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홀짝제부터 아파트 정전사태’에도 버티던 입주민이 한 말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올해 여름에는 코로나19와 더불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전력 소비도 자연스레 늘었다. 그러자 정전이 곳곳에서 발생했지만, 변압기는 교체하지 않은 채 자체 정전에 들어간 아파트도 있었다. 이들은 왜 정전에도 버티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코로나와 무더위 겹쳐
전력 과소비로 이어져

한국전력공사 발표에 따르면 올해 7월 한 달간 전국에서 일어난 아파트 정전은 200건에 달했다. 작년 같은 시기에는 22건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수치다. 2018년과 2019년 같은 시기에는 각각 70건, 34건이었지만 처음으로 100건을 넘긴 것이다. 전력 과부하로 인한 차단기 문제나 변압기 불량이 주원인이었다.

올해는 무더위와 코로나19가 함께 찾아오면서 전기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와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 시행으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7월의 무더위는 기승을 부렸으며 집에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다양한 새로운 가전제품의 사용도 늘었다. 이렇게 모든 단지가 많은 전기를 사용하다 보니 정전이 종종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3일에는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전력 공급이 1시간 20분 동안 차단됐다. 18개 동 중 절반에 달하는 800가구가 정전된 채 무더위를 견뎌내야 했다또한의왕에 있는 아파트에서도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전기가 끊겨서 엄청난 불편함을 겪었다수원에 있는 아파트에서도 이틀 연속 밤마다 정전이 발생했다.

에어컨 홀짝제나
정전 안내문 게재해

2018년부터 올해까지 아파트 정전 사고 중 절반은 준공된 지 20년 넘은 노후 아파트에서 일어났다. 노후 아파트는 변압기가 낡아서 용량이 낮고 설비도 녹슬어서 잦은 고장이 발생한다. 수도권 곳곳에 있는 노후 아파트에서는 정전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송파구에 있는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에서는 에어컨 홀짝제를 실시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3년 전에 폭염으로 정전이 찾아오자 나름의 방도를 세운 것이다.

분당에 있는 준공 30년째인 아파트도 순환 정전을 실시한다는 안내문을 엘리베이터에 붙였다. 아파트 단지를 두 부분으로 나눠서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저녁 시간대에 돌아가면서 정전을 시행하는 것이다. 준공 35년이 지난 강남에 있는 아파트에서는 정전 대신에 에어컨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맞춰줄 것을 당부했다.

전기 설비 개선되면
재건축 허가 못 받을까

정전 방지를 위해 노후된 설비를 교체하려 해도 입주민들의 뜻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또한, 변압기 교체나 증설을 감행하면 재건축 허가를 받지 못할까 봐 방치해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에는 전기 설비의 노후 정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변압기가 교체돼 전기 설비가 나아지면 재건축이 안 될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변압기 교체 비용을 마련하려 해도 노후 아파트는 세입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모두의 동의를 받아내기엔 쉽지가 않다. 아파트의 관리비인 장기수선 충당금을 굳이 변압기 교체에 쓰는 것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아파트에선 보험사가 변압기 교체 비용을 전액 지원해 주기도 해도 일부러 바꾸지 않기도 한다.

이런 점을 파악한 한전 측은 노후된 변압기 교체를 지원해 주는 사업을 시행했다그러나 작년에 이것이 배정된 48억에 달하는 예산 중 3분의 수준만 16억 정도만 설비 개선에 집행됐다정부와 한전은 변압기 교체 사업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노후 아파트는 재건축 이슈나 비용 분담 문제 때문에 변압기 교체에 소극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