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현실로 다가왔다. 완성차 5개사(현대·기아·르노삼성·한국지엠·쌍용)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원래 중고차 매매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어 대기업들이 진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업종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2월,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규제가 풀렸다.

중고차 업계는 발 빠르게 정부에 대기업 진출을 막아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지만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아 정부도 고민하고 있는 눈치이다. 현대차는 상생방안을 제시하며 기존의 중고차 매매업자들을 달랠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데, 어떤 이야기인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2년 새 56% 성장
황금알을 낳는 시장

중고차 매매업은 최근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10차 서비스업 조사에 따르면 중고차 판매업 매출액의 규모는 2016년 7조 9669억 원에서 2018년 12조 4217억 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한 중고차 매매업 사업체도 2016년 5829곳에서 2018년에는 6361곳으로 증가하였다.

중고차 시장 성장의 이면에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한몫했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기술발전에 의해 중고차에 대한 인식도 꾸준히 개선되었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의 규제가 풀리면서 이제 대기업들도 일명 황금알을 낳는 시장인 중고차 매매업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먼저 현대차가 오픈 플랫폼 방식으로 중고차 판매업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8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재 중고차 시장은 품질평가를 비롯한 가격 결정을 투명하게 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며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 필요성을 밝혔다.

현대차는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중고차 인증 제도를 활용하여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중고차 인증 제도를 활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제고시키고 차량 생애 주기 관리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등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시장 진출에 추가 비용 적어
수입차들은 이미 시장 진출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체들 즉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들을 몇 가지 꼽았다. 먼저 중고차 사업은 기존 중고차 대리점들을 활용하여 매입과 정비 점검 인증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진출에 있어 크게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사업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

벤츠와 BMW와 같은 수입차들은 일찌감치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수입 중고차의 가격은 국내 중고차보다 가격이 높다. 판매사가 정비와 인증을 해주기 때문인데, 현대차 3년을 타고 중고로 파는 것보다 수입차를 3년 타고 중고차 파는 게 더 이득인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데에는 중고차 시장의 상승세뿐만 아니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관한 문제도 연결되어 있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판매업에 나선다면 중고차 경매 사업 등을 맡고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글로비스의 1대 주주는 23.2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다. 이어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6.71%를 현대차 4.88% 등이 주요 대주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지분 2.62%, 기아차 1.74%, 현대모비스 0.32%로 23.29%의 현대글로비스에 비해 점유율이 낮다.

현대차 계열사의 지배력이 약한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여 경영권 승계를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중고차 시장 진출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더불어 현대글로비스가 향후 경영권 승계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핵심 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025년까지 매출을 40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는데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 이러한 구상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소상공인 생계와 직결
가격 올라가는 역효과 주장도

이와 같은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기존 중고차 업계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 선언은 소상공인의 생계와 직결된다는 입장이다. 기존 업자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시장 생태계를 무너뜨리며 중고차 가격이 오히려 더 올라가는 역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기존 업자들은 작년 초 중고차 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한이 만료되자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해달라며 재차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원회는 이에 대해 부적합 의견을 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곽태훈 한국 자동차 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중고차 매매업은 대기업 진출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사업”이라며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 중고차 매집을 독과점하고 상생방안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라며 자신들의 입장을 토로했다.

기존 업자들은 중고차 판매업이라는 것은 양질의 차량 확보가 경쟁력인데 완성차 업체가 들어올 경우 새 차 손님들이 내놓는 중고차 매물을 완성차 업체가 싹쓸이해갈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들은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지는 허위 매물도 규제 강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용분담 형태 상생 가능성 있어
소비자 신뢰 제고 필요

이제 최종적으로 중소 벤처기업부의 결정만이 남은 상황이다. 결정권의 최전선에 있는 박영선 중소 벤처기업부 장관은 “현대차가 중고차 판매를 통해 이익을 내겠다는 생각이라면 일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익 없는 ‘이븐 포인트(even point ·손익분기점)’로 산업 경쟁력을 위해 사업하되, 기존 중고차 판매업자들이 사후관리 서비스를 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분담하는 형태라면 상생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소비자들은 지지를 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간 기존 중고차 거래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진 탓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실제 경기도가 중고차 온라인 매매 사이트 31곳의 상품을 조사한 결과 95%가 허위 매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사 결과 우리나라 소비자의 약 76%는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하고 낙후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부정적인 인식의 주요 원인으로는 차량 상태 불신, 허위 매물 다수, 낮은 가성비, 판매자 불신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대해 중고차 시장에 대한 대기업의 진입에 대해 소비자의 약 51.6%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23.1%로 기록되었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현재 중고차 품질과 판매자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낮은 상태”라며 “완성차 업체는 정비라든지 이런 부분이 다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라며 “충분한 성능 테스트를 하고 난 후 차량을 판매하면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