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

울산의 실업률이 5.9%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자영업 폐업률 또한 13%로 광주광역시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울산의 쇠락을 두고 사람들은 중국을 욕하지만, 사실상 원인은 국내에 있던 것으로 분석됐다. 잘나가던 울산이 왜 몰락한 걸까. 그 이유를 조금 더 알아보자.

1. 해안 도시의 몰락

울산은 그동안 전국 시도 가운데 1인당 가처분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지역소득 통계 2016년 기준 개편 결과’에 따르면 울산의 함께 1인당 가처분소득 순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의 개인소득은 1991만 원으로 1위인 2143만 원 서울에 밀려났다.

부동산 114도 전국 7대 특별시, 광역시 중 유일하게 울산만 부동산이 하락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가 나온 2018년은 부동산 투자가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울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무려 6.8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최고의 부자도시였던 울산에 일어난 일은 단순히 울산에 그치지 않았다. 통영의 최대 2만 명으로 추산되던 노동자들은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이 떠나면서 울산처럼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한때 남부럽지 않았던 군산은 30~40만 원 수준이었던 임대료를 15만 원까지 낮췄음에도 공실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가장 잘나가던 수송동의 먹자골목의 물건도 80%가 매물로 나왔다.

2. 금융의 손에 당한 조선업

울산, 통영, 군산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대표적인 제조업 도시라는 점이다. 문제는 이들 지역 일자리의 70%을 차지하는 조선, 자동차 제조업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발생했다. 조선업은 2008년 발생한 일명 ‘키코 사태’ 이후 중국의 저가 공세를 견딜 내공을 잃었고, 군산의 자동차 제조업은 ‘GM 사태’에 무너졌다.


키코는 2007년부터 국내 은행이 수출 중심의 국내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파생상품이다. 원 달러 환율 하락으로 기업이 입는 환차손을 일부 보완해주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하필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일컬어지는 미국 발 금융위기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키코로 인한 기업의 피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당시 중소 조선사들은 선수금 지급 시 조선소 부도에 대비해 은행으로부터 보증서를 받아야 수주 계약이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 ‘선수금 환급보증(RG)’을 은행에게 받기 위해 키코에 반강제로 가입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대기업 계열사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키코로 인한 피해를 면할 수 있었던 까닭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키코사태로 파산한 21세기 조선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키코에 가입한 15개의 주요 중형 조선소 중 12곳은 키코로 인해 파산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키코로 인해 조선사들이 입은 손해액은 15개 조선소만 6조 6696억 원이다. 세계 8위였던 성동조선이 2009년까지 3년 연속 두 배 가까운 매출 증가를 거듭했으나 키코 손실을 메우지 못해 파산한 이야기는 당시 키코로 인한 조선업의 손실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준다.

파산 전 성동조선은 협력업체까지 1만 2000명의 노동자를 책임지고 있었다. 이외에 신아에스비, 삼호조선, 21세기조선, 세광중공업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조선소의 파산이 이어졌다. 그 여파로 키코 사태 이전인 2007년 세계 중형선박 시장에서 국내 중형 조선사가 17.7%를 차지했던 영광은 2018년 4%까지 떨어졌다.

3. 조선업의 회생, 오직 대기업만의 이야기인 이유

한국 조선업계의 잇따른 파산에 득을 본 곳은 국내 어떤 기업도 아닌 일본과 중국의 조선업계였다. 최근 중국의 기술 부족이 드러나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다시 성장 기회를 잡았다. 2018년 발주된 대형 LNG 운반선 59척을 모두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일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수주 물량을 보면 현대중공업이 25척으로 가장 많았으며 삼성중공업과 대우가 각각 18, 17척이었다. 중소기업이 수주한 물량은 고작 8척에 불과했다. 또한 중형 조선산업이 주력으로 삼던 중형시장은 여전히 중국과 일본에 장악하고 있다.

또한 키코를 판매했던 국내 시중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의 ‘선수금 환급보증(RG)’를 꺼려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이를 두고 “간신히 다시 일어서려고 해도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 행태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가 중국의 저가 공세 이전 이미 국내 조선업을 빈사상태에 빠지게 했으니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결국 키코와 금융위기 그리고 중국의 저가공세라는 연타에 지역경제마저 무너져 내린 셈이다.

글 임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