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능가하는 장군들의 저택

국내 관료들에게 주어지는 공관의 모습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국가 업무를 위해 청와대에 머물게 된다. 주요 관직 역시 마찬가지이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관직을 임명했기 때문에, 각 관리에게 관사를 내어주었다. 이후 선거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국내 주요 관리들, 즉 단체장이나 도지사, 시장 등에겐 공관이 주어진다. 강제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입주를 거부하고, 기존에 살던 곳을 고수하는 이들도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공관은 단연 청와대로, 규모가 약 7만 6000평에 달한다. 청와대 내부에는 대통령의 주거실 뿐만 아니라 집무실, 접견실 등과 비서실과 경호실 등이 마련된 부속 건물이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공관의 실효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나치게 큰 규모와 이를 관리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반 직업 군인과 비교되는 4성 장군들의 공관이 논란을 불러왔다. 과연 군 대장을 맡은 이들은 얼마나 호화스러운 곳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

논란이 된 군 지휘관의 대저택 관사

국방·군사시설 기준에 따르면 공관의 건축 면적은 231m²으로 규정되어 있다.

2019년 1월 1일부터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기존의 제3군야전군사령부와 제1야전군사령부가 통합된 육군 지상작전사령부가 창설되었다. 논란이 된 관사가 바로 지난해까지 육군 1군 사령관이 사용했던 곳이다. 현재는 육군의 한 지휘관이 머물고 있는 중이다. 담벼락으로 둘러 싸인 관사는 한눈에 봐도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서울 군인 아파트 거주자들은 노후한 아파트 외관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다.

해당 관사의 부지 면적은 46,252 m², 건물 연면적은 546 m²이다. 부지 면적만 따져보았을 때, 국내에서 가장 넓은 야구장으로 알려진 잠실 야구 경기장 크기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 크기다. 저택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호실이 부족해 2인 1실 규정을 넘어, 3인·4인이 한 방을 써야 하는 일반 직업 군인과 상당한 차이가 느껴진다.

광화문 광장 2배 넘는 4성 장군 공관

육·해·공 참모총장의 서울 공관을 관리하는데 연간 5,000만 원이 쓰이고 있다

초호화 공간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에 위치한 4성 장군의 공관 4곳 모두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한남동에 위치한 합동참모의장의 공관은 대지면적 3,669 m², 육군참모총장의 공관은 8,393 m²이다. 대방동에 위치한 해군참모총장과 공군참모총장의 공관은 각각 13,914 m², 6,005 m²에 달한다. 해병대 사령관 공관 역시 6,005 m²이라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중요한 것은 공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육해공 장군과 해병대 사령관이 서울 공관을 사용한 날은 평균 67일밖에 채 되지 않는다. 지휘관 1명이 머무는 공간임에도 큰 면적을 자랑하지만, 사병의 1인당 생활실 면적은 이보다 훨씬 작은 6.3 m²에 불과하다. 서울 공관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합참의장의 제외한 나머지 장군의 공관은 현재 폐쇄를 검토 중이다.

계룡대에 위치한 육군참모총장의 공관

계룡대에도 각 총장을 위한 공관이 있다. 육군총장 공관의 대지면적은 육군총장 8393㎡, 해군총장 1만 3914㎡, 공군총장 6005㎡이다. 3군 이외의 연합사 부사령관의 공관은 8977㎡, 해병대 사령관 9772㎡으로, 역시 큰 규모다. 크기가 있다 보니 관리비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해 공관 관리 비용(전기, 수도, 가스비)은 면적에 따라 적게는 600만 원에서 1,97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국방부장관의 공관은 2,000만 원을 넘어섰다.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 저택 뛰어넘어

이건희 회장의 자택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52.4%나 급등했다.

4성 장군의 공관은 국내 재벌이 소유한 주택 크기와 맞먹을 정도다. 건물 연면적이 아닌 대지 면적으로만 비교했을 땐 오히려 재벌들의 자택보다 훨씬 더 호화스러운 크기다. 국내 재산 순위 1위인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한남동에 보유한 저택은 대지면적 2,143㎡으로, 2019년 공시가격이 398억 원으로 올랐다.

이재용 부회장의 주택(왼쪽)과 정용진 부회장(오른쪽)의 주택의 모습. 이재용 부회장의 단독주택은 철거 후 새 단독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군 참모총장 공관의 대지면적은 이건희 회장의 저택을 뛰어넘는다. 건물 연면적은 작은 편이지만, 국내 최고가 단독주택의 대지면적을 넘어서는 크기라면 그 가격을 지레 짐작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새 단독주택(면적 1,543.8㎡)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단독주택(4,467㎡)과 비교했을 때도 역시 엄청난 크기임을 알 수 있다.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합동 결혼식을 올린 군인들(왼쪽)과 가회동 공간을 방문한 시민에게 안내 중인 박원순 서울 시장(오른쪽)의 모습

각 장관과 시장, 도지사 등의 관사도 호화스러운 크기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는 그 크기에 부담을 느껴 입주를 꺼리기도 했다. 넓은 규모가 무작정 비난받을 만한 것은 아니다. 이원중 전 지사는 관사를 중요한 비즈니스를 논의하는 곳이라 언급하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사에 초대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예의를 지키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원중 지사 역시 충북지사 당시, 관사에서 많은 사업을 성사시킨 바가 있다.

33년간 서울 시장 공관으로 쓰였던 곳은 현재 전시관으로 탈바꿈해, 한양도성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관사는 관료들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 필요한 장소임은 맞다. 그러나 군 참모총장 관사의 경우 일반 간부, 사병들과 확연한 차이가 나는 시설 차이로 인해 비난받고 있는 상황이다. 관사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위해서는 호화스러운 공관에 걸맞은 군 참모총장들의 지혜가 발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