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아버지들의 꿈은 온 가족이 모여 살 수 있는 큰 집에서 오순도순 3대가 모여사는 것이었다. 여기서 큰 집은 구성원이 자신들의 방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의 집을 말했다. 하지만 이제 서울에서 3대가 모여사는 집은 찾기 어렵다.


가구당 사람 수가 줄어든 만큼 굳이 큰집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반면 혼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소형 아파트 인기는 나날이 상승했다. 그런데 최근 대구 등 지방 대도시에서는 이런 대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조금 더 알아보자.

1. 소형 아파트 전성시대

소가족화, 1인 가구 증가 등 대형 아파트가 인기를 잃고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올라간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 일자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몰려드는 서울은 소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특히 소형 아파트는 오피스텔보다 공간 구성이 좋고 관리비가 저렴한 데다가 커뮤니티 시설 등 생활 편의성이 높아 인기가 높았다.

수요가 많다 보니 분양시장뿐 아니라 일반 재고, 분양시장에서도 소형 아파트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소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도 가팔랐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수도권 아파트 규모별 매매 지수 추이(KB 부동산)에 따르면 40m² 미만 평수의 가격 변동 폭은 108.4로 나타났다. 40m² 이상 95m² 미만의 아파트의 가격 변동이 105~105.8, 96m² 이상의 아파트 가 102.7~103.7 수준에 불과했다.

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한 각종 분석도 잇따랐다. 각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소형평수에 대한 수요가 꾸준했으나 건설사는 정작 60m² 이상의 아파트를 주로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60m² 이하의 아파트는 전체 공급된 아파트의 30%를 밑돌았다. 건설사의 설계 효율성이 높아져 과거 중형 아파트의 공간과 현재의 소형평수의 공간이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2. 소형 아파트? 이젠 대형 아파트가 대세

수도권의 부동산이 정부의 각종 규제로 주춤한 사이, 지방에서는 정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처럼 인기를 얻고 있던 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형 아파트의 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대형 아파트의 상승은 특히 대구와 광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KB 부동산에 따르면 대구 대형 아파트는 2017년과 비교해 2018년 무려 15.19%의 상승을 보였다. 인기를 끌었던 소형 아파트의 시세는 1%가량 감소하며 약세를 보였다. 광주에서는 소형 아파트가 5.75% 상승했으나 대형 아파트는 17.42%라는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대전, 울산, 부산에서도 정도는 다르지만 대형 아파트가 소형 아파트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3. 대형 아파트 반등의 이유

그동안 대형 아파트는 환금성이 낮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또한 소형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두 배가량 높고 1, 2인 가구가 느는 상황에서 관리가 어려워 그동안 외면을 받아왔다. 이 같은 상황은 지방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이런 반전이 일어난 걸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형 아파트가 이미 예견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은 소형 아파트의 수요가 따라주지 않아 소형 아파트가 품귀현상을 빚었으나, 건설사들이 대거 소형 아파트 공급에 나선 지금 같은 상황에선 더 이상 소형 아파트가 귀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형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는 동안 소형 아파트 가격은 대형 아파트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했다. 이는 소형 아파트가 대형 아파트보다 평당 단가는 높지만 소형 아파트 자체의 가격은 대형 아파트보다 낮아 발생한 현상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한때 주식이 1주에 250만 원에 달하자 5만 원으로 액면분할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덕분에 삼성전자 주식에는 1조 2000억 원의 추가수요가 몰렸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낮은 소형 아파트의 가격은 급등을 통해 대형 아파트와의 가격차이가 불과 2,3억 원에 불과하게 되었다. 전세와 대출을 통해 그간 엄두가 나지 않던 대형 아파트로 갈아탈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2017년에서 2018년 이전보다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 부동산 투자 수요가 대구, 광주 등 지방 대도시로 투자처를 옮겼다. 상대적으로 서울보다 저렴하지만 지방도 소형 아파트는 이미 어느 정도 상승한 상황인 만큼, 투자 수요는 그간 잠잠해 가성비 좋은 지방 대형 아파트로 몰렸다.

특히 대구는 전국적으로 하락하는 와중에도 2.81% 상승할 만큼 부동산 열기가 뜨겁다. 대구는 도심재생사업과 함께 재개발, 재건축 붐으로 부동산 수요가 특히 몰린 지역이다. 학군 또한 서울 어지간한 지역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부동산 수요가 특히 많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왜 사람들은 소형 아파트에 열광했을까? 관리비 절감, 공간 효율성 증가 등 갖가지 이유를 붙였지만 결국은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반떼 사러 갔다 그랜저 샀다”처럼 가격이 비슷하면 크고 넓은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한편에서는 ‘대형 아파트 품귀’라는 말까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또다시 시작되는 부동산 트렌드, 과연 서울까지 올라올 수 있을까.

글 임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