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가장 무서운 점은, 집주인이 부동산을 보증으로 빌린 돈을 갚지 못했을 때 보증금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가수 손담비는 전세로 살던 아파트 ‘더샵스타시티’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자 직접 경매에 참여해 12억에 살던 집을 낙찰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특수한 경우로 빌라, 공동주택 등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이 경매에 넘어간 빌딩을 낙찰받을 재산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이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보증금의 일부라도 낙찰금에서 돌려받게 된다.

낙찰금이 부동산을 보증으로 빌린 돈보다 높다면 모두가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겠지만, 법원 경매 전문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8년 7월 전국 평균 낙찰가율은 70.4%에 불과하다. 때문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경매로 집을 넘길 경우, 모든 빚을 갚을 수 없기에 낙찰금액에서 근저당권 순위대로 빚을 갚아나간다. 근저당권 순위는 일반적으로 시간 순서에 따라 법원에서 정하며, 선순위권자 이후 낙찰금이 바닥났다면 후순위권자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근저당권 순위에 따라 누군가는 빌딩이 경매에 넘어갔어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 누군가는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전세 계약에 대해 알려주는 수많은 정보들이 언제나 근저당권에 대해 경고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간 순서’에 따라 근저당권 행사 순위가 정해진다는 데 있고, 이 순위 결정에 가끔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근저당권 행사 순위가 뒤바뀐 사례가 있다. 사례를 중심으로 왜 전입 일자가 중요한지 알아보자.

사건 소개

해당 사건은 집주인의 3층 단독주택(빌라)가 경매에 넘어가면서 시작된 것으로, 근저당권 행사 순위에 있어 101호의 순위가 승격되어 기존 선순위였던 303호보다 우선하여 배당받게 된 사건이다. 101호의 부부는 2012년 7월 16일 집주인과 주택 101호에 대한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보증금은 총 6500만 원으로 계약금은 500만 원이었다. 계약서 대로라면 집주인은 2012년 8월 16일에 잔금 6000만 원을 받고 주택을 인도하기로 되어있었다.

이때 집주인은 빈 집이라며 101호 부부에게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들어와서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덕분에 101호 부부는 7월 16일 계약금을 지급하면서 전입신고도 같은 날 했다. 이후 부부는 중 1인이 평일에만 101호에서 잠만 자고 주말에는 기존 집에서 머무는 생활을 했으며 8월 17일 잔금을 치르고 본격적으로 101호에 입주해 살기 시작했다. 101호 부부가 기존 집과 101호를 오가는 와중에 303호가 8월 2일 새로 입주하면서 당일 전세권설정등기을 마치고 살기 시작했다.

2년 전세가 끝나기 3달 전인 2014년 5월 26일. 101호와 303호의 빌라가 경매로 넘어가면서 전세 계약 상 8월 2일 입주한 303호는 근저당권 5순위, 8월 17일 입주한 101호는 근저당권 6순위로 배정되었다. 그러나 5순위에 와서 남은 낙찰가는 6029만 5651원으로 6500만 원에 전세를 살던 303호의 보증금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한 돈이었다. 보증금을 찾기 위해 101호는 303호의 계약 일자가 열흘 가량 늦음을 근거로 ‘배당이의’ 소송을 냈다.

법리를 오해한 광주지방법원

2심 광주지방법원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과 제8조 1항에 의거해 303호의 손을 들어주었다. 해당 조문은 아래와 같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
① 임대차는 그 등기(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보증금 중 일정액의 보호)
① 임차인은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은 주택에 대한 경매신청의 등기 전에 제3조제1항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101호가 303호보다 선순위가 되기 위해서는 101호의 부부가 101호를 인도받은 시점이 언제인지 기준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광주지방법원은 아래의 정보를 근거로 101호 부부가 303호보다 먼저 주택 101호를 인도받았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① 주택 101호 전세 계약 당시 집주인이 비밀번호를 101호 부부에게 알려주었지만 실제 거주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점.
② 통상 임대차계약에서 10% 미만의 계약금을 받고 주택을 인도받아 생활하는 일은 이례적이며, 101호 부부를 제외하고 해당 3층 단독주택에 입주했던 사람들 중 잔금 지급 전에 입주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
③ 101호 부부가 7월부터 거주했다고 하지만, TV수신료가 부과되지 않았으며, 도시가스 사용을 위한 전입 접수는 8월 17일에 이루어졌고,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한여름인 7월에 부과된 전기 요금 1100원은 실거주자가 없는 경우의 기본요금인 점.
④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데, 8월 2일 보증금 전액을 지급했던 303호보다 500만 원만 지급했던 8월 17일 이전의 101호가 ‘임차인’의 위치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시간 순서의 기준 ‘우선변제권의 기준시점’

위의 2심은 대법원에서 파기되었으며, 대법원은 101호의 근저당권 순위를 승진시켜 303호보다 선순위로 정정하였다. 파기 이유로는 임대차보호법 제3조 1항과 제3조의 2 제2항의 법리를 해석하는 데 있어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3조의 2 제2항은 아래와 같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2(보증금의 회수)
② 제3조제1항ㆍ제2항 또는 제3항의 대항요건(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증서(제3조제2항 및 제3항의 경우에는 법인과 임대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증서를 말한다) 상의 확정일자(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공매)를 할 때에 임차주택(대지를 포함한다)의 환가대금(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변제) 받을 권리가 있다. <개정 2013.8.13>

101호와 303호의 근저당권 순위가 바뀐 것은 우선변제권 설정의 기준시점을 어디로 잡았는가에 있다. 101호가 7월 16일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입신고를 했음에도 광주지방법원은 제3조의 1항 중 ‘전입신고를 한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를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광주지방법원에서 지적한 항목 중 4번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맞지 않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우선변제권을 위해 계약 당시 임차보증금이 전액 지급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제3조의 1항 중 ‘주택의 인도’는 임차목적물인 주택에 대한 점유의 이전을 말하는 것으로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관련된 2003년과 2005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주택의 인도’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현관이나 대문의 열쇠를 넘겨주었는지, 자동문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는지, 이사를 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도록 되어있다. 집주인은 7월 16일 계약과 함께 101호에게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어 이에 해당한다.

즉, ‘주택을 인도’ 받았음을 인정받는 데는 ‘현관 비밀번호’와 같은 사회통념이 고려되며,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를 한 시점에서 보증금 납부율과 상관없이 ‘우선변제권의 기준 시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전기세, 도시가스, TV 수신료 등을 근거로 101호 부부가 거주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더라도 이사가 가능했고, 비밀번호를 받았으며 무엇보다 전입신고를 했기 때문에 303호의 근저당권은 101호의 후순위로 밀리게 되었다. 이처럼 101동 부부는 본래 집주인 때문에 전세금을 날렸어야 하지만 전입신고를  입주 전에 허락한 집주인 덕분에 전세금을 보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