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꾸준히 나오고는 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수요가 많은 서울의 부동산 열기는 가라앉을 줄을 모른다. 물론 월세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대학가 원룸의 월세는 50만 원을 웃돈다. 금리가 낮아져 전세가 줄어들자,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높은 월세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족족 방이 나가기도 한다. 본가가 지방인 학생과 직장인들은 매달 나가는 월세 때문에 돈을 모으기도 힘들고, 생활이 빠듯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싼 월세는 비단 서울만의 문제일까? 세계의 다른 대도시들 중 월세가 가장 비싼 곳은 어디일지, 또 서울에서 원룸 월세가 제일 높은 지역은 어디일지 알아보자.

1,500 달러로 구할 수 있는 공간


지난 2017년 가을, 미국 기반의 온라인 주거 렌트 업체인 ‘렌트 카페’는 전 세계의 매력적인 도시 30 곳의 월세를 비교했다. 기준은 월세 1,500달러(약 179만 원)으로 렌트할 수 있는 방의 크기였다. 해당 금액으로 가장 작은 공간만을 임대할 수 있었던 곳은 뉴욕 맨해튼으로, 이 비싼 돈을 내고 얻을 수 있는 방의 크기는 고작 26㎡(약 7평)였다. 뉴욕의 뒤를 이은 것은 런던(28㎡)과 취리히(29㎡) 였으며, 반대로 1500달러로 가장 넓은 공간을 얻을 수 있는 곳은 터키의 이스탄불(176㎡) 이었다.

서울은 30개 도시 중 어디쯤 위치하고 있었을까? 한 달에 180만 원에 육박하는 돈으로 서울에서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은 129㎡(약 39평) 이었다. 이스탄불과 상하이, 베를린과 베이징에 이어 다섯 번째로 가장 넓은 공간이었다. 도쿄는 1500달러에 50㎡로, LA에 이어 월세가 11번째로 비쌌다.

소득 고려해도 맨해튼 월세는 살인적


서울에서는 뉴욕에 비해 같은 가격에 5배 넓은 집을 구할 수 있으니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은 걸까? 상하이(158㎡)에서는 1,500달러로 LA(49㎡)보다 3배 넘게 큰 집에 살 수 있으니, 상하이 사람들은 월세 걱정이 없을까? 그렇게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각 도시의 임금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1인당 국민 총 소득(2017 통계청 KSIS 기준)은 2만 9,744 달러로 미국(6만 431 달러)의 절반에 못 미친다. 중국의 경우 1인당 국민 총 소득은 8,660 달러에 그친다. 중국의 다른 지역과 상하이의 소득 수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중국 사람에게 1500달러는 미국인들의 1500달러와 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뉴욕 맨해튼의 임대료는 서울보다 훨씬 비싸다. 국민 총소득은 2배 차이인데, 1500달러로 구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는 5배나 차이 나기 때문이다. 맨해튼은 1인당 국민 총 소득이 제일 높은 스위스(8만 1,209) 취리히보다도 1,500달러로 구할 수 있는 공간이 3㎡ 작다.

도쿄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일본의 1인당 국민 총소득은 3만 9,604 달러로 미국보다 낮고 한국보다 높다. 그러나 1인당 국민 총소득은 한국과 1.3배 차이 나는 반면, 구할 수 있는 공간은 서울이 2.5 배 이상 크므로, 소득을 고려하더라도 역시 도쿄의 월세가 한국보다 비싸다고 할 수 있다.

소득 대비 월세가 가장 비싼 도시


중국 베이징은 급격하게 상승하는 월세로 고통받고 있다. 부동산 검색엔진 주거(諸葛)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베이징의 월세는 전년 대비 25.6% 올랐다. 베이징 시내 주요 지역 중에는 40% 이상 폭등한 곳도 있다. 베이징은 전 세계에서 소득 대비 월세가 가장 높은 도시로 손꼽힌다. 베이징 시의 통계에 따르면 대학을 갓 졸업한 베이징 거주자는 소득의 67%를 월세로 지출한다.

도시의 월세가 비싸지면 서민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가정집 월세 평균 가격이 4천500달러에 이르는 샌프란시스코에 직장을 둔 사람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CNBC 방송에서는 살인적인 월세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저히 집을 구할 수 없어 자동차와 기차, 버스를 갈아타며 하루 4시간씩 통근하는 대니 핀레이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제시간에 출근하기 위해 매일 아침 4시 30분에 기상하며, 5 시에 집을 나선다.

서울에서 월세가 제일 비싼 동네는 어디일까


부동산 어플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 3’는 지난해 서울의 원룸 임대 시세에 관한 자료를 발표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월 기준 서울 원룸 (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집세는 보증금 1천만 원 기준 52만 원이다. 이는 전월세전환율을 적용해 보증금 1000만원에 맞춰 월세를 조정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원룸이 가장 비싼 동네는 어디일까? 정답은 소공동, 회현동, 명동, 필동 등 강북의 주요 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중구’이다. 보증금 1천만 원 기준 중구의 원룸 평균 가격은 61만 원에 달했다. 2,3 위는 역시 강남지역에서 나왔다. 강남구는 보증금 1천만 원 기준 58만 원, 서초구는 57만 원의 월세를 기록하며 중구의 뒤를 이었다. 용산구 역시 53만 원으로 서울 평균을 넘어섰다.

원룸 월세가 가장 저렴한 지역은 금천구(34만 원)로, 평균보다 18만 원이나 저렴하다. 강북구와 도봉구 역시 35만 원을 기록하며 월세가 낮은 지역으로 분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