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일본 여행 시 가장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일본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현금결제’이다. 신용카드는 물론 스마트폰 결제의 보편화로 현금 없는 사회가 된지 오래인 한국과는 다르게 아직 일본은 현금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현금 제일주의’라고 불리는 일본 국민들의 각별한 현금 사랑과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신용카드 결제비율 20%
QR코드 통한 위챗페이 확산

신용카드 세대로 들어온 지 채 10년이 되지 않은 한국도 과거에는 현금을 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현재, 가까운 나라 한국과 중국은 핸드폰만 있으면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카드 결제가 보편화되었다. 중국은 QR코드를 이용한 위챗페이와 알리페이의 확산으로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스마트폰 결제를 할 수 있다.

중국 다음으로 GDP 순위가 높은 일본은 여전히 현금 결제에 머무르고 있다. 2016년 기준 일본의 신용카드 결제 비율은 20%로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전통시장은 물론 식당 등 현금 결제가 일상화되어 있고 심지어 작은 가게는 신용카드 결제 불가라는 글이 적혀있다.

이에 대해 일본의 한 식당 주인은 “결제 비율은 현금과 카드 반반 정도다. 요즘 모바일 페이가 도입된 가게가 많지만 어떤 게 좋을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 중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이 현금 없는 사회에 진입하였지만 이와는 다르게 일본은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금융기관 불신과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

일본인들의 각별한 현금 사랑, 그 이유가 뭘까? 일본은 1990년대 말 발생한 버블 붕괴로 인해 대형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는 사태를 맞이했다. 이로 인해 일본인들에게 현금은 집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또한 90년대의 장기 불황 이후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의 현금 보유 성향은 더 깊어졌다.

개인 유출에 대한 우려도 현금 선호에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일본인들은 특히 개인 정보 및 보안에 굉장히 민감해 카드 결제를 선호하지 않는다. 일본의 한 대학생은 “모바일 결제는 조금 무섭다. 현금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결제수단”이라며 “내 정보를 빼앗길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마트에서도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일이 흔했다. 카드를 쓰고 싶어도 가게에 카드 결제기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인들의 카드 사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최근에는 카드 결제 설치가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는 현금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사람들은 지진이나 태풍 등의 재난을 대비해 집 안에 미리 현금을 준비해두거나 현금 비상 가방을 따로 마련하곤 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전기부터 끊기는 경우가 많다. 전기가 끊기면 은행 ATM 기계는 물론이고 카드 결제기까지 이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필요에 의해 일본인들은 항상 현금을 챙겨둔다.

현금 사용에 집착하는 일본에 대해 한 전문가는 일본은 현재 ‘슈카이오쿠레’이라고 언급했다. 슈카이오쿠레는 유행이나 화제에서 늦어지거나 뒤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또한 카드를 써도 어떠한 혜택이 없다는 것과 카드 사용으로 인한 높은 소득세와 수수료를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꼽기도 했다.

비현금결제비율 40% 목표
JPQR 보급 가속화

더디긴 하지만 일본 정부는 현재 ‘현금없는 사회’를 추진 중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비현금결제비율을 높이기 위해 현금 외의 결제 수단 도입 시 환원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목표는 2025년까지 비현금결제비율을 40%로 높이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일본 정부는 스마트 결제 점포를 확대하면서 ‘JPQR 보급’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일본에는 다양한 모바일 QR코드가 있지만 통일된 규격이 아니기 때문에 스마트 결제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최대 5%, 결제 사업자에 따라 지출액의 20%까지 환원제도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와 더불어 기업들의 움직임도 보이기 시작했다. 몇 해 전 일본의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로열 홀딩스’는 현금을 받지 않는 캐시리스 레스토랑 ‘개더링 테이블 파티’를 열었다. 은행은 ATM 수수료를 올릴 예정이며 아예 ATM 대수를 줄이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