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성북동 부촌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의 영빈관이 즐비해있다.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로 쓰이던 영빈관은 최근 집무실, 회동 장소로 이용되며 점점 그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2019년 한국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이 삼성 승지원에서 깜짝 회동을 했다. 9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대기업 총수들의 회동은 당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비밀 아지트를 방불케하는 기업들의 영빈관은 각각 어떨지 알아보도록 하자.

이건희 회장 집무실로 이용
빌게이츠와의 만남도 성사

삼성그룹의 영빈관은 ‘승지원’이다. 승지원은 전경련 회장 모임 등 공식적인 모임이 열려 언론에 노출 빈도가 잦았다. 따라서 이곳은 다른 그룹들의 영빈관에 비해 비교적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장소다. 고 이건희 회장은 이곳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봤으며 삼성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기도 했다.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 회장,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 글로벌 CEO 등과의 만남도 승지원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승지원은 2019년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청와대 만찬이 끝난 뒤 5대 그룹의 회장들과 별도의 회동을 가진 곳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승지원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타계 후 그가 살던 집을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뜻에서 한옥 스타일로 바꾼 뒤 외빈을 맞을 때 활용해왔다.

대지 300평에 건평 100평 정도라고 알려진 이곳은 1층 단층 한옥과 2층짜리 부속건물로 구성됐다. 전통 한옥인 본관은 고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쓰였고 양옥으로 지어진 부속건물은 주로 상주 요원들의 근무실로 사용된다.


VIP대접 장소로 활용
노현정·정대선 상견례로 화제

과거 현대도 삼청각 뒤편에 위치한 성북동에 영빈관을 운영했다. 현대그룹의 영빈관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주로 VIP들을 대접하거나 외국 주요 인사와 면담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2006년 노현정 전 아나운서와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셋째 아들 정대선 씨가 상견례를 한 곳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대그룹의 계열 분리 후 현대 영빈관은 현대중공업에서 도맡아 관리했다.

현대중공업은 이곳을 15년간 영빈관으로 이용하다 2016년 11월 SK가스에 매각했다. 연면적 958.59㎡에 달하는 영빈관을 현대중공업은 47억 437만 원에 팔았다. SK가스는 매입 당시 이곳을 홍보 전시관과 영빈관으로 활용할 것이라 밝혔다.

영빈관의 터 친일파 일가 소유로
논란 불거지기도 해

롯데그룹의 영빈관은 소유주가 기업이 아닌 그룹 총수 신동빈 회장 명의로 되어 있어 다른 기업들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 영빈관이 아닌 ‘신동빈 영빈관’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2016년 당시 롯데그룹 영빈관에 대해 불편한 사실이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롯데그룹 영빈관의 터가 친일파 이완용 일가 한상룡의 소유였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재적 가치가 높게 평가된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약 260평에 달하는 이곳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1년 12월 2개의 필지를 90억 원에 매입했다. 새롭게 지어진 영빈관은 현재 지하 1층, 지상 3층의 규모로 이루어져 있다.


저택 개조 사용된 곳
비즈니스 회의 및 VIP대접

LG그룹 역시 성북동에 ‘연곡원’이라는 영빈관을 가지고 있었다.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이 살던 저택으로 1988년부터 이곳을 영빈관으로 사용했다. 저택을 개조하여 사용된 이곳은 주로 비즈니스 회의나 VIP들을 대접하는 장소로 이용됐다.

2007년 LG는 재무구조 개선 차원으로 부동산을 일괄 매각했다. 이때 연곡원도 함께 정리되며 국내의 한 건설사에 매각됐다. 연곡원은 특히 드라마의 촬영지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전통 양옥 형태와 넓은 정원을 지녀 전형적인 재벌 저택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연곡원은 2007년 SBS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에서 결혼식장, 2009년 KBS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는 병원장의 집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2005년 영광원 매각
포항, 광양에도 영빈관 소유

포스코는 1980년대 말 박태준회장 시절 성북동 영빈관을 구입했다. 매입 후 내부 시설 등을 거쳐 1990년 5월 ‘영광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했다. 이곳의 대지면적은 458평, 건평은 216평으로 알려졌다. 수용인원은 10명 정도로 되어 있으나 자주 이용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유상부 전 회장이 고 김대중 대통령의 셋째 아들 홍걸 씨와 이곳 ‘영광원’에서 만났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돼 곤혹을 치뤘다. 이후 포스코는 2005년 성북동 영빈관을 매각했다.

포스코는 서울 영빈관 외에도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각각 청송대, 백운대라는 영빈관을 가지고 있다. 이 영빈관들은 서울에 위치한 영빈관보다 훨씬 큰 규모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이곳들은 주로 제철소를 방문하는 주요거래선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서울 영빈관에 비해 정치적인 요소보다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