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을 두고, 아침을 맞이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장엄한 협곡에 드리우는 햇살이 절경을 이루진 않을까? 아니면 마냥 답답한 기분이 들까?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한 아파트는 왜 저곳에 지어졌을까?

부산에 우스갯소리로 헬름 협곡이라고 불리는 아파트가 있다. 작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당리동에 있는 아파트 단지이다. 지어진 지 13년 된 아파트로 거대한 절벽을 코앞에 두고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바로는 낙석의 우려도 있고, 비가 많이 오면 산사태가 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산 전체가 암반 구조라 산사태와 낙석 우려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또한, 방치된 채석장을 그대로 놔둔 것이 아니라 다듬어 조경했기 때문에 외관이 생각만큼 칙칙하지도 않다. 예전에는 자연 그대로 방치를 해놔 수풀이 우거져 더욱 아름다웠으나, 지금은 예방 차원에서 그물망을 쳐놨다.

국내에서 벗어나 저 먼 유럽으로 가면 산과 집이 어우러진 집들을 더욱 많이 볼 수 있다. 이탈리아 ‘라 스페치아’ 지방에 속한 마나롤라다. 해안 절벽 위에 지어진 마을이다. 독특한 해안 풍경으로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다. 친퀘테레 일부이기도 한 이곳은 절벽으로 연결된 다섯 마을 중의 하나이다.

스페인 카스티야라만차 지방에 위치한 쿠엥카는 위태위태한 겉모습과는 달리 스페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한다. 약 900m 높이의 협곡 사이로 길게 지어져 있는 가옥들이 마치 마법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종교 도시라 불릴 만큼 많은 수도원과 수녀들이 있다.

한편, 원치 않게 절벽에서 살게 된 사람들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 인근 해안, 그곳에 있는 아파트와 가옥들에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엘니뇨 폭풍의 영향으로 해안 절벽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위태롭게 절벽에 서 있는 가옥들이 모두 벼랑 아래로 추락할 위험에 처했다.

실제로 지난 1998년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을 당시, 가옥 1채가 해안 절벽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2010년에도 해안가 아파트 2동에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곳의 이름은 퍼시피카 해안으로, 해안 절벽의 침식이 현재까지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무릉산 산맥에 사는 노부부가 있다. 자연히 생긴 절벽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 가축을 기르고 채소를 심는 등 자급자족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여기를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한 개발상이 많은 돈을 제시하고 집을 사려 했지만 집을 팔지 않았다고 한다. 커다란 바위 두 개가 겹치면서 생긴 공간에 자리하고 있으며, 500평에 달하는 크기이다.

농촌 전기 보급 사업 때 이곳에도 전기가 들어오게 되었다. 그래서 텔레비전도 보고 일반 주택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고 한다. 나무집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 약간 불안하기는 하다.

일부러 절벽에 집을 지어놓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디자인 회사 ‘모드스케이프’에서 만든 집이다. 아직 판매되지는 않았지만 ‘클리프하우스’는 등장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일출과 일몰이 끝내주고, 보기보다 굉장히 안전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