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지은 건설명가… 집안싸움으로 몰락한 기업의 정체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신라호텔, 영빈관 등을 지으며 대한민국의 건설의 한 획을 긋던 삼환기업이 있다. 한때 국내 시공 능력 4위에 오르면서 한국 건설업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갔던 이 기업. 현재는 중견기업으로 매각돼 이름만 유지하고 있을 만큼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어떤 이야기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토목 수도 난방공사로 시작
수주 활동 영역 넓혀가

건설업계 대부로 이름난 삼환기업 최종환 창업주는 1924년 서울 종로에서 넷째로 태어난다.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최 창업회장은 일제강점기 시절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는 자재를 생산하는 회사에 취직한 형들의 영향을 받아 기계제작소를 설립하게 된다.

해방 후 최 창업 회장은 형들과 함께 1946년 ‘삼환기업’을 설립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다. 삼환이라는 이름은 3형제, ‘환’자 돌림이라는 뜻을 의미한다. 삼환그룹은 토목 수도 난방공사를 주 업종으로 삼았다. 최종환 창업회장은 미군 공사를 수주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기 시작한다.

삼환기업은 1962년 서울 광장동에 위치한 워커힐 공사를 통해 기업의 위치를 다졌다. 당시 유명한 건설회사들을 모두 누르고 공개입찰에서 최종적으로 삼환이 낙찰을 받게 된 것이다. 워커힐 호텔을 계기로 삼환기업은 주로 빌딩, 대형 호텔을 수주하게 된다.

신라호텔, 삼일빌딩 등 건축
사우디 6천만 달러 공사 수의계약

삼환그룹은 1960년 후반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기반으로 서울 신라호텔, 조선호텔, 종로 삼일빌딩, 워커힐호텔, 영빈관 등 내로라하는 건축물을 도맡았다. 한때 삼환은 국내 시공 능력 4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건설 명사로서의 위치를 견고히 했다.

최종환 창업회장은 해외로 국내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눈길을 돌린다. 삼환은 1960년 베트남, 197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차례로 진출한다. 특히 국내 기업 최초 사우디아라비아 고속도로를 수주하면서 중동 진출에 나선다.

횃불을 켜며 야간공사를 감행하는 등 파이살 국왕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삼환은 이후 사우디에서 6천만 달러에 달하는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성사시킨다. 이처럼 중동에서의 ‘횃불신화’는 삼환기업이 시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건설업 1세대로서 최 창업 회장은 기업에 대한 자존심이 강했다. 다른 대기업들이 문어발식으로 그룹을 확장해 나갈 때도 삼환은 보수적인 경영 태도를 보였다. 1996년 회사 창립 50주년이 되자 최종환 창업 회장은 외동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외동아들 최용권 회장 뒤이어
남매의 난

최종환 창업회장이 물러나고 최용권 회장이 뒤를 잇는다. 최용권 회장은 유학을 마치고 삼환기업의 기조실장을 맡으면서 후계 수업을 받았다. 이후 약 10년간 사장직을 맡으며 경영 수업을 받는 등 최 회장은 탄탄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삼환의 몰락은 최용권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으면서 시작된다. 아파트 사업으로 범위를 확장하다 IMF 때 위기에 처하지만 워낙 내실이 든든한 회사라 비교적 무리 없이 위기를 넘긴다. 하지만 2009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또다시 위기를 맞이한다. 2011년에는 신민상호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가를 결정하며 180억이라는 피해를 입게 된다. 이로 인해 삼환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최용권 회장은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는다.

삼환기업 몰락의 결정적 계기는 여동생이 최 회장을 3차례 걸쳐 고발하면서부터다. 이른바 ‘남매의 난’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최용권 회장을 ‘재산 국외도피’, ‘외국환거래법 위반’, ‘조세 포탈 혐의’를 폭로해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 회장을 파렴치범으로 묘사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일각에선 영화 ‘베테랑’에서 나온 장면들과 비슷한 일이 많았다는 폭도로 나오고 있다. 심지어 삼환기업 임원들은 최 회장에게 구타를 당했다는 인터뷰가 언론을 통해 공개돼 많은 충격을 주었다. 폭로와 내부 고발이 이어지자 회사는 주주들은 삼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회사는 회생하기 힘든 상태로 내몰렸다. 결국 2015년 삼환기업은 상장 폐지되면서 70년간 유지되던 건설명가는 막을 내린다. 현재 삼환기업은 SM그룹에 인수돼 이름만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