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놈될이라는 말이 있다. 되는 놈은 뭘 해도 된다는 말이다. 경영 수업을 아무리 들어도 회사 하나를 살릴까 말까 한데 IT 전문가로 공부하고 일하던 사람이 3년 만에 낡은 브랜드를 회춘시켰다. 고작 그게 다일까? 회춘도 모자라 젊은 시절보다 펄쩍 뛴다. “이름 빼고 다 바꿔라!” 성공적으로 데뷔를 마친 윤근창 대표의 FILA 브랜드 리뉴얼을 살펴보자.

90년대 젊은이들의 브랜드였던 FILA는 2000년대에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해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유행에 민감한 1020들에게 중요한 문제였고 심지어 당시 고가 정책을 펼치던 FILA는 백화점 같은 하이엔드 마켓이나 전문 매장에서만 제품을 판매하면서 1020과의 거리를 더 벌렸었다. 결국 2007년 FILA의 본사 FILA GLOVAL가 한국 지부에 인수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날이 FILA가 다시 날아오르는 원동력이 되었으니, 미국 FILA에 입사한 현 FILA 대표 윤근창이 그 비상의 주역이다.

윤근창 대표는 2006년에 IT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7년에 이탈리아 브랜드였던 FILA가 한국의 브랜드가 되면서, 그는 미국 FILA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첫 경영 수업으로 미국에서 일하게 된 셈. 그는 그곳에서 유통 및 브랜드 운영 정책 전반을 재정비하는데, 적자 덩어리였던 FILA가 흑자로 돌아서기까지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시작은 FILA의 유통 정책을 바꾸는 것이었다.

2007년 전, FILA는 백화점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럭셔리로 포장하고 1020이 찾지 않는 곳에 잘 숨어 있었던 셈이다. FILA 미국지부를 맡은 윤근창은 ABC 마트 등 1020이 접근하기 쉬운 도매점에 FILA 신발을 납품하여 재고를 빠르게 처리했다.

재고 리스크를 해결하면서 제품에 그 값을 끼워 넣을 필요가 없어졌고, 윤근창 대표는 그 이윤을 회사의 이익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돌려주었다. 그만큼 가격을 더 인하한 것이다. 낮아진 가격만큼 FILA는 학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학생들은 쉽게 FILA의 신발을 사고 신었으며 주변에 신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브랜드 이미지는 친숙하고 젊어졌다.

어글리 슈즈가 미국에서 유행을 끌었지만 한화로 900만 원까지 하는 등 그 가격이 매우 비쌌다. 유행에 민감한 1020은 비싼 어글리 슈즈를 살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유행은 누가 정하는 걸까? 미국에서는 셀럽이 그 유행을 결정한다. 2018년 최고의 신발이 나온 결정적인 순간도 그 셀럽에게서 나왔다. 킴 카사디안이 FILA의 디스럽터2와 비슷한 아디다스의 신발에 좋아요를 누른 것이다. FILA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1020은 비슷하지만 자신의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FILA의 디스럽터2로 몰려들었다. 과거처럼 지루하지 않은 복고인 레트로 디자인이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FILA 브랜드 자체가 살아나는 중이지만 그중에서도 디스럽터2의 인기가 엄청나다. 미국 신발 전문 매체 풋웨어뉴스가2018년 올해의 신발로 휠라의 디스럽터 2를 선정했고 글로벌 패션 데이터 플랫폼 리스트에서는 여성 인기 아이템 톱 10 중에서 디스럽트2를 2위로 발표했을 정도다. 10만족만 팔려도 대박인데 이미 150만족 이상 판매되었으니 판매량으로도 손색없는 셈이다. FILA는 이를 기회로 단순 유행이 아닌 트렌드 세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