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5개 카드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공문을 받은 카드사는 신한, 삼성, KB 국민, 하나, 롯데카드로 기아자동차도 현대자동차와 함께 위의 카드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아직 계약 해지가 진행된 건 아니지만 오는 10일까지 협상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현대기아차를 구입할 때 위의 5개 카드는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가맹점과 카드사의 수수료 갈등은 늘 있어왔지만, 계약 해지 카드까지 꺼낸 건 드문 일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재벌 2위 현대기아차와 5개 카드사의 기싸움이 이 정도로 심각해진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조금 더 알아보자.

 1.갈등의 이유

이번 갈등은 지난 1월 카드사들이 연 매출 5백억원 이상의 대형가맹점에 3월 1일 이후의 거래에 대해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데서 시작되었다. 기존 1.8%였던 수수료를 0.1% 인상해 1.9%의 수수료를 요구한 것이다. 카드사 측은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적정한 수수료율을 계산했을 뿐이라고 전했지만, 현대기아차는 인상의 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현대기아차는 카드사에 수수료 인상을 납득할만한 자료를 카드사에 추가 요청했고, 카드사는 카드사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지나치다는 입장으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떡볶이집도 세세하게 원가 공개하는 사례는 없다”라며 맞섰고, 현대기아차가 3월 10일을 데드라인으로 계약 해지라는 강경책을 내세우며 갈등이 심화되었다.

2. 사건의 원인

수수료 인상에 따른 갈등은 현대기아차와 카드사에 한정된 일이 아니다. E마트와 SK텔레콤 등 대형마트, 백화점, 항공업계, 이동통신업계도 대형가맹점으로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요구를 받아 갈등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 방안’이 발표된 2018년 11월에 이미 갈등이 예정되었다고 말한다.

11월에 발표된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 방안은 정부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카드 수수료로 선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카드 수수료 체계의 개편에서 우대수수료율을 받는 가맹점이 대폭 증가하면서 카드사는 해당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어야 했다. 연 매출 5억~10억원의 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2.05%였다면 개편으로 수수료율이 1.4%로 낮춰진 것이다. 이는 곧 카드사의 손해로 이어졌고 카드사의 반발은 예정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카드사가 대형가맹점에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반발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카드 결제가 결제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상황에서 카드사가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3. 카드사의 수익 감소

그렇다면 수수료 체계가 개편되면서 카드사는 어느 정도의 손실을 입었을까? 카드사에 있어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전체 편의점의 89%, 슈퍼마켓의 92%, 일반음식점의 99%, 제과점의 98%가 우대 가맹점으로 분류되었다.

정부는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에 따라 우대·일반 가맹점이 약 8000억원 상당의 카드 수수료 경감 효과를 얻게 됐다.”라고 홍보했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그만큼의 수익성 악화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2.04~2.25%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0.1% 상승은 그 시작인 셈이다.

4. 현대기아자동차의 입장

카드사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현대기아차와 같은 대형가맹점에 수수료율을 인상을 통보한 건 예정된 흐름이었지만, 대형가맹점인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의 손해를 떠맡는 격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거부하며 “인상 근거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고 카드사에 요구했지만 들을 수 없었다”라며 계약 해지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BC카드, NH농협, 현대, 씨티카드와는 이미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도 현대기아차를 지지하고 나섰다. 협회는 국내자동차업계의 불황을 언급하며 “카드사들은 조달금리가 하락하고, 연체비율이 감소하는 등 수수료율 인상 요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을 강행한 것은 현 자동차 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의 2018년 영업이익률은 2.5%로 IFRS(국제회계기준) 적용 이후 최저 실적을 갱신했다. 이는 2017년보다 47.1% 감소한 수치다. 이런 판매 부진은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국내 자동차 업체 모두가 겪고 있는 것으로 협회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의 어려운 경영상황을 감안해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현대기아차 지지 이유를 밝혔다.

5. 전망

현대기아차와 같은 대형가맹점과 카드사의 갈등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10일 이후로 현대기아차에서는 5개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가맹점이 아닌 곳에서는 카드를 사용할 수 없기에 결제 시 불편함을 겪는 건 결국 소비자다. 카드사의 수익 감소분이라는 폭탄이 가격 인상이나 카드 혜택을 줄이는 등 소비자에게 떠넘겨 기업의 수익성을 보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면 현대카드에는 기회라는 시선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사는 2017년 기준 카드업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의 연계로 혜택을 강화하여 새로운 카드 고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이 경우 5개 카드사는 기존 수익도 고객도 잃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카드사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0.1% 상승은 아니더라도 현대차가 협상 가능한 기간을 10일로 길게 제시해 협상 의지를 보였고, 카드업계 점유율이 2017년 기준 42.3%에 달하는 삼성과 신한을 쳐내는 건 현대기아차에게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금융당국의 개입도 예정되어있어 현대기아차를 압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에서 대형가맹점이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이번 수수료율 인상에 대형가맹점이 부당행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협상 과정을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체계 개편을 주도한 것이 정부인만큼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수수료 인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대형가맹점이 결국 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