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하는 아파트 브랜드로 사람의 재산을 판단하는 것이 가능할까? 어떤 사람들은 단지 옆의 아파트가 저렴한 브랜드라며 비난하고, ‘그 아파트에 사는 애들이랑은 놀지 마’ 등으로 차별하곤 한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우고, 그만큼 아이들도 자신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브랜드를 조금 더 따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들어도 비쌀 것 같은 아파트는 어디일까? 조금 더 알아보자.


대림산업은 E-편한 세상 아파트 브랜드를 가진 건설사다. ‘진심이 짓는다’를 콘셉트로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늘 10위권 이내에 드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런 대림산업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에는 ‘아크로’라는 명칭이 붙는다. 아크로는 2013년 부동산 침체기에 ‘최고급’이라는 역발상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2014년 평당 분양가 4000만 원 시대를 열면서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크로’가 붙는 대림산업의 프리미엄 아파트와 일반 브랜드로 전락한 e-편한 세상의 가격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서초교대에 위치한 교대 e 편한 세상의 매매가는 14억 5000만 원에서 26억 5000만 원에 형성되어 있으며 아크로 리버파크는 매매가가 19억 5000만 원에서 59억 원에 형성되어 있어 입지상의 차이가 있다 해도 매매가가 2배 정도 차이가 났다.

더 제니스는 영문으로 천정, 정점, 절정을 뜻한다. 두산건설은 기존 ‘위브’ 아파트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으나 0000년 위브 중에서도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인 ‘더 제니스’를 론칭했다. 더 제니스는 르네상스 건축물을 본뜬 아이콘을 활용하고 있으며 현재 더 제니스는 해운대, 일산 탄현, 대구 수성 3곳에 위치해 있다.

일반 위브 아파트와 위브 더 제니스의 금액 차이는 얼마나 날까? 위치와 전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위브와 위브 더 제니스의 시세를 비교해보았다. 해운대 중동 두산위브의 매매가는 4억 6000만 원에서 6억 6000만 원에 형성된 반면, 해운대 두산위브 더 제니스는 6억 3000만 원에서 45억 원에 매매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위브의 최고가가 더 제니스의 최저가와 비슷했다.

자이(XI)는 특별한 지성을 뜻하는 eXtra Intelligent의 약자로 LG 건설이 2002년 9월 론칭한 아파트 브랜드다. 이후 LG에서 GS로 분리되면서 GS건설의 대표적인 고품격 아파트 브랜드가 되었다. 2019년 들어 아파트 브랜드 조사 3관왕을 달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이는 강남에서 특히 위상이 높은 브랜드다. 타 아파트 브랜드가 상위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브랜드 이원화를 진행하는 가운데, 자이는 브랜드 이원화를 하지 않음을 공언함으로써 기존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였다.

한때 ‘그랑 자이’가 자이의 고급화 브랜드라는 오해가 있었으나 GS건설측은 ‘잘못된 오해’로 일축하고, 해당 명칭을 2018년 1월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자이 단지로는 서초구를 강남 부동산 시장의 중심으로 바꾼 반포 자이와 강북 부동산 시장의 중심이 된 경희궁 자이가 있다. 반포자이의 매매가는 16억~42억 원이며, 경희궁 자이는 11억 5000~27억 원에 매매가가 형성되어 있다.

롯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는 1999년부터 짓기 시작한 롯데캐슬이다. 그러나 이후 잠실에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하며 최상급 주거 브랜드 시그니엘을 론칭했다. 시그니엘은 시그니처(Signature)’에 롯데(LOTTE)의 L을 합친 합성어다.

2018년 매물로 나온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전용면적 200㎡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800만 원이었다. 매년 2억 1600만 원이 월세로 지출되는 셈이다. 때문에 부동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 회장 또는 최상류층만이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자이나 래미안처럼 브랜드 선호도 1,2위의 아파트 브랜드를 가지지 못한 타 아파트 브랜드들의 브랜드 리뉴얼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기존 고급 아파트 브랜드로 이용하던 힐스테이트보다 상위 브랜드인 ‘디 에이치’를 론칭했고, 롯데캐슬의 롯데건설은 시그니엘 레지던지 외에 ‘인피니엘’이라는 새로운 주거 브랜드를 론칭했다.

최근 건설사들의 트렌드는 브랜드 이원화다. 특히 저가 브랜드보다는 최고급, 프리미엄을 목표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을 해외 건설 수주 감소 폭이 높아짐에 따라 미분양 가능성이 낮은 서울, 수도권 재건축 사업을 통해 만회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GS건설의 자이에 대한 선호가 굳건해 강남 재건축 등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재건축 조합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자이와 래미안 이하 브랜드에게는 그 이상의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것이 건축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상황에서 10년 이상 된 낡은 브랜드는 리뉴얼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 따라서 각 건설사는 최고급 브랜드를 론칭하는 한편 기존 브랜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로 도입하고 있다. 최고급 브랜드가 난립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