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방향을 찾지 못할 때, 사주나 점을 보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째서인지 딱 맞는 것도 같고, 때로는 길을 안내받는 기분도 든다. 그런데 대기업 회장님들이 오히려 이런 사주, 관상, 풍수에 민감했다고 한다.

어떤 대기업 회장님은 신입 직원을 뽑는 자리에 항상 관상가를 대동했다고 하고, 대기업 회장님들의 저택이 한남동에 모여있는 건 한남동이 명당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대기업 본사 위치도 풍수로 정한 걸까? 삼성, 현대, 롯데 본사의 풍수를 조금 더 알아보자.

1. 물과 바람을 중시하는 풍수지리

풍수는 장풍(藏風) 득수(得水)의 약자로 뜻은 ‘바람은 감추고 물은 얻는다’다. 풍수에서 물은 부와도 연관이 있지만, 지하수를 의미하는 ‘수맥’ 위에 집을 짓는 건 그리 좋지 못하다고 본다. 지하수가 빠져나가면 지반이 내려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른 석회암층에는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국토는 단단한 화강암층과 편마암층이 대부분이라 건물에 금 가는 정도가 많다. 그리고 이런 수맥 없이 단단한 곳을 혈이라 하여 지구의 기운이 올라오는 곳이라 부른다.

풍수를 환경이라 표현한 조남선 아주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 교수에 따르면 풍수는 음택 풍수와 양택 풍수로 나뉜다. 죽은 사람의 집 위치를 다루는 풍수를 음택 풍수라 하며, 산 자가 현재 일하는 곳, 사는 곳을 다루는 풍수가 양택 풍수다. 이에 따라 대기업 회장들이 회사 부지나 건물을 구하는 것은 양택 풍수를 보는 것이다.

2. 물먹다 떠나는 삼성

옛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 건물은 사각형 모양의 건물이었다. 1976년 완공된 건물로, 창업주 이병철이 아낀 건물이다. 과거 조선 화폐인 백동전을 찍어내던 전환국이 있던 터로, 지상 1,2층을 석탑의 기단처럼 만들었었다. 인왕산과 남산 등에서 나오는 좋은 기운이 재운(財運)이 모이는 곳으로 명당으로 평가받았던 지역이다. 90년대에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건희가 추진한 서초 삼성타운의 풍수는 어떨까. 삼성 서초 사옥은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곳이다. 우선 풍수지리에서는 ‘수관재물’(水管財物)’로 물을 재물로 보는데, 서초 사옥은 여러 계곡에서 물이 고였다 느긋이 흘러 나가는 곳으로 길한 땅이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회장은 “삼성서초사옥이 입지한 터는 소가 누워서 되새김질을 하기 때문에 최첨단 기술을 연구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창조적인 업종(전자)보다는 재물을 다루는 금융 계열사들이 입주하는 편이 훨씬 상서롭다”라고 조언을 더했다.

상반된 의견도 있다. 조남선 교수는 오히려 서초 사옥의 지대가 낮아 일대의 물이 모이는 자리인데다가 과거 사옥 부근에 폭 40m의 저수지가 있었다며 풍수적으로 개발에는 좋지 않은 지역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박민찬 도선풍수과학원장도 의견을 같이하며 “삼성강남사옥 터는 풍수상 기(氣)가 빠져나가는 곳으로 짧게는 5년, 그리고 10년 안에 큰 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서초 사옥 부지는 물이 모이지만 빠져나가지 못하는 흉지라는 것이다. 풍수와의 관련성을 알 수는 없지만, 삼성은 최근 서초사옥을 매각하는 등 서울의 부동산을 정리하고 있다.

3. 예의가 있고 없는 현대자동차

현대그룹이 현대산업개발과 현대자동차로 분리되면서, 현대자동차는 2000년 양재동 사옥에 입주하게 된다. 그런데 양재동 사옥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사주와도 궁합이 딱 맞다는 평가다. 우선 양재동 사옥은 청계산 줄기가 양재천과 만나는 지역으로 지세가 좋다. 명당론에서도 염곡사거리에서 형성된 거대한 지기를 받고 좌우에 청계산과 대모산의 호위를 받는 모양새로 길한 명당이다.

