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됐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보이는 해운대구 우동에는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역이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자원 수탈을 위해 만든 이 역을 뒤로한 채 걷다 보면 해운대 해변의 높은 건물과 달리 2, 3층의 저층 건물이 가득한 지역이 나타난다.  

이 마을은 철길을 막은 벽 때문에 가려진 주민 외에 사람의 왕래가 없다시피했던 곳이다. 그러나 2013년 12월 역 구간이 폐쇄되면서 벽이 허물어지고 철길이 산책로로 바뀌었다. 덕분에 2015년부터 점차 개성 있는 카페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2017년부터 경리단길의 명성을 이을 ‘해리단길’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해리단길은 건물주의 합의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훈훈한 모습을 보여온 곳이다. 그런데 최근 이곳이 아주 작은 땅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리단길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걸까? 무슨 일인지 조금 더 알아보자.

1. 상가 앞을 가로막은 펜스

해리단길의 유명 가게인 호키츠네, 하라네코, 모루과자점이 몰려 있는 우일맨션 앞 28㎡ 면적에 펜스가 설치됐다. 펜스의 가림막은 성인 가슴 높이로 뒤에 있는 우일맨션의 상가를 가리기 충분한 높이다. 언론매체에 따르면 우일맨션과 인도 앞의 해당 공간은 우일맨션 건물주의 땅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펜스로 인해 상가 전면이 가려지면서 우일맨션에 입주한 상인들은 영업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출입문과 전면 유리창이 모두 가려져 외부에서 가게가 영업 중인지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입주 상인 측은 펜스 땅 소유주에게 사정해 겨우 출입문 공간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방치되었던 땅에 갑자기 펜스가 들어선 것을 두고 입주 상인들은 알박기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해리단길이 활기를 띠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활기를 띠는 시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입주 상인들은 28㎡에 불과한 공간에 건축물을 짓는 게 사실상 어렵고, 계획 또한 구체적이지 않다며 부산시와 해운대구에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부지는 수년간 인도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해당 부지가 지난 9월 경매를 통해 지금의 토지 소유업체에 넘어가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토지 소유업체는 펜스를 설치한 뒤 “이 토지는 사유지로서 원상복구 및 건축공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경계측량 후 무단 침입과 통행을 금지하고 안전을 위하여 펜스를 설치합니다. 본 펜스 및 게시물 훼손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습니다”라는 게시물을 달았다. 

 

2. 해리단길 펜스 소동, 알박기일까?

알박기 부지를 피해 울타리를 지은 아파트 단지 사진

알박기는 주로 개발사업 부지 내의 땅을 매각하지 않고 버티면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내는 방법으로 쓰인다. 알박기의 판단 기준은 토지를 소유한 기간이 3년이 넘었는 지로 현재는 시세차익보다 알박기 의도가 있었는지를 중점에 두고 선별하고 있다. 

이 같은 알박기는 시행지 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방법이다. 때문에 해리단길 펜스의 알박기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알박기라는 입장은 건축공사를 핑계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전략으로 보았다. 우일맨션 건물주가 임대수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펜스 부지 소유업체가 제안하는 금액에 맞춰 매입할 수밖에 없어 알박기와 수법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자투리 땅 활용 예

실제로 펜스 부지 소유 업체 측은 “좁은 공간이지만 창의적인 형로 건축물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 점포 앞에 개발 가능한 부지가 있다면 상인도 앞이 막힐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언론매체의 조사 결과 해운대구에 해당 업체로부터 허가 신청이 들어온 것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 주체의 예

반면 알박기가 아니라는 측은 법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전 토지 소유주가 주차장이나 인도로 사용되게 방치해 그동안 우일맨션 건물주와 입주 상인들이 이득을 봤을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해당 부동산의 주인이 근래에 바뀐 만큼 그동안 인도로 사용된 데에 대한 권리행사 불인정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3. 처벌 사례

그간 성행했던 알박기는 최근 처벌과 배상 판례가 나오면서 점차 줄고 있다. 그 예로 울산 동구 지역에서 알박기 수법으로 4배 차익을 남긴 일당은 최대 3년의 징역과 8억 5000만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한편 용산구 아파트 개발 단지에서 끝까지 이사를 가지 않은 조합원들은 사업이 지연되며 추가된 사업비에 대출이자까지 배상해야 했다. 그러나 해리단길의 경우 알박기로 몰아갈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해당 펜스에 대해 모루과자점은 SNS에 호소글을 올렸다. 모루과자점 측은 펜스를 낮춰 가게라도 보이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펜스 부지 소유업체는 “하나 봐주면 계속 봐달라하고 나중엔 권리로 알더라”라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구 또한 ‘사유지에 대한 권리 행사로 지자체 개입이 어렵다. 다만 상가 건설을 위해서는 주차장 공간 요건 등이 필요한 만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10월 30일 모루과자점은 뉴스에 보도된 해당 사건 영상을 SNS에 게재하며 “내일이면 아마, 오래된 이웃인 레이크커피바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거에요”라며 같은 일이 또다시 해리단길에 벌어질 것임을 밝혔다. 사실상 해리단길을 살린 주체가 젊은 상인들인 만큼, 이들이 떠나면 해리단길은 여타 서울의 ‘~길’처럼 낙후될 것이 자명하다. 갈등의 끝이 어떻게 결정될지,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글 임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