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7일,
국내 최초 애플스토어가 오픈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줄,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가로수길 애플스토어는 오픈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애플이 20년 치 월세로 600억에 가까운 금액을 일시불로 지급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애플의 한국 법인인 ‘애플코리아유한회사’는 애플스토어를 지을 필지 3곳과 인근 건물에 총 589억 3100만원에 이르는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애플이 가로수길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임대한 이유는 무엇이며, 왜 하필 가로수길에 자리 잡은 것일까?

가로수길은 전문가들이 손꼽는 상권이다. 지리적인 요건을 잘 갖춘 곳으로 상권의 지속성과 성패를 좌우하는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중심도로와 2차선 도로가 나누어져 있어 상권의 연계가 자연스럽다. 또한, 주변에 지하철역인 신사역과 각종 버스 노선이 잘 갖추어져 있어 교통 또한 편리하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추고 있는 공간이다. 애플은 소위 ‘안테나 샵'(소비자의 반응을 파악하고 상품 촉진을 위한 전략 구상이 가능한 점포)이라고 불리는 전략적인 용도로 신사동 가로수길을 선택했다. 가로수길의 땅값을 고려하면 토지를 직접 매입해 건축하는 것이 낫지만, 핵심 입지 선점을 위해 가로수길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의 월 임대료는 얼마일까? 20년 치 월세가 600억 이라면, 한 달 임대료는 2억 5000여만 원이라고 볼 수 있다. 맞은편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의 건물의 월 임대료가 1억 1000여만원 인 것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결국 시세보다 비싼 임대료를 무려 20년 어치나 지급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와 같은 행동을 보고 ‘광고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향후 20년 동안 대형 광고판을 노른자 땅에 세워 두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안테나 샵’을 운영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판단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현금 보유량이 많은 애플이 재무적인 측면에서 세금 부담과 같은 일들을 고려해 이와 같은 전략을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가로수길의 노른자 땅은 원하는 가격에 매입하기 힘든 만큼, 20년 동안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한 것이다.

애플이 부지 매입이 아니라 굳이 임차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2017년 애플스토어의 토지 시세는 365억에서 430억가량으로 보고 있다. 600억의 임차료와 비교하면 오히려 더 저렴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외국 브랜드 기업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실제 국내 해외 브랜드 중,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몇 없다는 것이다.

해외 브랜드 기업은 외국계 자본과는 다르게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므로 해외 브랜드 기업의 약 99% 정도가 매장을 낼 경우 직접 매입이 아닌 임차를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임대 비용을 지급해서 효과적인 마케팅과 안정적인 입지 조건을 확보하는 것을 더 중요시 생각하는 것이다.

가로수길은 2009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연평균 38%의 지가 상승률을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상권의 변화를 불러왔는데, 2009년에는 식음료업종이 대부분이었으나 이후 화장품, 의류 등 판매점들이 입점하면서 높은 임대료 상승률을 보였다. 2016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던 지가는 2017년 약 5% 상승에 그쳤다. 과거의 가파른 상승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였고 가로수길의 임대료가 높아 임차인들이 떠난다는 이야기가 돌며 점진적인 침체를 보였다.

임차인 즉 상인들이 떠난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금리의 인상과 대출 규제로 인해 가로수 길의 건물들이 하나둘 비어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침체해 있던 가로수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예상한 애플스토어가 오히려 상권을 해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가장 장사가 잘되는 1층에 짐을 빼기 시작하고 권리금이 없는 매장도 등장했다. 흔히들 말하는 ‘잘 되는 상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가판대 행렬도 사라진 지 오래다.

국내 애플스토어 1호점이 가로수길에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 철렁한 사람들이 있다. 물론 움츠러든 가로수길 상권에 유동인구는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임대료가 치솟을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예상대로 건물주로부터 계약이 만료되었으니 한 달 내로 가게를 비워달라는 연락이 오거나, 관리비 명목으로 돈을 계속 올려 받는 건물주들이 생겨났다.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애플스토어의 국내 첫 입점으로 주목받은 가로수길 상권은 현재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유동 인구 감소로 침체 된 가로수길 상권의 임대료가 급증하자 임차 상인들이 내몰릴 위기에 처했고, 많은 이들이 이미 건물을 비우고 가로수길을 떠났다. 건물주가 리모델링 등의 명목으로 재계약을 거부하면 결국 떠나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애플스토어 실내에만 젊은이들로 가득 찼다. 애플스토어 주변에는 1층이 비어 있는 건물도 수두룩해 대조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가로수길이 과거 압구정 로데오길이 경험했던 젠트리피케이션 다음 단계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임차인을 내쫓은 건물주가 지금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파는 물건이 없자 자연스레 소비자들이 발길을 끊으며 가로수길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애플스토어의 입주는 가로수길에 호재가 아니었다. 이미 가로수길에는 대형 의류업체와 화장품업체가 진입했다가 철수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어마어마한 가격에 커다란 화제를 몰고 나타난 애플스토어. 특유의 통유리를 보며, 소비자들은 미소 짓지만, 상인들의 눈에는 유리에 비친 이맛살만 비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