건 중 1건 이상이었다.

죽을 때까지 재산을 쥐고 있어야 자식들이 무시하지 못한다던 옛 어르신들의 한탄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왜 다주택자들은 왜 증여세와 취득세 등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을 증여하고 있는 걸까?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증여는 수증자의 수락 필요
상속은 계획 어렵다는 특징도

상속과 증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두 가지의 차이를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상속은 사람의 사망에 의해 재산 및 신분상의 지위 등을 승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사람이 죽는 순간을 선택한다는 건 몇몇 국가에서 제약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안락사를 제외하고는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상속인이 재산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전 재산을 특정인에게 남긴다고 유언을 남긴다고 해도 유류분 반환청구권을 활용한다면 법정상속분의 일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증여는 당사자가 자기 재산을 무상으로 상대방에게 양도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수증자가 수락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 또한 계획이 어려운 상속과 달리 증여는 개인이 증여재산의 양과 시점, 그리고 증여세 납부 방법 등을 계획하고 선택할 수 있다.

증여와 상속의 공통점은 각각의 상황이 발생하면 세금이 부과되고 상대가 이를 거부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을 무상으로 넘긴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증여는 타인에게도 가능한 반면 상속은 4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만 가능하다.

증여공제 한도 10년기준 초기화
배우자는 6억 원까지 공제가능

증여는 재산을 받는 자와 넘기려는 자 모두 재산 이동에 대한 합의를 하기 때문에 세율이 높다. 반면 상속은 사망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일로 인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을 처분하는 개념이다 보니 세율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장기간에 걸친 증여는 상속보다 유리하다.

이는 증여공제 한도가 10년을 기준으로 초기화되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경우 6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고 자녀의 경우 5천만 원까지 증여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성인인 자녀의 명의로 5000만 원 예금 통장을 만들어 증여하면 합법적으로 증여세를 절세할 수 있다. 또한 그로부터 10년 이후 또다시 자녀 명의로 5000만 원 예금 통장을 만들어 증여세 없이 추가 증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상속은 공제 혜택을 1번밖에 받지 못한다. 같은 1억 원을 자녀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한다고 해도 20년에 걸쳐 증여할 경우 세금을 하나도 내지 않지만, 상속을 받을 경우 1억 원의 10%인 1000만 원을 상속세로 납부해야 한다.

강남 3건 증여 건수 4243건
2018년 1만 4602건까지 올라

최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국내 부동산 거래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2013년 9월 서울에서 330건이었던 집합건물의 증여 건수는 2020년 7월 6456건인 것으로 19.6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강남 3구의 증여 건수는 4243건을 차지하며 다른 2213건에 불과한 22개구 건수의 2배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2030세대가 증여받은 빌딩과 주택의 규모가 3조 원을 넘었다는 조사도 나왔다. 국세청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세대별 부동산 수증 현황’에 따르면 2018년 2030세대가 물려받은 빌딩과 주택 등의 건물 건수는 1만 4602건이었고 증여 액수는 3조 1596억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 비해 증여금액은 67.1%, 증여 건수는 48.2%가 증가해 다른 해보다 상승 폭이 컸다.

이처럼 부동산 증여가 급증한 이유에는 위에서 살펴봤던 상속보다 증여가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지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정책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와 종합부동산세 할인으로 불리던 공정시장가액 비율 상승이 추진되고 있어 부동산에 부과되는 세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고 금리가 상승하는 등 부동산 거래 시장이 침체되어 다주택자가 부동산을 매도하려 해도 매입할 사람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이 시세차익의 60%에 달해 매도 자체도 큰 메리트가 없는 상황이다.

베이비붐의 자녀가 성장해 생활을 하는 시기라는 점도 증여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분석된다. 부동산은 수억 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증여세 부담이 크며 취득세도 공시지가의 4%를 적용해 미성년자나 수입이 없는 자녀에게 양도하기에는 세금 부담이 크다. 그러나 고정수입이 있는 자녀는 부족한 금액을 부모로부터 차용해 매달 용돈 대신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라도 부동산 증여에 대한 세금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부의 대물림’에서 ‘경제성장’으로 변하고 있지만,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여전히 OECD 36개국 중 최상위권에 위치해있다. 기회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국가가 상속세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국가가 기회의 불균형을 바로잡는데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번 부동산 증여 대란도 그런 움직임 중 하나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