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상권이 대체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값이 평당 1억 원을 넘고 재개발로 아파트가 꾸준히 공급되는 와중에 상가는 공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서울의 상권들이 어쩌다 이런 꼴이 된 걸까? 그 이유를 조금 더 알아보자.

1. 동대문 이상의 패션거리, 이대상권

이화대학교 상권은 한때 개성 있는 의류점과 액세서리점으로 인기를 몰았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예쁘지만 저렴한 의류와 액세서리는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떡볶이 등 여대생이 좋아하는 분식집이 곳곳에 자리해 소위 구석 맛집으로 불린 가게들로 이대상권은 복작였다.

하지만 이대상권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몰락한 대표 상권이 되고 말았다. 이대상권이 유명해질수록 권리금과 임대료는 널뛰었고 그를 충당하기 위해 저렴했던 물가는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쇼핑몰의 발전으로 기존 강점이던 보세 패션도 힘을 잃었다. 결국 치솟는 임대료와 권리금을 저울질하던 개인 상가들이 프랜차이즈에 자리를 내주고, 이대거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거리로 전락했다.

2013년 평당 17만 7870원이었던 임대료는 2016년 평당 9만 1410원까지 떨어졌다. 5000만 원~1억 원이었던 권리금은 아예 사라지고 공실이 늘었다. 그러나 최근 초역세권이라는 점이 부각되어 오피스텔 공급이 크게 늘고 아현, 북아현 뉴타운 입주가 예정되어 이대상권 수요가 증가해 이대 상권 부활이 시작되었다는 다소 이른 전망도 제기된다.

2. 데이트 필수 코스였던 대학로

대학로 상권은 서울대학교가 관악 캠퍼스로 이전한 70년대부터 조성됐다. 마로니에 공원이 조성 되면서 소극장들이 대학로에 몰리기 시작했고, 사람이 모여들면서 자연히 상가가 조성됐다. 이곳을 정부가 ‘문화예술의 거리’로 조성하면서 소소하게 시작한 대학로는 8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로 상권은 1~2년 새 폭삭 무너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99년부터 자리 잡은 대학로의 터줏대감 파리크라상조차 2018년 이미 문을 닫았다. 이곳도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무너졌다. 현지 부동산 중개사는 “장사가 안돼 나간 자리도 임대료가 떨어지지 않아 프랜차이즈나 중국 자본이 아니면 들어올 엄두조차 못 낸다”라고 밝혔다. 장사가 안 되는 것을 반증하듯, 대학생이 한창 활동할 9시에 이미 대학로는 불이 컴컴이 꺼진 모습이다.

공실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9년 3분기 대학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5.1%에 이른다. 이는 심지어 2분기 대비 7.1% 증가한 수치다. 공실이 두 배로는 것이다. 혜화역 바로 앞 20평 점포의 경우 2017년 권리금이 2억~2억 5000만 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임대료를 10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낮춰도 권리금을 포기하고 떠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다만 대학로의 추락이 단순 임대료 때문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연구소는 대학로 몰락의 주역을 콘텐츠 경쟁력 약화로 보았다. “5년 전, 7년 전 했던 옥탑방 고양이, 작업의 정석 같은 공연이 바뀌지 않고 있다. 영화처럼 분업화가 되지 않아 한번 흥행한 공연을 놓을 수 없는 것이 대학로의 한계”라고 밝혔다.

3. 전통의 한옥 거리, 인사동

인사동은 한정식집이 1970년 모여들면서 형성된 상권이다. 전통 한옥에서 향토 음식을 한상 가득 내오는 문화와 곳곳에 위치한 전통 공예품 등 전통의 모습을 간직해 2010년대 중반까지 외국인 관광객이 꼭 방문해야 할 지역 중 한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사동은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한국인도 찾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30~40년 동안 이어져온 노포들조차 문을 닫았다. 지난 5년 동안 한정식집 80곳 중 30곳 이상이 폐업하면서 유명 한식집 ‘다미’와 ‘태화’도 함께 문을 닫았다.


이 같은 인사동의 몰락은 김영란법과 세종시 이전,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악재가 연속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영란법으로 접대 매출이 크게 줄고, 세종시 이전으로 주된 고객이던 공무원의 한식 수요가 줄은 가운데 최저임금까지 오른 것이다. 한식은 특성상 손이 많이 가 인건비가 많이 들지만 정작 음식 가격을 높이기 어려워 수지 타산이 맞지 않게 되었다.

상권이 호황일 때 한껏 높아진 물가와 상업화도 제 발을 찍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인사동의 문제로는 비싼 물건과 그에 비해 획일화되어 특색 없는 볼거리, 부족한 콘텐츠 등을 꼽았다. ‘전통문화 지킴이’ 사업으로 전통성을 강화하려던 움직임도 있었으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사업이라는 지적만 잇따랐다.

반면 상권 분석 전문가들은 서울 상권이 전체적으로 예전만 못한 이유를 다른 관점에서 제시했다. 한 전문가는 “최근 매출이 좋은 매장은 모두 경기도에 있다”라며 “과거 서울로 향했던 경기도민의 수요가 경기도 내부에서 해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글 임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