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계절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겨울이 그렇다. 지난해에는 10월부터 한파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여기저기 이른 겨울 준비가 한창이었다. 롱패딩은 여전히 인기가 많았고, 엉덩이 위로 올라오는 숏패딩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눈에 띄게 많이 보인 겉옷이 있었다. 과연 지난겨울을 강타한 이 상품은 무엇일까?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롱패딩 뒤를 이은
겨울 대세 상품

겨울 대세 롱패딩의 뒤를 이은 상품은 바로 후리스(플리스/fleece). 우리나라에서 후리스의 인기는 올해도 가파른 상승세이다. 작년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F/W ‘Uniqlo U’ 2차 라인업을 출시할 당시 인기를 대단했다. 라인업에는 코트, 패딩, 후리스 등의 세계 패션 트렌드가 반영되어 있었다.

출시 당일이던 2019년 9월 유니클로 명동 중앙점에는 약 150명의 고객들이 대기했다. 온라인은 더 많았다. 오전 8시에 판매를 시작했지만 빠르게 품절 행진을 이어갔다. 품절의 중심엔 후리스가 있었다. 남성용 ‘U 후리스 가디건’과 ‘U 후리스 재킷’은 30분 만에 인기 색상을 중심으로 품절됐다. 여성용 ‘후리스 블루종’도 마찬가지로 인기였다.

‘후리스 노칼라 재킷’은 이보다 빠르게 출시되었지만, 한 달 만에 전국 품절되었다. 한 달 후 재입고 되었지만 바로 품절되었다. 후리스 품귀 현상에 온라인 중고 카페에서는 원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붙여 판매하는 ‘플미’도 많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후리스를 원하는 이는 많았고, 여전히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효리가 입은 후리스
온라인 내 전체 품절 사태

위키트리 인터뷰에서 유니클로 관계자는 <효리네 민박 2> 이후부터 후리스 유행이 시작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효리는 방송에서 오버사이즈 핏의 분홍색 후리스와 롱 코트 형식의 갈색 후리스를 착용했다. 그녀의 패션은 제주의 겨울과 어우러져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방송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효리 후리스’에 대한 문의가 넘쳐났다. 당연히 후리스는 온라인 내 품절을 불러오기도 했다.

네이버 검색 키워드 분석 결과 2018년 9월 당시 ‘후리스’ 검색량은 13만 건에 달했다. 11월, 10월, 9월 순으로 검색량이 많다는 점에서 상당히 늘어난 결과이다. 게다가 브랜드들의 후리스 검색량은 더욱 눈에 띄게 많았다. 파타고니아, 내셔널지오그래픽, 노스페이스 등 주요 브랜드 검색량이 증가했는데, 특히 파타고니아 후리스 검색은 9월 대비 50% 이상 늘었다.

2018, 2019년 유니클로 후리스가 유행이었다면 최근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많이 보이는 후리스 브랜드는 ‘파타고니아’와 ‘내셔럴 지오그래픽’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돼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이른바 ‘겨울 유행템’의 판국을 바꾸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새로움의 ‘뉴(new)’와 복고풍 ‘레트로(retro)’를 합친 신조어 ‘뉴트로’가 MZ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킨 것도 한몫했다. 파타고니아가 지난해 겨울 출시한 ‘클래식 레트로-X 재킷’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며 올해는 친환경 소재 활용을 강조해 더욱 눈길을 끌게 된 것이다. 내셔럴지오그래픽 또한 공유를 모델로 내세운 후리스제품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실용성 갖췄기 때문
올해도 유행 진행 중

이효리의 후리스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예뻐’ 보이는 것보단 ‘따뜻’해 보였기 때문이다. 후리스 열풍이 오기 전 인기를 끈 옷은 롱패딩과 경량 패딩이다. 롱패딩은 온몸을 감싸기 때문에 한파에도 끄떡없고, 경량 패딩은 보온성은 유지하되 가벼운 무게로 불편함이 없다. 두 상품은 모두 실용성을 갖췄다.

후리스도 마찬가지다. 후리스는 표면을 양털처럼 제작한 보온 소재로, 무게가 가볍다. 착용하면 따뜻한 공기층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보온성도 뛰어나다. 물에 잘 젖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젖는다 해도 금방 말라 관리가 편하다. 심지어 합성 소재이기 때문에 가격도 싸다. 인기가 없는 게 이상할 정도로 장점만 넘쳐나는 옷이다.

아빠 패션의 대명사,
등산객 사랑 한 몸에 받았던 후리스

원래 후리스는 ‘아빠 패션’의 대명사였다. 특히 대부분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출시되었기 때문에 등산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현재 후리스는 남녀노소를 누구나 겨울이면 찾게 되는 옷이 되었다. 또한 재킷과 코트, 맨투맨과 후드 집업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출시되면서 패션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후리스가 패션계를 점령한 데는 1020세대에 분 ‘복고 열풍’의 영향이 크다. 이 세대에서 복고는 촌스러운 것이 아닌 ‘처음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복고에는 1020세대의 감각에 맞춰 새로운 해석이 덧붙여졌고, 새로움을 뜻하는 ‘뉴’와 복고의 ‘레트로’가 만나 ‘뉴트로 패션’을 탄생시켰다. 이 패션엔 후리스도 속해 있다.

멋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겨울 필수 아이템으로 부상한 후리스. 뛰어난 보온성이 인기의 주된 요인이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피어난 뉴트로 열풍도 후리스의 인기에 한몫했다. 불편한 멋보다는 편안한 멋을 추구하는 후리스의 부상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