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을 생산·수출하는 일로 시작해 전자·이동통신 분야까지 뻗어나갔던 기업이 있다.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업을 매각하고 다시 본래의 주력사업으로 돌아왔고, 여전히 국내 최고의 소재, 섬유 기업으로 손꼽힌다. 재계 서열 32위, 이원만 회장 일가가 일군 코오롱이 그 주인공이다. 코오롱은 어떤 모습으로 탄생해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렀을까?

나일론 제조로 시작한 기업


1933년, 서른 살의 나이로 일본으로 건너간 창업주 이원만 회장은 1935년 아사히 공예 주식회사를, 1937년에는 아사히 피복 주식회사를 창립하며 사업에 첫 발을 내디딘다. 어느 정도 성공을 맛본 그는 51년 삼경물산을 세워 53년부터 한국에 나일론을 공급한다. 1954년에는 귀국해 코오롱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개명 상사’를 설립하고, 삼경물산의 서울 사무소인 한국 삼경물산을 세워 아들 이동찬 회장에게 대표직을 맡긴다.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나일론을 생산하기로 마음먹은 그는은 57년 대구에 한국 나일론을 세웠으며, 63년부터는 국내 기업 최초로 나일론을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코오롱(KOLON)은 코리아 나일론(Korea Nylon)의 줄임말이다.

60년대 이후 코오롱은 본격적으로 그룹화되기 시작한다. 개명 상사와 한국 삼경물산을 통합해 (주)삼경물산으로 만들었고, 68년에는 판매·유통만 전담하는 (주)코오롱 상사가, 이듬해에는 한국 포리에스텔이 설립되었다. 1977년 이원만 회장의 장남 이동찬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이후 꾸준히 몸집을 불린 코오롱은 전자·유통·건설·화학, 제약 등 다양한 사업으로 진출하면서 한때 재계 순위 10위 권 안에 진입하기도 한다.

외환위기의 타격, 연이은 매각


이동찬 회장의 외아들 이웅열이 회장으로 취임한 것은 외환위기가 불어닥치기 직전인 1996년이었다. 89년 그룹 기획조정실장 자리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그는 34살이었던 1991년 그룹 부회장에 선임되었으며,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에도 여전히 30대였다. 젊은 리더답게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한 이웅열 회장은 특히 제2 이동통신 사업에 뚜렷한 의지를 드러냈다. 90년도에 코오롱 정보통신(주)가 설립된 이후 부회장 시절부터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해왔고, 94년 코오롱은 포항제철과 함께 ‘신세기이동통신(주)’이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그러나 IMF의 타격은 코오롱도 피해 갈 수 없었다. 98년 3월 코오롱 메트 생명보험의 지분 전량을 미국 메트로폴리탄 사에, 전자회로 기판 제작을 맡았던 코오롱 전자를 98년 6월 두산에 매각한 이 회장은 99년에는 보유한 신세기 통신의 지분 23.52%를 모두 업계 1위 SK텔레콤에 넘기기로 합의하기에 이른다.

섬유·유통·화학 아우르는 대기업


한때 대기업 지정 취소 논의가 이루어질 만큼 위세가 줄어든 코오롱은 그러나 섬유·화학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며 차차 힘을 회복한다. 2009년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코오롱과 코오롱 인더스트리로 분할되었고. 코오롱은 순수한 지주회사로서 지분을 소유하고 계열사들을 지배해오고 있다. 현재 코오롱의 계열사로는 화학소재 전문 기업 코오롱 인더스트리, 유통·무역·건설 부문을 아우르는 코오롱 글로벌, 코오롱 생명과학, 코오롱 제약(비코그린), 코오롱 환경에너지, 코오롱 베니트(IT), 코오롱 글로텍(인조 잔디, 카시트, PP 섬유), 코오롱 플라스틱, 티슈진 등이 있다.

코오롱 인더스트리는 각종 첨단 섬유·산업자재·화학수지를 생산하는 회사로, 에어백 원단이나 안전벨트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LCD 필름 등 산업용 필름, 에폭시·페놀 수지 등도 제작한다. 코오롱 인더스트리의 FnC 부문은 다수의 패션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코오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코오롱 스포츠’를 비롯해 헤드, 캠브리지 멤버스, 쿠론, 슈콤마 보니, 럭키 슈에뜨 등이 Fnc 부문 소속이다.

인보사 사태와 이웅렬 전 회장


어느 정도 위세를 회복하며 그룹사로서 체면을 차리고는 있지만, 최근 여러 가지 이슈가 터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오롱 생명과학이 경영을, 코오롱 티슈진이 연구개발을 담당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데다 코오롱 생명과학 측이 관련된 정보를 알고도 식약처에 알리지 않은 것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고, 코오롱 티슈진은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11월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며 돌연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웅렬 전 회장은 올 들어 상속받은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부친인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남긴 코오롱 생명과학 주식 34만 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혐의다. 또한 양도소득세를 피하려고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4만주를 차명거래한 혐의도 받았다. 지난 7월 18일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 19 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이 전 회장에게 벌금 3억 원 형을 선고했다.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겠다”던 이웅렬 전 회장에게 실망했다는 반응이 크다. 자신의 ‘네 번째 아이’라 부를 만큼 애착을 보였던 인보사 사태, 그리고 스스로의 범법행위에 대해 이웅렬 회장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그리고 코오롱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