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부동산을 매입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일까?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누군가는 무조건 수납공간이 충분한 집을, 누군가는 배수나 단열 등 기본적인 기능이 잘 이루어지는 집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은 집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사항으로 여길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집만의 특별한 플러스알파를 원하게 마련이다. 오늘은 ‘탁 트인 전망’이라는 플러스 요소를 보고 주택을 구입했다가 상황의 변화 때문에 후회하거나 이웃과 다툼에 휘말린 경우를 짚어보도록 하겠다.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 2층에 거주하는 주민이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99년 서울시가 완성한 동부 간선도로와 올림픽대로를 연결하는 교량 때문에 한강 조망권을 침해당하고 소음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파트 가격도 2억 원 이상 하락했다”는 것이 해당 주민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소송을 담당한 서울지법 민사합의14부는 서울시의 손을 들어 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아파트 조망권은 사회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지 않으며, 모든 조망권이 보호를 받는다면 평지에 먼저 건물을 짓는 자는 이후 새로 증축되는 모든 건물에 대해 조망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또한 “감정 결과 고가 교량으로 인한 직사광선 일조의 감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이 같은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에는 비교적 최근으로 올라와보자. 대략 10년 전부터 제주 이주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효리네 민박’등의 프로그램까지 히트하면서 제주도에 집을 짓고 조용히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부쩍 증가하는 추세다. 제주시에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거주하던 A 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바다 전망을 위해 남향을 포기하고 북향으로 집을 지었는데, B 주식회사가 해당 주택의 북쪽으로 지하 2층, 지상 4층의 관광호텔을 짓겠다고 나선 것. 분쟁이 발생하자 B 주식회사는 조망권의 침해가 발생하지 않게 건축한다는 조건을 걸고 A 씨에게 합의서를 받았다. 그러나 이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B 주식회사는 건물의 일부에 대한 내용을 변경하여 건축 허가를 받았다.

이에 A 씨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공사 금지 가처분 소송에 나섰고, 결국 승소했다. A 씨의 변호사는 B 주식회사가 개발사업 통지 당시 약속한 내용을 어긴 점, 관광호텔이 그대로 건축되면 A 씨 일가족이 가정의 터전을 제주도로 옮긴 의미를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공사를 금지할 것을 피력하였고, 제주지방법원 제3민사부는 이를 받아들여 “건축 중인 숙박시설 중 일부에 대하여 일체의 신축공사를 하지 말라”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의 케이스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례도 있다. 이번에는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아파트 ‘비치베르빌’이 주인공이다. 해당 아파트 101동 거실 창 방향으로 23층 건물의 건축 허가가 나자 비치베르빌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 신축 건물이 지어질 곳은 상업지역으로 일조권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해운대구는 당초 사생활 침해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건축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그러자 건설사는 부산지방법원에 건축 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모두 원고의 승리로 끝났다.

현행법상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경우라지만, 건축 중인 해당 상업건물의 사진을 본 이들이라면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신축 건물의 측면과 비치베르빌의 거실 쪽 정면이 정말 딱 붙어 있어 팔만 뻗으면 물건도 주고받을 수 있을 거리이기 때문이다. 피해 아파트 주민들은 상업지역이더라도 기본적인 일조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건축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촌에 모여 사는 재벌 총수들 사이에서도 조망권 다툼은 자주 일어난다. 2005년에는 삼성가와 농심가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태원에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의 집을 짓자 농심 신춘호 회장은 ‘공사 소음 피해’와 ‘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들며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을 낸 바 있다. 해당 소송은 차후 합의를 통해 조용히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2008년에는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부영 이중근 회장 간에 다툼이 있었다. 이명희 회장이 이중근 회장의 집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땅에 새로 건물을 올리기 시작하자 이중근 회장 측에서 “한강 조망권과 사생활의 침해가 우려된다”며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것. 1 심은 부영 측의 손을 들어주며,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된 주택 건축 취소소송 판결이 나기 전까지 주택 신축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비슷비슷한 조망권 다툼인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에 따라 판결은 180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 집의 조망권 침해’를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를 짐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승태 변호사는 <이코노믹 리뷰>에서 “해당 건물의 소유자나 점유자가 그 건물로부터 향유하는 조망 이익이 사회통념상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 조건이 충족된 것을 전제로, “조망 이익의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을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경우에만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판단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조망권을 침해 당하는 쪽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과 본안소송인 공사금지 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공사를 중지시키는 공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것. 이미 지어진 건물을 철거하기는 어려우므로, 공사금지 가처분 소송은 신속하게 제기해야 한다. 공사 자체를 그만두게 만드는 공사금지 가처분 소송이 보다 조망권 침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음을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