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때 살걸

용의 꼬리냐, 뱀의 머리냐. 삶의 태도를 정할 때면 누군가 늘 묻는 말이다. 부동산에도 이 같은 말이 통한다. 서울 꼴찌에서 살 것인가. 타 지역 부촌에서 살 것이냐 하는 질문이다. 서울에 집만 마련해도 성공이라는 이야기도 머리인 강남, 용산에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서울의 꼬리라 할 수 있는 금천구는 경기도 어지간한 지역보다 집값이 저렴한 곳이었다.

산업의 중심지였던 금천구는 시대의 흐름에 도태되면서 서울 집값 꼴등에 자리 잡았다. 금천구는 지나는 전철역도 고작 3개뿐으로 서울에서 가장 적다. 심지어 소방서는 한곳도 없다.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큰 학군은 말할 것도 없다. 금천구는 서울에서 서울대 진학률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악명 높다.

군부대가 자리 잡은 데다 교통 인프라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금천구는 강남에서 가장 강남 같지 않은 동네로 불렸다. 그런데 최근 2년 동안 금천구의 집값이 또 하나의 용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부동산 좀 볼 줄 아는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금천구의 변화를 조금 더 알아보자.

1. 금천구에 불어닥친 개발호재

금천구의 지역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는 주거환경 개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롯데건설이 5년 동안 공들여 조성한 독산동 롯데타운이 2019년 완성된 것이다. 롯데건설은 금천구 동산동에 롯데캐슬골드파크 1,2,3단지와 롯데캐슬골드파크타워 960을 금천구에 준공했다.

롯데건설이 금천구청과 금천구청역을 중심으로 추진한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사업 ‘롯데캐슬 골드파크’의 완공으로 총 4400여 가구가 금천구에 공급됐다. 노후 아파트와 상가, 공업단지로 낙후된 지역 이미지가 신축 아파트와 상가로 바뀌며 금천구의 핵심 주거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시흥동 무지개 아파트도 2016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되었다. 무지개 아파트는 1980년 사용승인이 떨어진 노후 아파트였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 2019년 착공할 계획이다. 이외에 군부대 아파트로 재건축 추진이 어려웠던 필승 아파트도 재건축이 결정됐다. 2018년 9월 거주자 이전이 완료되었으며 2019년 3월 국유재산 위탁개발 대상 재산으로 선정되어 재건축이 진행이 확정됐다.

교통 환경 또한 신안산선으로 개선될 예정이다. 신안산선은 안산, 시흥과 서울 여의도까지 운행하는 복선 전철이다. 금천구에는 시흥사거리 역과 시 독산역이 위치한다. 신 안산선은 서울역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또한 2016년 강남순환 고속도로 개통으로 여의도와 강남으로의 교통 접근성도 향상되었다.

금천구는 소방서가 없는 유일한 서울의 자치구였다. 그간 금천구는 소방서가 없어 그간 안전 사각지대로도 불렸다. 화재 발생 시 구로 소방서가 대신 출동했으나 2020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금천구 소방서가 유치되었다. 여기에 금천구는 2019년 4월 옛 대한전선 부지 9만㎡에 지하 5층, 지상 18층, 880병상의 종합병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간 금천구에는 야간 당직의사 1명뿐인 지역 응급의료기관 1곳만이 있어 골든타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2. 금천구 아파트 가격 상승세

이 같은 변화에 따라 금천구 아파트 가격도 급상승하고 있다. 금천구의 분위기를 전환한 롯데캐슬골드파크 1차는 전용 59㎡는 2019년 1월 7억 2700만 원에 매매되었다. 최초 분양가가 3억 2900만~3억 6800만 원이었음을 고려하면 2배가량 상승한 셈이다.


롯데캐슬골드파크는 특히 2018년 동안 전용 84㎡ 시세가 6억 원에서 8억 원 대까지 상승했다. 독산동 부동산 관계자는 “전용 84㎡ 매매가격 호가는 9억 원 전후에 형성돼 있다. 저층 아파트나 급급매 매물이 8억 원 중후반대에 나오기도 하지만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유일한 대단지인 롯데캐슬골드파크를 시작으로 금천구가 부활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근 아파트인 이랜드해가든 전용 84㎡의 시세는 2017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4억 3000만 원에서 5억 7000만 원까지 상승했다. 바로 옆의 라이프아파트 전용 84㎡는 2017년 2억 8700만 원에서 현재 4억 5000만 원까지 상승했다.

금천구 부동산 관계자들은 학군이 개선될 시 집값이 서울 중위권 수준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개발호재가 지속되는데다가 이마트, 홈플러스, 현대 아웃렛 등 상업시설이 풍부하고 가산, 구로 디지털단지가 인접해있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 이사는 금천구를 “서울 도심이나 서남권에 일자리를 둔 실수요층이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기 좋은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말 그대로 가성비 있는 지역이라 서울 거주를 원하는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글 임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