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아파트 이름은 종종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을 나타내주는 지표가 된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건설사들은 앞다퉈 ‘캐슬’이나 ‘팰리스’같은 다소 과한 이름을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에 붙이기도 한다. 오랫동안 비싼 아파트의 대명사는 도곡동에 위치한 타워팰리스였는데, 타워팰리스는 실제로도 한국에서 가장 럭셔리한 아파트일까? 그렇지 않다. 심지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강남구에 있지도 않다. 실거래가 기준 올 9월까지 한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 순위, 10 위부터 1위까지 살펴보겠다.

10위부터 6위까지

물론 비싼 아파트의 대다수는 강남구, 혹은 ‘강남권’이라 불리는 지역에 몰려있다. 실거래가 기준 가장 비싼 아파트 10위는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반포주공 1단지다. 지난 6월 32평형이 45억 9천만 원에 팔렸다. 9위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1차로 지난 8월 60평형이 47억 원에 거래되었다

8위는 래미안 퍼스티지로 81평이 48억 원에 거래되었으며 7위에는 97평형이 48억 7800만 원에 팔린 청담동 상지리츠빌이 올랐다. 6위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65동으로 알려진 대림 아크로빌이 차지했는데, 85평형이 48억 9천억 원에 매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5위 반포 아크로 리버파크

5위부터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가장 비싼 아파트 5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반포 아크로 리버파크다. 지난 8월 16층에 위치한 62평형(전용 47평)이 51억에 팔렸다. 평당 가격이 8천3백만 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같은 달 24평형은 23억 9,800만 원에 거래되면서 평당 9992만 원을 기록했다. 강남권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서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이야기다.

아크로 리버파크의 1차(2013년) 평균 분양가는 평당 3830만 원, 2차 (2014년) 분양가는 4130만 원이었다. 당시 아파트 시세를 생각하면 최고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그럼에도 청약 경쟁률은 17.4 대 1에 달했다. 6 년 만에 평당 가격이 2 배 이상 오른 데에는 신반포역, 구반포역, 그리고 고속터미널 역,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과 가까운 입지, 코앞에 펼쳐진 한강과 좋은 학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위 도곡동 타워팰리스

모두가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라고 생각하던 타워팰리스는 이제 4위로 밀려났다. 지난 7월 42층에 위치한 99평형(전용 74평)이 52억 원에 매매되었다. 타워팰리스 자리는 본래 삼성 사옥을 짓기 위한 땅이었다. 삼성은 94년 사옥 건립을 목적으로 도곡동의 땅 3만 3,691㎡를 사들였지만 97년 말 IMF 외환위기와 함께 삼성그룹도 경영 위기를 맞이했다. 삼성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옥 건립을 포기하고 분양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기로 한다.

1999년 사업승인을 얻은 타워팰리스 1차는 2002년 10월 완공되었다. 대형 평형이 주를 이룬 데다 유명 연예인, 정치인, 경제인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부의 상징이 되었고, 그 상징성은 최근까지 오래도록 유지되었다.


3위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3위에는 올 1월 31층 100평형이 57억 원에 거래된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가 올랐다. 2008년 3월 분양 이후 착공하여 2011년 7월에 완공한 갤러리아 포레는 건설 당시부터 상위 1%의 VVIP를 겨냥했으며, 때문에 내부 시설도 모두 최고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근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성수동이라는 입지, 서울숲과 인접한 ‘숲세권’ 모두 갤러리아 포레의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아 포레는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지드래곤, 김수현 등의 연예인, 재벌 2~3세도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위 아이파크 삼성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근처에 위치한 아이파크 삼성은 지난 6월 28층의 75평형이 62억 원에 팔리면서 2위에 올랐다. 아이파크 삼성은 HDC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했으며, 이 부지에는 본래 HDC현대산업개발의 본사가 있었다. 강남권에서 고급 주거 단지 수요가 차츰 늘어나자 HDC현대산업개발은 230㎡ 이상의 대형 세대로만 구성된 프리미엄 주거를 계획하게 된다. 하지만 2000년 분양 당시 경기 침체로 인해 계약률은 저조했고, HDC 현대산업개발 측은 설계를 변경해 183㎡~350㎡로 좀 더 다양한 크기의 세대를 구성했다.

아이파크 삼성에는 이미연, 권상우·손태영 부부가 살고 있으며, 전지현 역시 결혼 전에 이 아파트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문 고등학교로 유명한 경기 고등학교가 바로 지척에 있어 학부모들의 선호도 역시 높은 편이다.


1위 한남 더 힐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는 한남 더 힐이다. 지난 1월 3층의 100평형이 무려 84억 원에 매매되었다. 한남 더 힐 부지는 본래 단국대학교가 있었던 자리로, 단국대가 용인으로 이전하면서 1800억 원에 팔렸다. 아찔한 높이를 자랑하는 다른 프리미엄 아파트들과 달리 한남 더 힐은 저층의 여러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남산 조망권 보호를 위한 고도 제한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한남동은 고급 빌라와 각종 대사관, 재벌들의 주택이 모여있는 고급 동네다. 또한 강북과 강남 양쪽으로 접근성이 좋으며, 뒤에는 남산이 버티고 앞에는 한강이 흐르고 있어 풍수지리학적으로도 훌륭하다. 강남구나 서초구가 아닌 용산구에서 한국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가 나왔지만 별로 의아해할 일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한 한남 더 힐은 대지지분율(아파트 소유주가 가진 실제 땅의 가치)이 97%에 달한다. 아이파크 삼성과 타워팰리스의 대지지분율은 10%에 불과하고 다른 주요 아파트들의 대지지분율은 통상 5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높은 수치이다. 대지지분율이 높을수록 재건축 시 지불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은 줄어든다. 대지지분율이 낮은 다른 고급 아파트에 비해 한남 더 힐의 미래가치가 뛰어나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2019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크로 리버파크와 아크로빌을 각각 5,6위에 올린 대림 산업은 최근 한남 3구역 한강 조망 단지인 ‘아크로 한남 카운티’설계안을 공개했다. GS 건설 역시 한남 3구역에 한남 자이 더 헤리티지 조감도를 공개한 바 있다. 주요 건설 업체들이 일제히 한남동에 눈길을 보내는 가운데, 한남 더 힐에 이어 ‘가장 비싼 아파트’의 왕좌에 앉을 자는 누구인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