풍수지리 전문가 양만열 교수는 “대모산의 지기를 받고 있는 구룡산의 용을 받고 청계산 대모산의 물이 모이는 여의천을 좌선역수로 받아 형성된 땅”이라며 극찬했다. 그는 정몽구 회장의 평생운 또한 사옥 건물과 궁합이 좋아 현대자동차가 양재동 사옥을 얻은 일을 ‘정몽구 회장이 자기 건물을 취했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양재사옥이 아들 정의선과도 궁합이 맞아 지속적으로 인물과 부를 낼 것이라 주장했다.

현대자동차는 사업마다 승승장구해 재계 2위가 되었지만, 2005년 기존의 사옥 옆에 새로 사옥을 건설하면서 새로운 의견이 제시되었다. 기존 본사 사옥보다 크고 높은 건물을 지어 동생이 형을 누르는 형세라 나쁜 일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건설 이후 정몽구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의 지배관계를 따져 “두 건물의 형상이 키 큰 형과 작은 아우가 나란히 서 있는 듯 질서가 잘 잡혀 있다”라는 상반된 의견도 제시된다. 분명한 건 양재사옥이 “정기가 모이는 명당 중의 명당”이라는 점이다.

4. 바람 잘 날 없는 롯데

풍수 전문가들은 잠실의 마천루, 롯데월드타워의 위치가 명당이 아니라 한다. 풍수 전문가 윤용상 대표에따르면 현재 롯데월드타워의 위치는 풍수에서 반궁수(反弓水)라 부르는 곳이다. 이곳은 물길이 둥글게 도는 곳으로 지반에 물기가 많고 강의 지속적인 침식으로 건물이 서기엔 불안정한 자리다. 또 풍수에서 피하고자 하는 살풍(殺風)이 물길을 따라 불어 좋은 기가 쌓일 수 없는 곳이다. 살풍은 건물이나 사람을 해치는 기운이다.

정경영 인하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잠실은 강남이 개발되기 전, 위로는 신천강, 아래로는 송파강이 있어 장사배들이 모이는 곳라고 말한다. 물류의 중심지가 되니 자연히 상업이 발달하고 부가 축적되는 곳이 잠실었다. 풍수에서는 당시 잠실의 지형을 행주형(行舟形)으로 보았는데, 이는 배가 항해하는 모양을 뜻하는 말이다. 개발 전 잠실은 한강 본류인 송파강이 감싸 바람이 순풍으로 부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송파강은 매립되어 석촌 호수로 흔적만 남기고 북쪽의 신청강이 본류가 되었다. 즉, 역풍이 부는 모양새로 바뀐 것이다.

윤용수 대표는 살풍이 현대 도심의 건물을 거쳐 살풍의 범위가 줄어든다 보았다. 때문에 반궁수라 해도 일반적인 건물이라면 살품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었다. 그러나 롯데월드타워는 잠실에 홀로 우뚝 선 마천루다. 윤용수 대표는 이를 홀로 살풍에 맞서는 형국이라 표현했으며, 정경영 교수는 역풍이 부는 가운데 555m 높이의 돛을 단 격이라 보았다.

풍수지리로 볼 때 승자는 명당 중의 명당, 현대자동차다. 관련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발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재벌 소유 토지 장부가액은 삼성이 2.1배, 현대자동차가 4.7배, 롯데가 1.6배로 현대자동차가 가장 많이 상승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가 삼성동 한전부지에 추진 중인 현대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어떨까. 강환웅 대한풍수지리학회 이사장은 “삼성동 한전 부지는 분당천, 북한강, 남한강 세 가지 물이 합해지는 삼합수(三合水)의 자리로, 신사옥이 들어설 삼성동 한전부지가 양재동 사옥보다 풍수지리상 더 좋다”라고 한다. 용의 턱에 위치한 이 명당 또한 현대자동차 손에 들어갔으니, 풍수만 따지면 재계 1위도 노려볼 법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