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뭐가 중요한데”

명절은 나이가 들수록 괴로운 날이 되었다. 학생들에게 명절은 그저 학교를 쉬는 날, 1년에 한두 번 보는 어른들에게 용돈 받는 날에 불과하다. 대학생에게 명절은 어쭙잖은 어른들의 오지랖을 감내하는 때이고, 취준생은 찾아가기도 두려운 날이 됐다.

취업하고 결혼한다고 명절이 바뀌지는 않았다. 다만 업무에 지친 몸을 가족과 보낼 시간이 조금이나마 생겼음이다. 부모님 댁에서 분가해 십여 년을 살았더니 더 이상 옛 고향집이 편하지를 않고, 내 님은 자꾸만 집에 가자 눈치를 준다. 일 년에 한두 번 보는 부모님과는 안부 빼면 할 말이 남지 않는다.

그나마 이런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것이 명절 선물이다. 말로는 빈손으로 와도 된다 하지만, 선물을 들고 가면 윤활유처럼 가족 간의 낯선 사이를 부드럽게 감싸주니 빼먹기도 난감하다. 다만 이제 와서 빨간 내복을 선물이라고 들고 가려면 차라리 빈손이 낫다. 그렇다면 어떤 선물을 들고 가야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 얼굴에 꽃이 필까. 조금 더 알아보자.

1. 명절 선물 순위

2008년 조선일보는 ‘시부모에게 환영받는 선물 리스트’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11년 전 시아버지가 받고 싶었던 추석 선물 5위는 담배로 나타났다. 지금보다 담배에 대한 경각심이 낮았음을 반증한다. 4위는 안마기, 3위는 주유티켓, 2위는 고급 양주로 나타났다.


시아버지가 가장 선호하는 선물은 1위 현금으로 나타났다. 현금은 전체 선물 중 44%를 차지했다. 시어머니의 추석 선물 1순위도 현금(36%) 이었다. 시어머니는 공동 3위로 옷과 옥돌침대 그리고 갈비세트를, 2위로 상품권을 선호했다. 상품권은 무려 32%를 차지해 현금과 비슷한 선호를 보였다. 가방과 지갑은 8위(2%)에 불과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명절 선물 5위는 건강식품으로 나타났다. 기존 시아버지가 선호하는 명절 선물 5위 담배는 순위에서 찾을 수 없었다. 2위였던 고급 양주도 찾을 수 없었으나, 8위에 전통주가 위치해 주류 선호도 변화를 나타냈다.

4위는 최신 전자기기로 나타났다. 전자기기에 대한 선호는 2000년대부터 점차 상승했다. 3위는 한우, 굴비였으며 2위는 상품권으로 나타났다. 2017년 3위였던 과일세트가 순위권에 들지 못한 것은 2018년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수급 불균열과 가격 상승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 선물의 왕은 현금

위처럼 과일, 전자기기, 건강식품, 한우 등의 순위 변화가 지속되어온 가운데 현금만이 1위를 지켰다. 현금에 대한 선호는 40% 대가 유지되었으며, 상품권을 포함할 경우 선호가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8년부터 명절 선물에 가성비를 고려하는 의견이 증가해 합리성과 실용성이 가장 높은 현금이 명절 선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명절 선물용 현금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돈 봉투에 새 돈을 넣어 전달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돈 봉투, 돈다발, 돈 케이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할 정도로 보편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9 신한은행의 보통 사람 보고서에 따르면 명절에 각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은 본인 부모님 19만 원, 배우자 부모님 18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명절 선물 1위는 현금이었다. 돈이 최고인 만큼, 금액만 좀 높여 송금하면 최고의 추석 선물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0순위가 빠져서는 1위가 무색하다. 그러니 바쁜 일상 속, 얼굴이라도 한번 비추는 건 어떨까. 부부라면 반나절씩 친정, 시댁 다녀올 게 아니라 각자 부모님을 찾아가 인생에 하루쯤 불편한 하루를 보내보자. 산 부모가 산소 되어야 찾아뵙던, 삶이 고되었던 옛 어른들을 회한을 굳이 반복할 필요야 없음이다.

글 임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