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상승하면서 10만 원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최고액권은 5만 원권이다. 사실 5만 원권이 도입되던 당시 10만 원권도 함께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여러 문제가 제기되면서 5만 원권만 우선 발행되었던 것이 지금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5만 원권이 우선 도입되면서, 우리는 앞으로 10만 원권이 도입되면 발생할 일을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글 10만 원권이 발행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그리고 과연 10만 원권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10만 원권이 도입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조금 더 알아보자.

2009년 6월 첫 발행된 5만 원권에 삽입된 인물은 신사임당이다. 당시 신사임당은 대한민국의 지폐에 여성이 없다는 이유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후 신사임당은 발행 이후 10년 이상 과연 5만 원권에 적합한 인물인가 자질을 의심받아야 했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보다 높은 5만 원권에 들어가기엔 업적이 없고, 시대상을 극복하지 못한 ‘현모양처’라는 것이 비판의 주된 이유였다. 대안으로 유관순이 제시되었으나 온전한 모습의 사진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이처럼 비난받음에도 신사임당이 채택된 이유는 국민의 관심이 10만 원권에 몰렸던 것도 한몫했다. 당시 10만 원권의 후보는 김구·광개토 대왕·안창호·장보고·장영실·정약용·안중근·이승만이었다. 김구와 광개토 대왕의 인기가 높았으나 김구는 일부 보수 단체의 반대에 부딪혔고, 광개토 대왕을 비롯한 안창호, 안중근은 주변국을 고려해 제외되었다. 이승만은 국민을 학살한 사건으로 진보 단체의 비난을 받았다.


5만 원권과 함께 발행될 예정이었던 10만 원권은 김구와 대동여지도로 결정되었으나 대동여지도에 독도가 없다는 이유로 반려되었다. 결국 10만 원권은 무기한 보류되었고, 신사임당만 5만 원권으로 발행되어 논쟁의 주 타깃이 된 것이다. 따라서 다시 10만 원권을 발행한다면, 정치권에서 서민 술자리까지 10만 원권의 인물 선정에서부터 많은 논쟁이 예상된다.

5만 원권은 2014년 이미 성인 1명당 22장을 가질 만큼 시중에 풀렸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5만 원권은 1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통 지폐 3장 중 1장이 5만 원권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시중에서의 5만 원권 비율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시중에서 사라진 5만 원권의 행방은 소위 ‘마늘밭 사건’으로 불리는 2011년의 사건이 대표한다. 전라북도 김제시의 한 마늘밭에서 110억 7800만 어치의 5만 원권이 발견된 것이다. 이처럼 5만 원권은 억대의 금액도 적은 부피로 보관할 수 있어 소득 은닉 등 탈세나 비리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반증하듯 개인금고 판매 증가율은 2013년 11%에서 2015년 24%로 2년 동안 2배 이상 상승했다.

10만 원권은 비타 500의 절반만으로도 훌륭한 뇌물이 될 수 있다. 5만 원권은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발행 규모를 늘려왔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5만 원권 환수율은 2014년 25.8%에서 김영란법이 이후에나 66%까지 상승했다. 반면 과거 최고액권이었던 1만 원권의 환수율은 100%를 훌쩍 넘는다. 10만 원권 발행 시 5만 원권의 환수율이 늘고 10만 원권의 환수율이 현 5만 원권의 환수율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만 원권이 발행되기 전, 많은 이들이 고액권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염려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2009년 5만 원권 첫 발행 이후 5년간의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2.7%로 오히려 발행 5년 전(2004~2008년)의 연평균 물가 상승률 3.2%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5만 원권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곳은 물가가 아닌 경조사비로 나타났다. 관계에 따라 3만 원, 5만 원, 10만 원으로 경조사비를 내던 기존의 관습이 5만 원권 발행 이후 최소금액이 5만 원권으로 상승한 것이다. 동아일보의 2014년 축의금 장부 조사에 따르면 축의금의 77.1%가 5만 원권으로 나타났다.


명절 용돈의 금액대도 상승했다. 2018년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평균 세뱃돈 예산은 18만 6000원으로 2016년 16만 9000원보다 1만 7000원 상승했다. 해당 설문에서 직장인들은 중고등학생의 세뱃돈으로 가장 많이(37.5%) 선택한 금액은 5만 원이었다. 한 직장인은 “세뱃돈도 예전에는 1만 원씩 줬지만 요즘에는 5만 원은 줘야 체면치레가 된다”라고 대답했다.

5만 원권이 최고액권이 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10만 원권 도입이 고려되던 당시 사람들은 10만 원 자기앞 수표를 2009년 307만 건이나 사용할 정도로 고액지폐를 필요로 했다. 1973년 도입된 1만 원권이 국내총생산이 77.6배 증가한 상황에서도 최고액권이었던 것이다. 5만 원권이 도입된 지 10년 된 2018년, 10만 원 자기앞수표 사용건수는 31만 건으로 감소했다.


당시에도 찬반이 팽팽하게 맞붙었지만 모바일 결제 등 ‘비 현금결제’가 일반화된 요즘 새로운 고액권의 도입은 실효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당시 찬성 측의 주된 주장인 10만 원 자기앞수표의 불편함과 부가비용도 수표 사용건수가 감소해 유명무실해졌다.

세계는 고액지폐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이 100달러 지폐를 범죄, 탈세의 주범으로 보고 있으며 지폐 발생 중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 또한 2018년 말부터 EU의 최고액권인 500유로 지폐 발행을 중단했고, 중국은 이미 비현금 사회에 진입했다.

5만 원권이 10만 원권보다 먼저 발행되면서 이후 10만 원권이 도입될 때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학자들은 10만 원권이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의 시행과 함께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과연 10만원권일까? 조금 더 멀리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